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웨스팅하우스 지식재산권
소송·중재 투트랙 공방전 2년째
전문가 "한미 원전 협력이 윈윈"

윤석열 대통령의 체코 순방 이후 원전 수주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내년 3월 최종 계약까지는 장담할 수 없을 전망이다. 특히 미국 웨스팅하우스와의 분쟁이 여전히 최대 걸림돌로 꼽히고 있어 해결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23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한국과 체코는 원전 전(全) 주기 협력을 위한 13건의 협약을 맺었다. 앞서 한국수력원자력이 지난 7월 24조원 규모의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우선협상대상자로 최종 선정된 것에 이어 양국 간 원전 분야 협력이 확대 강화된 것이다.
하지만 원전 수주 경쟁에서 탈락한 미국 웨스팅하우스사와 지식재산권 소송이 진행 중인 점은 난제다. 양국 정상은 이를 두고 공동 기자회견에서 온도 차를 보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수원은 체코 기업들의 참여를 보장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 중이고 이 문제는 UAE 바라카 원전 때처럼 잘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했지만 파벨 체코 대통령은 "최종 계약서가 체결되기 전에는 확실한 것이 없다"면서 "문제가 성공적으로 해결되리라고 믿고, 어떤 나쁜 시나리오도 물론 고려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웨스팅하우스는 지난달 "한수원의 APR1000과 APR1400 원자로 설계는 웨스팅하우스가 특허권을 보유한 2세대 시스템80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며 체코 반독점 당국에 한수원을 제소한 상태다. 또한 2022년 10월 ‘한국의 원전 기술이 자사 기술이라 미국 정부의 수출통제 규정을 받아야 한다’며 미 법원에 한수원을 제소했고 1심에서 각하 판결이 난 이후 곧바로 항소했다. 동시에 대한상사중재원에서도 국제 중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야당은 원전 수출이 무리하다며 전면 재검토하라고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22명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이명박 정부의 UAE 바라카 원전 수출 때도 천문학적 금액을 (웨스팅하우스에) 로열티 등으로 지불했던 걸 감안하면 적자 수출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야당이 언급한 2009년 당시 웨스팅하우스는 지식재산권 침해를 주장했다. 이에 정부와 한전은 원자로 냉각재 펌프와 터빈·기자재 등 주요 부품을 구매하는 조건으로 무마했다. 바라카 원전 사업은 186억 달러 규모였는데 웨스팅하우스가 약 20억 달러를 협상 과정을 통해 이익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각에선 이번 웨스팅하우스의 지식재산권 압박 역시 일부 설비 공급 조건을 따내는 전략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다만 현재 한수원은 2009년과 같이 물러서지 않고 있다. 그동안 한수원은 국내 원전 기업들과 원전 설계 핵심 코드, 냉각재 펌프, 원전 계측제어시스템(MMIS) 등 3대 핵심 기술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독자 기술만으로도 충분히 해외 원전을 건설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춘 셈이다.
한수원은 황주호 사장이 지난달 초 미국에서 웨스팅하우스 경영진과 직접 만나 지식재산권 분쟁 상황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등 대화로 풀어가려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기업 간에 협력할 수 있는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해 분쟁의 원만한 해결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원전 학계에선 한미 정부 간 합의를 통해 해결 수순을 밟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성민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웨스팅하우스가 소송 거는 것까지야 우리가 막을 수 없는지 모르지만 원전을 수출 못 하게 막는다고 해서 그쪽에 크게 도움 될 것도 없다"며 "우리나라가 미국과 같이 협력해서 원전 수출 시장에 함께 나가는 것이 궁극적으론 서로 윈윈하는 전략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 삼성·현대·LG·SK ‘4대그룹’ 집결···尹 동행 체코 기회의 문 열리나
- "원자력 안전은 우리가 최강"···현대건설 ISO 19443 인증 취득
- K-원전 날개 펴는데···‘고준위특별법’ 늦어지면 수출길 발목
- 韓, 체코 30조 신규 원전 수주···15년 만에 우수성 입증
- 대우건설, 尹 경제사절단 발판 체코서 추가 수주 기대
- 만찬도 해결 못 한 尹-한 갈등···"대화 기회 안 줘" vs "얘기할 수 있었다"
- 한전 사장 "전기요금 정상화 추진···전력망 투자비 확보해야"
- 체코 원전 '덤핑 수주' 의혹에···한수원 사장 "용어 적절치 않아"
- 체코 반독점 당국, 원전 계약 일시 보류…한수원 "최종 수주 이상無"
- 韓-체코 원자력 학술 협력 채널 개통···내년 3월 최종 계약 기대
- 한전·한수원 24년 갈등 터졌다···UAE원전 추가비 책임공방 ‘국제중재’ 갈듯
- [국감] 원전 작업자 피폭량, 한수원 외주직원이 최대 27배 높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