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플랜트 분야 협력 기대
현대차, 체코공장 활용도 높아질 전망
LG, 전장부품 분야 판로 확대 가능성
SK, 배터리·바이오·반도체 협력 기대

국내 재계를 대표하는 4대그룹(삼성·현대차·LG·SK) 총수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체코 방문에 동행하며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다양한 사업 협력 기회를 모색한다. 체코가 기존 제조업에서 미래 모빌리티 등 고부가가치 산업 전환을 위해 혁신 산업 투자에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기회의 문이 열릴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9일 정부부처와 재계에 따르면 이달 윤석열 대통령의 체코 방문에 동행하는 4대그룹 총수들은 체코에서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다양한 사업 협력 기회를 모색할 전망이다. 특히 4대그룹 총수들이 윤 대통령 해외 순방에 일제히 동행하는 것은 올 들어 처음이다. 그만큼 이번 체코 순방에 재계에서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체코 방문을 계기로 삼성전자가 체코와 반도체 분야에서 협력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체코는 기존 제조업에서 미래 모빌리티 등 고부가가치 산업 전환을 위해 혁신 산업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산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통과된 유럽 반도체법(European Chips Act)은 체코가 유렵연합(EU) 이사회 의장국 시절부터 제안한 것이다. 체코 정부는 지난해 반도체 제조를 전략적 투자 분야에 추가하고, 현금성 지원 대상에도 포함시켰다. 이 결과 글로벌 2위인 미국 전력 반도체 기업 온세미의 투자를 끌어냈다.
이에 체코 정부가 삼성전자에게도 매력적인 투자 제안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들린다. 유럽 내 전자업계 생산기지로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인프라를 확보하고, 자동차 산업과의 시너지도 낼 수 있다는 게 체코 정부의 복안이다.
삼성전자는 이 회장의 체코 방문으로 유럽 시장 확대와 삼성엔지니어링 플랜트 사업에도 속도를 낼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체코 프라하에 판매 법인을 가동 중이다. 삼성엔지니어링(현 삼성E&A)은 2021년 넥센타이어와 1700억원 규모의 체코 2공장 공사를 진행했고, 이 공장은 지난해 완공됐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이달 윤석열 대통령의 체코 방문에 동행하면서 현대차그룹의 체코 사업 확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009년 체코 노소비체에 준공된 현대차 체코공장은 EU 내 유일한 현대차 생산 거점이다. 연간 생산 능력은 35만대 수준으로 작년까지 누적 생산량은 453만대로 파악된다. 정의선 회장의 이번 체코 방문을 계기로 체코공장 활용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차 체코공장은 향후 유럽 전기차 수출기지로서 활용도가 높아질 전망”이라며 “이미 현대차 체코공장은 내연기관, 하이브리드, 전기차 모두를 생산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유럽 자동차 시장 성장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정의선 회장은 2022년 체코 현지에서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와 만나 현대차 체코공장의 지속 성장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정 회장이 이번 체코 방문에서 어떤 사업 기회를 모색할 지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LG그룹 역시 구광모 회장의 동행을 계기로 유럽 사업 협력이 어떤 모습으로 진행될 지 관심이 쏠린다.
LG그룹은 1992년 LG전자가 체코 프라하에 판매지점을 설립하며 현지 진출에 나선 이래 30여년간 가전을 중심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LG전자는 체코 현지에서 AI(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한 LG전자 TV와 냉장고, 세탁기 등은 시장 선두권을 차지하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가전에 이어 전장부품으로 체코 사업을 넓히고 있어 새로운 기회의 문이 열릴 수 있다. LG와 LG전자가 2018년 인수한 오스트리아 자동차 헤드램프 기업 ZKW는 체코 브라티모프 지역에서 1992년부터 생산법인을 가동 중이다. 이 생산법인에서는 줄곧 차량용 케이블을 만들고 있다. 또 LG그룹은 올로모우츠 지역에서 차량용 램프 설계에 특화된 R&D(연구개발)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LG그룹과 체코의 차량용 배터리 사업 협력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으로 체코 정부 차원의 전기차 인센티브 정책이 확대될 수 있어, 현지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생산 비중을 2030년 이전에 50%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의 방문을 통해 미래 핵심 성장동력인 배터리(Battery), 바이오(Bio), 반도체(Chip) 분야에서 협력 기회가 열릴 지 주목된다.
현재 체코에서는 자동차 전장화가 대세여서 많은 양의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메모리칩과 저온과 고온을 오가는 실외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동작할 차량용칩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이에 SK그룹의 메모리 생산법인과 체코 완성차 업계의 협력 실현이 가능할 전망이다.

체코는 유럽 내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많이 쓰이는 공정 제어, 조립·패키징 등 장비 생산 기업도 보유하고 있다. RISC-V(오픈소스 반도체 아키텍처) 같은 설계 분야에도 장점을 갖고 있다.
에너지 분야에서도 SK그룹과 협력 가능성이 제기된다. 체코는 최소 2~3개 기가팩토리(배터리 제조공장) 투자 유치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적인 탈탄소화 요구에 대응해 재생에너지와 원전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SK는 전기차 배터리, 재생에너지 발전, ESS(에너지저장장치), 열관리 시스템 등 에너지 기술력이 뛰어나다”며 “최근에는 빌 게이츠가 설립한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업 테라파워에도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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