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창사 이래 최초 전사적 희망퇴직
롯데마트·11번가 등도 직원 수 감축 나서
쿠팡·알리·테무 등 신흥 강자에 위기감↑

지난해 실적 부진을 겪은 유통업계가 잇따라 희망퇴직 신청을 받으면서 몸집 축소에 나섰다.
고물가에 소비 침체가 지속되며 불황에 빠진 유통기업들이 고정비용 축소를 통해 자구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쿠팡, 알리, 테무 등의 공세로 유통 소비 채널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바뀌는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이마트를 시작으로 마트 인력 감축 분위기가 더욱 확산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롯데마트에 이어 이마트, 11번가도 전사적으로 희망퇴직을 신청 받고 있다. 각 사는 수익성 강화와 인력 운용 효율화 차원에서 진행한다는 설명이다.
이마트는 전날 희망퇴직 신청 공고를 게시했다. 근속 15년차 이상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한다. 특별퇴직금은 월 급여 24개월치로, 기본급 기준 40개월치에 해당한다. 생활지원금 2500만원과 직급별로 전직 지원금 1000만∼3000만원도 지급한다. 신청은 다음 달 12일까지다. 이마트가 점포별이 아닌 전사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것은 1993년 창립 이래 최초다.
앞서 이마트는 다음 달과 오는 5월 각각 폐점을 앞두고 있는 천안 펜타포트점과 서울 상봉점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하기도 했다. 기존에는 폐점 점포 인력을 다른 점포로 전환 배치했지만 희망퇴직 방식을 선택한 것은 드문 일이다. 이를 두고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위기가 본격화된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팽배하다.
이마트 직원 수는 2019년 6월 말 2만5000여명(점포 158개)에서 2022년 말 2만3000여명(157개), 작년 말 2만2000여명(155개)으로 각각 감소했다. 작년 한 해 동안 1100명이 줄어들었다. 점포수도 2021년 140개가 넘었지만 지난해 말 기준 133개로 줄었다.
이마트가 희망퇴직을 실시한 데에는 실적 부진의 영향이 크다는 시각이 나온다. 이마트는 지난해 29조4000억원대의 역대 최대 매출을 거뒀으나 신세계건설 대규모 손실로 연결기준 첫 영업손실을 냈다. 이마트의 별도 기준 영업이익도 1880억원으로 전년 대비 27.3% 감소했다.
롯데마트도 2021년에 이어 지난해 11월 창사 이래 세 번째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전 직급별 10년차 이상 사원을 대상으로 최대 27개월 치 급여와 직급에 따른 재취업 지원금 2000만∼5000만원을 차등 지급하는 조건을 내세웠다. 롯데마트는 2020년 실적이 좋지 않은 점포 12개를 정리하고 2021년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창사 이래 처음 희망퇴직을 시행한 바 있다.
롯데쇼핑 직원 수도 2019년 2만5298명에서 지난해 1만9676명으로 축소됐다. 특히 마트 등 할인점 직원 수의 경우 지난해 1만616명으로 전년(1만1405명) 대비 6.9% 감소했다.
온라인 소비 확산에 '쿠이마롯'으로 재편
소비 둔화 장기화로 인력 감축 가능성↑
전통적인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위기는 이커머스 업체의 성장으로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이미 지난해 유통업계 매출 1위를 쿠팡이 차지하면서 기존 1위였던 이마트 매출을 넘어섰다.
쿠팡은 지난해 31조8298억원(약 243억8300만 달러)의 매출과 6174억원(약 4억7300만 달러)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반면 이마트는 지난해 별도기준 총매출에서 전년 대비 2.1% 감소한 16조5500억원을 기록하며 쿠팡 대비 절반 수준에 그쳤다. 같은 기간 이마트 별도기준 영업이익은 1880억원으로 전년 대비 27.4% 급감해 쿠팡의 4분의 1에 불과했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연간 매출액이 5조7347억원으로 전년 대비 2.9%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80.4% 증가한 873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유통 강자 순서를 일컫는 ‘이마롯쿠(이마트-롯데마트-쿠팡)’에서 ‘쿠이마롯(쿠팡-이마트-롯데마트)’으로 재편됐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게다가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까지 국내 시장에 뛰어들어 초저가 마케팅으로 공세를 펼치고 있다. 특히 알리익스프레스는 창립 기념 세일을 통해 달걀·딸기 등 신선식품을 1000원에 판매하며 이용자를 빠르게 늘려가는 추세다. 또한 쿠팡과 납품단가 문제로 1년이 지날 동안 여전히 갈등 관계를 지속하고 있는 CJ제일제당뿐만 아니라 삼성전자까지 알리에 입점 시키며 국내 입점업체 확보에 적극적이다.
실제로 지난달 기준 알리의 월간이용자수(MAU)는 약 621만 명, 테무는 434만 명을 기록했다. 3000만 명인 쿠팡과 700만 명인 11번가를 바짝 뒤쫓고 있다. 알리는 국내 물류센터 설립까지 준비하고 있어 점유율을 더욱 빠르게 늘려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국내 유통시장이 온라인 중심으로 대대적인 재편에 돌입하며 오프라인 업체의 체질 개선이 절실한 상황인 가운데, 기존의 국내 이커머스 업체도 경쟁력에 밀리면서 인력 감축에 나섰다.
적자 누적에 재무위기 이슈까지 겹친 11번가는 지난해 연말에 이어 올해도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11번가는 지난해 12월 만 35세 이상이면서 근속연수 5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이는 2018년 법인 설립 이후 처음 가동하는 희망퇴직 프로그램이다. 이후 4개월 만인 이달 29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또 받는다. 이번 희망퇴직은 2차 넥스트 커리어(Next Career)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인사 부서(HR)에서 검토 후 희망퇴직이 확정되면 3개월분의 급여를 받게 된다.
11번가는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인 8655억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손실은 1258억원으로 전년대비 17% 감소했다. 지난해 말 11번가 대주주인 SK스퀘어가 11번가 매각을 추진했으나 불발됐다. 매각이 원활히 진행되지 않자 선제적 몸집 줄이기를 통해 비용 절감에 나선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고물가에 가계 부채까지 높아지는 상황에서 소비 시장 성장세는 더욱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한정된 유통시장에서 수요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더욱 더 치열해지는 데다 소비 둔화도 장기화되면 점포 수를 줄이는 것은 물론 인력 감축을 통한 몸집 줄이기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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