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물갈이·컨트롤 타워 조직 개편
이마트 창사 이래 최초 적자 전환
"무리한 확장 중단·주가 회복해야"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신세계그룹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신세계그룹

정용진 신세계그룹 총괄부회장이 18년 만에 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신세계그룹의 유통 강자 입지를 회복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신세계의 주력 계열사인 이마트가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하고 이커머스 강자인 쿠팡에 유통업계 매출 1위 자리를 빼앗겼기 때문에 정 회장의 최우선 과제는 실적 회복과 주가 개선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용진 신세계그룹 총괄부회장은 지난 8일 회장으로 승진했다. 2006년 부회장에 오른 후 18년 만의 승진 인사다. 이명희 회장은 그룹 총괄회장으로서 신세계그룹 총수의 역할을 지속한다.

신세계는 연말 인사를 예년에 비해 이른 지난해 9월 발표한 데 이어 이번 인사도 갑작스럽게 발표해 업계의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업계에선 신세계의 유통 강자 입지가 흔들리면서 위기감이 높이지자 정용진 체제에 힘을 확실히 실어주고, 그룹의 위기 상황을 돌파할 수 있도록 책임감과 무게감을 부여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내놓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부터 대대적인 임원 인사를 단행하고 경영전략실 조직 개편에 나서는 등 체질 개선에 힘쓰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의 회장 승진도 이와 같은 맥락의 하나로 보고 있다. 

신세계는 지난해 11월 기존 전략실을 기능 중심의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강화한 경영전략실로 개편하고, 경영전략실장으로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대표를 발탁했다. 그룹의 컨트롤 타워 조직 개편도 약 8년 만에 단행한 것이다. 

지난해 9월에는 대표이사의 약 40%가 교체되는 대대적인 그룹 정기 임원 인사도 단행했다. 그룹의 양대 축인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의 대표도 동시에 교체했다. 이에 대해 실적 악화에 따른 분위기 쇄신 차원의 인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지난해 실적에서도 신세계의 위기감이 여실히 드러났다. 신세계의 주력 계열사인 이마트는 연결 기준 지난해 영업손실이 469억원으로 전년(영업이익 1357억원) 대비 적자 전환했다. 이는 창사 이래 첫 적자다. 순손실도 1875억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매출은 전년 대비 0.5% 증가한 29조4722억원을 기록했다. 신세계건설의 실적 부진도 영향을 끼쳤다.

이마트의 별도 기준 연간 총매출액은 전년 대비 7% 증가한 16조5500억원,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7.3% 감소한 188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로 보면 이커머스 대표 주자인 쿠팡이 지난해 매출 31조8000억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해 절반 수준이다. 전통적인 오프라인 유통 강자였던 이마트가 이커머스 신흥 세력에 밀리는 모양새다. 쿠팡 외에도 알리,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업체가 치고 올라오는 상황에서 신세계의 체질 개선이 절실해진 셈이다.

신세계그룹은 정 회장 취임 발표와 함께 “이번 인사는 정용진 회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을 정면 돌파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이번 정용진 신임 회장 승진의 의미는 절대 가볍지 않다. 과거 ‘1등 유통 기업’의 자리에 머물지 않고 한 단계 더 도약할 기로에 서 있는 신세계그룹이 정 신임 회장에게 부여한 역할이 막중하다”고 언급했다. 

신세계그룹의 주가가 지속 하락하고 있는 점도 과제로 꼽힌다. 

정 회장의 인사 발표가 있던 지난 8일 신세계 주가는 전일 대비 2000원(1.19%) 오른 17만500원에 거래됐지만 이날은 전 거래일 대비 -1.84% 내린 16만54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정 회장이 그간 보여 왔던 경영 행보의 결과가 뚜렷하지 않아 주주들에게 크게 신뢰를 얻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 회장이 과거 신사업으로 주도했던 ‘삐에로 쇼핑’은 일본의 ‘돈키호테’를 모방했다는 시각을 받으며 출발했지만 철수했고, PK마켓, 부츠, 제주소주 등 5년 안에 철수한 사업들이 많았다. 

이에 전문가들은 무리한 사업 확장보다 금융부채 축소, 실적 회복이 우선이라고 지적한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이날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회장직 승진과 관련해 "승진보다 신음하는 이마트 주주에 대한 사과 및 기업 밸류업 대책을 내놓는 것이 옳지 않았나"라고 논평했다.

포럼에 따르면 이마트 주가는 지난 5년, 10년간 각각 59%, 70% 하락했다. 코스피가 23%, 37% 상승한 것과 대조된다. 이마트의 시가총액 2조원 대비 금융부채가 14조원으로 과도하며, 미국 와이너리 등 본업과 무관한 인수·합병(M&A)으로 후유증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포럼은 "그룹 전체 차입금 축소가 절실한데 정 회장과 경영진은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한국은 대부분 패밀리 비즈니스가 우수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이마트는 과도한 빚이 주주의 발목을 잡고 있다. 와이너리, 골프장, 야구단, 스타벅스코리아 등 본업과 무관한 자산 매각으로 차입금을 축소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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