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등기임원 복귀설 맞춰 나온
증선위 판박이 검찰의 공소장 변경
재점화되는 삼성바이오 분식 논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19년 10월 이사회를 떠난 지 5년이 훌쩍 지난 가운데 '경영권 불법 승계' 혐의 사건 항소심 재판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 회계 논란이 또다시 쟁점으로 떠올랐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3부(백강진·김선희·이인수 부장판사)는 지난 14일 이재용 회장 항소심 공판기일을 열고 검찰의 공소장 변경을 허가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7일 삼성바이오로직스 관련 서울행정법원의 8월 판결을 반영해 공소사실을 추가했다.
앞서 이재용 회장은 올해 2월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외부감사법 위반 등의 혐의에 대해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8월 금융당국이 삼성바이오를 상대로 행한 제재가 위법하다면서도 "2015년 재무제표에서 삼성바이오가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상실 회계처리를 구 삼성물산 합병일인 2015년 9월 1일 이후로 검토한 점은 재량권 남용에 해당한다"며 일부 혐의를 인정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미국 바이오젠이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목적으로 만든 합작사다. 이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 합작사를 단독지배한다는 판단 아래 연결기준으로 회계처리하다 공동지배구조가 된 2015년 지분법으로 바꿨다. 하지만 1심에서 이를 반박하지 못한 검찰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통한 불법 경영권 승계란 주된 공소 사실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이른바 미수 개념인 '예비적 공소 사실'을 추가했다.
지난 2011년 4월 삼성버이오로직스 설립 당시 지분구조는 삼성에버랜드(현 제일모직) 40%, 삼성전자 40%, 삼성물산 10%, 다국적기업인 퀸타일즈 10%였다. 이듬해인 2012년 2월 설립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대표이사 임명권과 이사 5명 중 4명 임명권, 주총 의결권 52%는 당시 지분 85%을 보유한 삼성바이오가 가진 단독지배구조였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바이오젠 역시 당시 삼성바이오에피스 투자 공시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단독지배 형태로 공시했다.
하지만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본격적인 성과가 나오면서 상황이 변했다. 2015년 바이오젠이 콜옵션(지분 50%-1 주를 확보할 수 있는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이 지분법으로 회계처리하며 공동 지배구조로 변경공시했다.
회계 변경 효과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기업 가치는 기존의 3000억원에서 4조8000억원으로 공정가치만큼 증가했고 같은 해 1조900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당시 공정가치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제품 판매가 가시화된 상태에서 향후 수년간 수천억원의 순현금흐름을 감안하여 추정된 것이었다.
반면 검찰과 금융당국은 바이오젠의 콜옵션을 실질적인 권리로 간주해 처음부터 단독 지배구조가 아닌 공동 지배구조로 판단했어야 한다며 회계 처리를 분식으로 규정했다. 이재용 회장이 자본잠식 문제를 회피하고 승계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기하기 위해 별다른 합리적 이유가 없는 상태에서 관계회사(공동지배)로 회계처리해 기준을 위반한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5년의 재판 끝에 이재용 회장은 올해 2월 이런 내용의 외부감사법 위반 등의 혐의를 포함해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혐의에 대해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 하지만 검찰이 1심 결과를 뒤집기 위해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을 근거로 과거 증권선물위원회와 반복된 주장을 하는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검찰은 회계 변경의 목적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비율 산정에서 이재용 회장 지분율이 높은 제일모직에 유리한 비율을 도출하기 위한 즉 경영권 승계 작업을 위한 수단이었다고 주장한다. 반면 삼성은 그룹 구조조정 차원에서 이루어진 조직 재편이었으며 경영권 승계 목적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실제 2014년 말 삼성그룹은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 등 석유화학과 방위산업 부문 4개 계열사를 한화그룹에 매각했다.

한국 정부가 추진해온 미래 먹거리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통합된 삼성물산 아래 삼성전자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위치시켜 그룹의 지배구조를 명확하게 정리하려는 취지였다는 얘기다. 그렇게 재판 1심에서 승기를 잡은 삼성측의 반박 논리는 탄탄하지만 검찰이 당시 증권선물위원회와 같은 주장을 되풀이하는 것은 이재용 회장의 이사회 복귀엔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지난 2019년 10월 임기 만료로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후 5년 가까이 미등기 임원을 유지 중인 이재용 회장은 이사회 활동을 하지 않으면서 회장·사장 등 직함을 갖고 업무하는 미등기 임원 신분이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이 2023년 연간 보고서를 발표하며 삼성전자의 위기 극복을 위해 이재용 회장의 등기임원 복귀를 통한 컨트롤타워의 재건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배경이다.
삼성전자 정관에 따르면 이사회는 3인 이상 14인 이하 사내·사외 이사로 구성하며 이들 이사로 구성된 이사회가 '회사 업무의 중요사항'을 의결한다. 현재 삼성전자 이사회는 사내이사 5명, 사외이사 6명 총 11명으로 구성돼 최대 3명 추가 이사 선임이 가능하다.
이런 가운데 법원이 검찰의 예비적 공소사실 추가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비율 논란은 내년 항소심 재판 판결이 내려질 때까지 논란될 전망이다. 하지만 2014년 말 삼성물산 주력사업인 건설부문의 미청구 공사금은 6 대 건설사 가운데 가장 높았고 주가는 합병 이전부터 하락세를 보였다.
다시 말해 삼성물산보다 제일모직이 높게 평가된 것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을 무려 46%나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는 얘기다. 결과적으로 합병에 성공해 삼성전자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거느리게 된 삼성물산은 합병 이후 2016년 상반기까지 회계상 무려 3조원의 잠재부실을 덜어냈다.
한편 법원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자사주 매입 이슈에 맞춰 당시 제일모직의 자기주식 매입이 지배주주의 의결권 확보 목적이라는 검찰의 공소 사실 변경 신청도 받아들였다. 재계 관계자는 "자기주식 매입은 시세조종 목적이 아니라면 경영권 방어 또는 지배력 강화를 위한 국내에서 유일하게 인정되는 합법적인 수단인데 검찰은 국내 상법상 자사주가 미발행주식이 아닌 자산(資産)이란 점을 잘 모르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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