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학장 보란 듯 110명→230명 증원 약속
미니 의대 입학정원 메이저 의대 추월하나?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의사 반발이 거세지만 지방국립대와 50명 미만의 미니 의대를 운영하는 대학 총장들은 2000명 증원이란 숫자의 유혹을 떨치지 못하는 모습이다. 또 이를 간파한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증원 신청 독려에 나섰다.
윤 대통령은 4일 경북대에서 민생 토론회를 주재하면서 "기존 110명인 의대 정원을 250명으로 늘리겠다"는 홍원화 경북대 총장의 주장에 대해 "230% 의대 정원을 증원해 좋은 의사를 많이 길러내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해 드리겠다"고 답했다.
'첨단 신산업으로 우뚝 솟는 대구'를 주제로 열린 행사 모두 발언에서도 윤 대통령은 "정부에서 의사 정원 증원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며 "대구를 비롯한 지방에서 그 혜택을 더 확실하게 누릴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경북대·영남대·계명대·가톨릭대 의과대학은 전통의 명문 의대"라면서 "지역 의료, 필수 의료 강화를 위해 의대 정원을 충분히 늘리고 지역에서 중고등학교를 이수한 지역 인재 정원(TO)을 대폭 확대해 지역 인재 중심의 대학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경북대 방문은 의대 입학 증원 신청 서류 제출 마감을 반나절 앞두고 이뤄졌다. 앞서 대학 본부의 일방적 증원을 우려한 권태한 경북의대 학장이 홍원화 총장에게 "현행 110명 동결, 혹은 전국 의대학장협의회가 요청한 10% 증가폭 안에서 제출을 바란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 알려지면서 홍 총장이 수세에 몰리자 대통령이 지원 사격을 펼친 것이다.
지난 3·1절 연휴 동안 전국 대학 총장들은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가 의대 정원 신청서 제출 거부를 요청한 것과 관련해 내부 회의를 가졌다. 부산대 의대 교수들은 차정인 총장을 만나 대학 본부가 일방적으로 정원 확대에 나서는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부산대는 이날 처국장 회의 등 추가 논의 과정을 거쳐 증원 규모를 확정할 예정이다.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에 타격을 받은 다른 '대형 의대'들이 몸을 사리는 가운데 경북대의 140명대 증원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경북대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의대생을 가진 대학이 된다. 또 윤 대통령의 밀어주기에 힘을 받은 정원 50명 미만 '미니 의대'의 증원 신청이 쇄도할 움직임도 감지된다. 이미 경상국립대와 울산대가 2배 이상의 증원을 예고해 서울대·연세대 의대 입학 정원을 역전하는 상황도 예상된다.
지방의 사립대 한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적정 의사 수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메이저 의대보다 미니 의대 정원이 많아지면 의료의 질 저하와 지대추구의 기회를 다수에게 확산시켜 사회적인 낭비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방 의대 정원을 늘린다고 의사들이 지방에 남아 있으리란 보장이 없다"며 "현재 지역 의료 공백이 지방 의대 정원이 부족한 데서 비롯됐다는 판단이라면 큰 오산"이라고 주장했다.
지대추구 방지 이론은 윤 대통령의 의대 증원 정책의 골간이 되는 개념이다. 전문성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의사, 변호사 등의 자격제도가 신규 진출 숫자를 제한하는 카르텔로 작용해 지대를 만들어낸다는 주장이지만, 의사 직종의 경우 경쟁 제한을 줄이는 행위 자체가 지대 추구 행위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교육부는 "오늘 밤 자정까지 정해진 기한 안에 증원 신청을 하지 않으면 임의적인 증원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박성민 교육부 기획조정실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집계는 내일 오전 중으로 이뤄질 것"이라면서 구체적인 접수 상황 발표 계획에 대해선 함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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