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재복 대표 구속 이어 허영인 회장까지 체포
사법 리스크·노조 리스크 악재에 해외 눈돌려
올해 대기업집단 지정 전 3세 승계 속도 전망

검찰이 노동법 위반 의혹을 받고 있는 허영인 SPC그룹 회장에 대한 체포영장을 지난 2일 집행했다. 사진은 허 회장이 지난 2022년 10월 서울 서초구 양재동 SPC 본사에서 SPL 안전사고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고 있는 모습 /류빈 기자
검찰이 노동법 위반 의혹을 받고 있는 허영인 SPC그룹 회장에 대한 체포영장을 지난 2일 집행했다. 사진은 허 회장이 지난 2022년 10월 서울 서초구 양재동 SPC 본사에서 SPL 안전사고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고 있는 모습 /류빈 기자

SPC그룹이 위기에 빠졌다. 황재복 SPC 대표이사가 지난달 초 구속된 데 이어 약 한 달 만에 허영인 SPC그룹 회장까지 체포되면서 경영 공백이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이에 SPC그룹이 진행해오던 해외 사업, 신규 투자 등 사업 차질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대신 오너 3세 경영 승계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임삼빈 부장검사)는 지난 2일 허 회장에 대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법원에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했다. 검찰은 전날 오전 8시께 허 회장이 입원해 있던 서울 시내 한 병원에서 영장을 집행한 뒤 서울중앙지검으로 압송해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전날 허 회장에게 소환을 통보했으나 "건강상 이유로 병원에 입원 중이라 출석이 어렵다"며 불응했다. 허 회장은 지난달에도 검찰로부터 세 차례 출석을 요구받았으나 업무 일정 등을 이유로 응하지 않았다. 같은 달 25일 검찰청에 출석했으나 가슴 통증을 호소해 조사는 1시간 만에 종료됐다.

허 회장은 2019년 7월∼2022년 8월 SPC 자회사인 피비파트너즈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조합원들을 상대로 노조 탈퇴를 종용하고 승진 인사에서 불이익을 주는 과정에 관여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황재복 SPC 대표이사도 이와 관련한 내용으로 지난달 4일 구속돼 같은 달 22일에 재판에 남겨졌다. 검찰은 먼저 구속기소한 황 대표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허 회장의 지시가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받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최장 48시간 동안 허 회장 신병을 확보한 상태에서 그룹 차원의 부당노동행위와 수사관과의 금품거래 사실을 알았는지, 이를 지시 혹은 승인했는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이날 SPC그룹은 입장문을 내고 허 회장의 입장이나 상태를 무시하고 무리한 체포영장을 집행한 데 대해 유감이라고 밝혔다.  

SPC그룹은 "지난달 13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공수사제3부로부터 지난달 18일 오전 9시30분까지 출석 요구를 받았으나, 이탈리아 시장 진출을 위해 중요한 행사인 파스쿠찌사와의 MOU 체결을 앞두고 바쁜 상황이었기 때문에 출석일을 일주일만 조정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며 "그럼에도 검찰은 출석일을 조정해주지 않았고 연이어 출석을 요구했다"고 항변한다.

이어 "허 회장은 고령에 행사 일정을 무리하게 소화하는 과정에 누적된 피로와 검찰 조사로 인한 스트레스로 조사 도중 건강 상태가 악화됐다"며 "담당 전문의는 공황 발작 및 부정맥 증상 악화 가능성이 높아 2주간 안정 가료를 요한다는 소견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SPC 안전 사고 등으로 불매 운동 확산
노조 간 갈등·출점 규제로 해외 눈돌려

이뿐만 아니라 SPC그룹의 악재는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22년 10월 15일 경기 평택시 소재 SPC그룹의 베이커리 제조 계열사 SPL 제빵공장 냉장 샌드위치 라인 배합실에서 20대 근로자가 소스 교반기에 끼어 숨진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강동석 SPL 전 대표는 중대재해법 위반 등 혐의로 지난해 8월 기소됐다. 강 대표는 사고 발생 이후 11개월 만에 자진 사임했다. SPC그룹 계열사인 샤니 제빵공장에서는 2022년 10월에 이어 지난해 7월에도 근로자의 손가락이 기계에 끼어 다치는 사고가 발생해 안전 불감증 논란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이 확산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황 대표와 함께 각자 대표로 있던 강선희 SPC 대표가 남편 선거 운동을 돕기 위한 이유로 지난달 취임 1년 만에 사임하면서 경영 공백 사태가 벌어지게 됐다. 

이에 SPC의 사업 확대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특히 노조 간 갈등과 출점 규제, 내수 시장 포화 등의 영향에 따라 국내보다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려했으나 차질이 우려된다. 앞서 허 회장은 지난달 24일 방한한 이탈리아 커피 브랜드 파스쿠찌 CEO이자 창업주 3세인 마리오 파스쿠찌와 만나 ‘이탈리아 내 파리바게뜨 마스터 프랜차이즈’를 위한 MOU를 체결했다. 

SPC그룹은 2004년 중국을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이후 미국, 프랑스, 영국, 캐나다, 싱가포르,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10개국에 진출해 56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파리바게뜨의 11번째 진출국이자 유럽 3번째 진출국이다. 그러나 경영 공백이 생기면서 해외 시장 진출 확대 속도가 더뎌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잇따른 악재에도 불구하고 SPC그룹의 핵심 계열사이자 유일한 상장사인 SPC삼립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포켓몬빵 등의 인기로 지난해 매출 3조4333억원, 영업이익 917억원을 기록하며 2년 연속 3조원대 매출을 달성했다. 

SPC그룹은 올해 공정거래위원회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 집단)에 이름이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자산 총액이 5조원을 넘기면 준대기업집단으로 분류되는데, SPC 대부분의 계열사 실적이 개선됨에 따라 그룹 자산총계가 5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허 회장 장남 '제빵사업'·차남 '외식사업' 승계 구도 전망

SPC그룹은 각종 규제가 강화되는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되기 전에 오너 3세 승계에 속도를 내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더욱이 CEO 경영 공백 사태까지 겹치면서 빠른 승계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승계 구도 전망도 구체화되고 있다. 업계에선 허 회장이 장남인 허진수 파리크라상 사장에게 제빵 사업인 파리크라상과 SPC삼립을 물려주고, 차남인 허희수 SPC그룹 부사장에게는 외식 사업인 비알코리아와 섹터나인을 물려줄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특히 최근 지주회사인 파리크라상에서 쉐이크쉑 한국사업 부문을 떼어내 신설 법인인 빅바이트컴퍼니를 만들어, 이를 허 부사장이 전략총괄임원으로 재직 중인 비알코리아의 계열사로 편입시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쉐이크쉑은 허희수 부사장이 국내 도입을 진두지휘한 외식 브랜드다. 또한 IT 솔루션 계열사 섹터나인 등 신사업도 허 부사장이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SPC그룹 본사 인근인 도곡동에 신규 사옥을 마련해 허 부사장이 경영 총괄을 맡은 배스킨라빈스와 섹터나인을 이전시키며 허 부사장의 독립 경영 가능성을 암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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