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RI, 최신 배터리 바인더 개발
KIST·성균관대 연구팀과 공동연구
국내 배터리 3사 분리막 개발과 시너지

한국전기연구원(KERI)이 이차전지 바인더 성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이면서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바인더 기술 개발은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분리막 개발과 시너지를 내며 이차전지의 안정성을 한 단계 더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11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KERI 임현균·강동준 박사팀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유정근 박사, 성균관대 김종순 교수 연구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이차전지 바인더 성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이면서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국제 저명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했다.
이차전지의 성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전극은 전기를 발생시키는 ‘활물질’과 전기의 흐름을 돕는 ‘도전재’, 그리고 ‘바인더’를 용매와 함께 섞어 제조된다. 바인더의 역할은 활물질과 도전재가 금속판(집전체)에 잘 붙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전극을 물리적으로 안정화하는 것이다.
바인더는 전극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아 그동안 연구가 더뎠지만, 고용량·고성능 전지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며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 에너지업계 전문가는 여성경제신문에 “현재 리튬이차전지용 양극 바인더 소재로는 불소계 고분자 물질인 폴리비닐리덴 플로라이드(PVDF)가 주로 사용되고 있다”면서 “PVDF는 일본이나 유럽의 일부 글로벌 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고 활용 과정에서 전지의 안정성 저하 등 기능적인 문제도 계속 제기돼 왔다”고 설명했다.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PVDF는 매우 강력한 탄소(C)-불소(F) 결합으로 구성 자연적으로는 거의 분해되지 않아 ‘좀비 화합물’이라고 불린다. 분해가 어렵다 보니 주변 환경에 긴 시간 잔류할 뿐만 아니라 연소시킬 때 상당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럽연합(EU)에서는 PVDF를 사용 규제 대상으로 논의하고 있는 실정이다. PVDF를 능가하는 바인더 소재의 개발이 매우 시급한 상황이다.
이 문제를 해결한 KERI의 성과는 양극용 바인더에 ‘실록산(siloxane)’을 적용한 것이다. 실록산은 실리콘과 산소로 이뤄진 화합물로, 전기적 특성이 우수하고 화학적으로도 안정적이다. 임현균·강동준 박사팀은 수년간의 나노복합 기술 연구를 통해 유·무기 소재의 장점을 모두 가지는 ‘하이브리드형 실록산 수지 제조기술’을 확보했고 이를 양극용 바인더에 적용할 수 있는 분자구조 설계 및 합성 제어기술까지 개발 완료했다.
연구팀은 해당 기술이 적용된 완전지(Full cell) 제작을 통해 여러 검증도 거쳤다. 그 결과 KERI 기술이 PVDF가 적용된 기존 바인더보다 1.4배 이상 높은 수명 안정성을 가지는 등 우수성을 확인했다.
KERI 관계자는 “PVDF는 물리·화학적 안정성을 가지고 있고 접착성이 좋지만 최근 전지의 고용량화·고성능화가 진행되며 스웰링(swelling) 현상 발생 및 내부 물질 간 부반응 등 여러 문제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KERI 기술은 이러한 한계를 뛰어넘는 성능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이 기술력의 큰 장점은 불소를 포함하지 않아 친환경적이고 인체에도 무해하다는 것이다. PVDF 사용을 제한하려는 EU의 환경 규제를 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양극 바인더의 해외 의존도 감소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KERI 기술 개발은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안전성이 제고된 분리막 개발과 시너지를 내며 이차전지의 안정성을 한 단계 더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제조부터 사용자 단계에 이르기까지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공정별 전수 검사 체계를 구축해 운영하기로 했다. 셀 제조 과정에서는 엑스레이 등을 통해 실시되는 불량 검사를 자동화하고 모듈과 팩의 소재를 강화하는 등 안전성 강화에 총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삼성SDI는 최근 배터리 ‘열 폭주’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화재 발생 시 배터리 온도가 수초 안에 1000℃를 넘어서는 열 폭주 원인을 규명함으로써 이를 해소할 방안을 찾아내기 위함이다. 또한 셀, 모듈, 배터리 팩 별 전문가로 구성된 열전파방지협의체를 통해 셀-모듈-배터리 팩을 연계한 열 전파 방지 기술을 개발해 제품에 적용하고 있다.
SK온은 분리막을 지그재그 형태로 쌓아 올리는 ‘Z-폴딩’ 공법을 도입했다. Z-폴딩 공법은 분리막 사용량이 일반 공정 대비 증가하지만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됐다.
익명을 요구한 산업통자원부의 이차전지 소관부서 관계자는 “최근 전기차 화재 사고로 소비자들의 전기차 포비아가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국내 배터리 산학연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며 “화재 사고가 적은 브랜드로 자리 잡을 경우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만큼 앞으로 안전성 전략이 실적 개선을 끌어갈 ‘키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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