"물밑서 준비한 계열 분리 적절한 시점"
한채양 이마트 대표 사장 승진
신세계야구단 대표는 상무보 발탁

신세계그룹 정용진·정유경 남매 /신세계그룹
신세계그룹 정용진·정유경 남매 /신세계그룹

신세계그룹이 2025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하고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의 계열 분리를 공식 발표했다.

30일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정유경 총괄 사장이 신세계 회장으로 승진한다. 지난 2015년 12월 신세계 총괄사장으로 승진한지 9년 만으로 부회장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회장이 됐다. 앞으로 정유경 회장은 백화점부문을 진두지휘하게 된다. 그는 국내 주요 200대 그룹과 60개 주요 중견기업 중 1970년 이후 출생한 여성 회장 1호가 됐다.

올해 3월 정용진(56) 신세계그룹 총괄부회장이 그룹 회장으로 승진했고, 모친 이명희 회장은 그룹 총괄회장이 됐다.

신세계그룹은 정유경 총괄사장의 회장 승진은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계열 분리의 토대 구축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유경 회장은 1996년 조선호텔 상무로 입사했으며 대중과 소통을 중요시해온 오빠 정용진 신세계 그룹 회장과 달리 조용한 경영 스타일을 보여왔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계열 분리를 하려면 기업이 친족독립경영을 신청하고, 상장사 기준 상호 보유지분 3% 미만·비상장사 기준 10% 미만 등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정 회장 남매의 계열분리 완성까지는 지금부터 수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앞서 신세계는 1991년 삼성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뒤 1997년 공정거래법상 완전히 계열 분리됐다. CJ그룹의 경우 1993년 7월 삼성과 분리된 독자경영을 선포하고 1996년 5월 제일제당그룹으로 출범해 3년 정도 결려 독립을 마쳤다.

신세계그룹의 지난해 자산은 총 62조원으로 재계 순위(농협 제외) 10위이며 계열 분리가 마무리되면 이마트(43조원)는 재계 11위로 한 계단 내려간다. 독립하는 백화점부문의 신세계(19조원)는 재계 순위 20위권 후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어 그룹을 백화점부문과 이마트부문이라는 두 개의 축을 중심으로 분리해 새로운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것으로, 이번 인사를 시작으로 향후 원활한 계열 분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역량을 모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신세계그룹은 올해가 본업 경쟁력 회복을 통한 수익성 강화 측면에서 성공적인 턴 어라운드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간 물밑에서 준비해온 계열 분리를 시작하는 데 적절한 시점이라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은 지난 2011년 이마트와 백화점을 2개 회사로 분할하고 장남 정용진 회장에게 이마트를, 딸 정유경 회장에게 백화점 사업을 각각 맡겨 '남매 경영'을 하도록 했다. 이 총괄회장은 20여년간 순차 증여와 주식 교환 등을 통해 이마트와 신세계가 계열사를 양분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2019년 신세계와 이마트가 실질적인 지주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백화점부문과 이마트부문을 신설, 계열 분리를 위한 사전 준비를 시작했다.

이마트와 신세계 지배구조를 보면 정용진 회장과 정유경 회장이 각각 이마트 지분 18.56%, 신세계 지분 18.56%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있다. 이 총괄회장은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10.0%씩 보유하고 있다.

이마트의 주요 계열사로는 SSG닷컴(쓱닷컴), G마켓(지마켓), SCK컴퍼니(스타벅스), 이마트24, 신세계프라퍼티(스타필드), 신세계푸드, 조선호텔&리조트 등이 있다.

신세계는 백화점 사업을 영위하며 신세계디에프(면세점)와 신세계인터내셔날(패션·뷰티), 신세계센트럴시티, 신세계까사, 신세계라이브쇼핑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기준으로 그룹 전체 매출이 약 71조원을 넘어섰다. 올해는 백화점이 상반기까지 사상 최대 매출을 이어가고 있다.

이마트 역시 본업 경쟁력 강화라는 핵심 화두를 바탕으로 수익성 개선이 본격화되고 있다. 상반기 기준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519억원 증가했으며, 연간 기준으로도 2020년 수준으로 회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신세계그룹은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가 계열 분리를 통해 성장의 속도를 한층 더 배가시킬 수 있는 최적기라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이번 인사는 정용진 회장의 취임 첫 해 인사라는 점에도 큰 의미가 있다. 신세계그룹은 이번 인사에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신상필벌의 원칙 아래 역량 중심의 인재를 적극적으로 발탁해 성장을 더욱 가속화하겠다는 그룹의 의지를 반영했다. 

이는 지난 3월 정용진 회장 취임 이후, 비상 경영 체제를 통해 본업 경쟁력 강화를 통한 수익 극대화를 추진해온 만큼 2025년에도 이를 지속적으로 실천하고 강화해나갈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겠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한채양 이마트 대표이사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한다. 한채양 사장은 이번 승진을 통해 본업 경쟁력 강화에 더욱 속도를 내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마트24대표에는 송만준 이마트 PL·글로벌사업부장이 내정됐다. 이는 올해 선보인 ‘노브랜드 중심 편의점 모델’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다. 최근 사업 조정을 통해 혁신을 지속하고 있는 신세계푸드 대표에는 강승협 신세계프라퍼티 지원본부장이 선임됐다.

김홍극 신세계까사 대표는 신세계인터내셔날 뷰티&라이프부문 대표를 겸직하게 됐으며,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에는 전상진 이마트 지원본부장이 내정됐으며, 신세계L&B 대표에는 마기환 대표를 외부 영입했다.

신세계야구단 대표에는 김재섭 이마트 기획관리담당이 발탁됐다. 이는 역량을 갖춘 인재라면 직급에 상관없이 대표로 발탁해 성과 창출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과거 획일화된 인사 체계를 탈피한 것으로 조직원들에게 지속적으로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며 "회사 전체적으로는 인재 활용 폭을 넓히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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