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취재 결과 184명 중 5명만 계약
병원 측 구체적 이탈 상황에 대해 함구
한덕수, 보건의료 재난 경보 심각 격상

윤석열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 증원 강행으로 전공의 파업이 전국적으로 확산한 가운데, 서울대병원 신입 전공의 95% 이상이 마지막 오리엔테이션(OT) 모임에 불참하고 임용 계약을 포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일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 CJ홀에서 예정된 오리엔테이션이 파행을 맞았다. 올해 상반기 전공의 채용에 합격한 신입 184명 가운데 5명만 참석하고 나머지는 발령 직후 사직서를 제출키로 했다는 것.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대병원 교육수련팀은 지난달 31일 2024년도 전공의(인턴) 선발 최종합격자를 발표했다. 184명의 최종합격자는 지난 2월 13일부터 21일까지 등록 서류를 제출했다.
앞서 2월 2일에서 8일까지 신체검사를 받은 이들은 사흘에 걸쳐 전산·응급처지심폐소생술(CPR) 교육과 인턴 술기 평가도 받았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이 집체교육 및 계약서 작성이 예정된 22일 OT에 불참하면서 임용 계약을 포기, 자동 사직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는 지역별 데이터 공개 안 하면서
병원 탓만···사직서 3월20일 자동 처리
정부는 전공의들의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업무개시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의료법 위반으로 간주한다. 대한의사협회 지도부를 집단행동 주동자로 보고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병·의원 휴업 동참 강요)이나 업무방해(전공의 진료 거부 공모) 혐의를 적용해 면허 정지 행정 처분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임용 계약 거부에 나선 서울대병원 신입 전공의 184명에 대한 직원 번호(사번)는 지난 6일 통지된 상황이다. 만약 병원으로부터 발령이 내려지면 곧바로 사직서까지 제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1일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에 속한 1만3000명인 전체 전공의 가운데 927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박민수 제2차관은 병원의 상황 보고가 부실하다며 지역별 전공의 이탈 상황을 비밀에 부치고 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전일 OT 일정이 있었고 행사가 진행된 것은 맞지만 참석자 수에 대해선 교육수련팀에서도 확인해 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의과대학 안팎에선 정부가 업무복귀명령서 불이행 확인서 날인을 요구하더라도 김영태 병원장이 과태료 3000만원을 감수하고 서명하지 않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지방 대학병원 한 관계자는 "서울대 신입의 경우 근무한 기간이 없어 사직으로 봐야 하는지 애매모호하지만, 대다수 전공의의 사직서 수리는 3월 20일 자로 자동 수리되는 것을 노무사를 통해 확인했다"고 전했다.
한편 한덕수 국무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이날 오전 8시부로 보건의료 재난 경보단계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했다. 다만 전공의 집단 이탈의 원인이 된 의대 증원을 취소하고 원점부터 논의하자는 의료계의 요구엔 대통령 뜻이란 이유로 선을 긋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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