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희의 윤희숙 압도도 의료 대란 영향
부산 텃밭 붕괴 조짐에 강남을도 빨간불

지난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열린 대한의사협회 주최 전국 의사 총궐기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열린 대한의사협회 주최 전국 의사 총궐기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분노의 포도가 사람들의 영혼을 가득 채우며 점점 익어 간다. 수확기를 향해 점점 익어 간다.' 존 스타인벡의 소설에 등장하는 '분노의 포도'는 일종의 상징이다. 절망의 땅을 떠나 새로운 기회를 찾으러 나선 주인공에겐 캘리포니아주를 향한 잘 포장된 도로이기도 하다.

윤석열 정부의 무리한 의대 증원 정책이 결국 4·10 총선을 앞두고 의사들을 분노의 포도(鋪道)로 끌어낸 모습이다. 여권이 선거에 임박해 뒤늦은 수습에 나서기 전부터 민주당은 대형 병원을 중심으로 의사들의 여론을 규합해 여당 강세 지역 탈환을 도모해 왔다.

26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대형 병원이 입지한 지역구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압도하는 새로운 판세가 확인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과 제생병원이 있는 성남시 분당을과 분당갑 △연세대 수련병원인 세브란스병원과 인접한 강남을과 용인갑 △강북삼성병원과 서울대병원이 위치한 종로구 △해운대 백병원이 위치한 해운대갑이 대표적이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된 여론조사를 종합하면 △한양대병원이 있는 중성동갑 △중앙대 흑석병원이 있는 동작을에서도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를 압도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조선일보·TV조선이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시행한 여론조사에서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후보(43%)가 윤희숙 국민의힘 후보(27%)를 오차 범위 밖으로 따돌리고 있다.

여당의 텃밭 붕괴 조짐도 읽힌다. 지난 21~23일 경기신문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앤써치에 의뢰해 성남시 분당갑 지지율 조사 결과, 이광재 민주당 후보(48.4%)가 안철수 국민의힘 후보(40.5%)를 7.9%p 차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철수 후보가 이날 뒤늦게 2000명 의대 정원 증원 재검토 기자회견에 나섰지만 분당 지역 의사들을 이미 캠프로 영입한 이광재 후보가 기선을 제압한 모습이다.

안철수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이 26일 오후 성남시의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의대 증원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이 26일 오후 성남시의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의대 증원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급해진 안철수 긴급 기자회견 열지만
지역 의사·개원의 다수 민주당 캠프 行

부산광역시, 울산광역시, 경상남도(부울경) 지역의 개원의 50%가 거주하는 부산 해운대에서도 빨간불이 켜졌다. 주진우 국민의힘 후보가 홍순원 민주당에 추월당하며 단 한 번도 빼앗기지 않은 '보수 텃밭'을 내놔야 하는 상황에 부닥친 것이다. KBS 부산방송총국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21~24일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주진우 국민의힘 후보(39%)는 홍순헌 민주당 후보(43%)에 4%p 차이로 밀리고 있다.

용산 대통령실이 위치한 신정치 1번지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동아일보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8~19일 서울 용산 선거구에 거주하는 성인 남녀 50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강태웅 민주당 강태웅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42%)이 권영세 국민의힘 후보 지지(38.1%)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물론 당선 가능성에선 현역 의원이자 윤 대통령 복심으로 알려진 권 후보가 39.2%로 강 후보(28.9%)보다 앞섰지만 지난 총선에서 두 사람의 표차는 단 890표였던 점을 감안하면 지역 내 의사들의 표심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주민 대비 의료기관 수가 49.9개에 달할 정도로 개원의가 밀집된 강남을에서도 강청희 민주당 후보가 박수민 국민의힘 후보를 오차 범위 내로 바짝 추격하는 이상 조짐이 보인다. 여론조사꽃이 18일~19일 진행한 가상대결 조사 결과 박 후보는 35.7%, 강 후보는 32.8%의 지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일 의대 교수들이 집단 사직서를 제출한 연세대 의대는 강남세브란스와 함께 용인세브란스를 수련병원으로 두고 있다. 경인방송과 인천일보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2~23일 용인갑 지역에서 여론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49.4%가 민주당 이상식 후보를 지지했다. 대통령실 출신 이원모 국민의힘 후보(33.5%)와는 15.9%p 격차를 보였다. 개혁신당 양향자 후보 지지율은 4.1%에 그쳤다.

* 인용된 여론조사 개요 

①TV조선/조선일보 의뢰 케이스탯리서치 22~24일 서울특별시 중구 성동구 갑 선거구 국회의원선거 조사 ②경기신문 의뢰 알앤서치 21~23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갑 선거구 국회의원선거 조사 ③KBS 부산/국제신문 의뢰 한국리서치 의뢰 21~24일 부산광역시 해운대구갑 선거구 국회의원선거 조사 ④동아일보 의뢰 리서치앤리서치 18~19일 서울특별시 용산구 선거구 국회의원선거 ⑤경인방송/인천일보 의뢰 한길리서치 22~23일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갑 선거구 국회의원선거 조사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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