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 법인 출범
M&A 통한 최태원의 리밸랜싱 극적 성공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30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4 탄소중립과 에너지 정책 세미나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각계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 행사는 탄소중립 이행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진단하고 정책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열렸다. /연합뉴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30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4 탄소중립과 에너지 정책 세미나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각계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 행사는 탄소중립 이행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진단하고 정책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열렸다. /연합뉴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이유로 물적 분할, 인적 분할 등 기업의 인수합병(M&A)을 통한 지배구조 재편을 발목 잡는 분위기 속에서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추진해 온 에너지 사업 부분 리밸런싱이 성공적으로 닻을 올렸다. 

1일 SK그룹의 에너지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법인이 출범하면서 자산 가치 105조원에 달하는 공룡 기업이 탄생했다. SK이노베이션이 그룹 전체 공정자산총액(334조원)의 3분의 1 수준에 달하는 새로운 회사로 태어난 것.

SK이노베이션은 SK E&S와의 합병과 함께 자회사 SK온과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의 합병 절차도 마쳤다. SK온과 SK엔텀의 합병 절차는 내년 2월 1일 완전히 완료된다. 배터리에 특화된 SK온은 재무구조 개선 차원에서 SK이노베이션의 '알짜' 자회사인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엔텀을 흡수 합병한 뒤 IPO를 추진할 예정이다. LG화학에서 떨어져 나온 LG에너지솔루션처럼 기업공개(IPO)를 통한 모자(母子) 회사 동시 상장이 추진된다.

매출 90조원에 육박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민간 최대 에너지 기업의 탄생인 만큼 기대감도 크다. 이번 합병으로 SK이노베이션은 기존 석유 에너지, 화학, 액화천연가스(LNG), 전력, 배터리, 신재생에너지 등 현재와 미래의 에너지를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SK E&S 기존 법인은 소멸하고 SK이노베이션 내 사내독립기업(CIC) 형태로 운영된다. 합병 후 회사의 새 사명은 'SK이노베이션 E&S'이다. 조직 운영은 기존 체제를 유지해 사업 경쟁력을 지속하지만 필수적으로 통합해야 하는 이사회 사무국 등 일부 조직 업무는 통합해 운영한다. 지난 7월 합병안을 발표한 SK그룹은 회사의 사활을 걸고 합병 성공에 매달렸다.

지난 7월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이 합병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월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이 합병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행동주의 세력을 제외한 국내외 투자자 반응도 좋았다. ISS와 글래스루이스 등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들은 일부 소액주주들이 지적하는 합병비율의 적절성 논란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투자자들의 지지를 권고했다. 반면 SK이노베이션 지분을 6.2%가량 보유한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SK이노베이션의 주식 가치가 저평가됐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럼에도 SK이노베이션 합병 반대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는 3300억원 수준에 머물며 국민연금은 체면을 구겼다. SK이노베이션이 당초 합병 계약을 해제하거나 합병 조건을 변경할 수 있는 주식매수청구권 한도로 제시한 8000억원의 절반 이하에 그쳤다.

SK이노베이션은 합병 시너지 효과로 2030년 기준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2조2000억원 이상을 예상하면서 전체 EBITDA는 20조원 달성을 목표로 세웠다. 이와 함께 SK에너지, SK지오센트릭,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등 3개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며 인적 쇄신에도 나섰다. 회사 관계자는 "실적이 저조한 계열사 3곳에 이공계 출신 사장을 새로 선임해 기술과 현장에 집중하면서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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