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종사자 처우개선 먼저"
무자격 간병인 공급만 유인
"장기 요양 근간 무너진다" 우려

더불어민주당이 총선 1호 공약으로 내세운 '간병비 급여화'를 두고 장기 요양 업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국가 자격증인 요양보호사와 달리 인력 대다수가 중국 동포로 구성된 무자격 간병인을 급여화하는 정책으로 인해 요양보호사가 외면받고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22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통합한국요양보호사중앙회(중앙회)와 한국노인복지중앙회(한노중) 등 장기 요양 단체는 국회에서 간병인 급여화를 반대하는 내용이 담긴 성명을 발표했다.
현행법상 간병인은 자격증이 없고 대부분 의료기관인 요양병원에서만 근무하고 있다. 요양보호사는 장기 요양법에 따라 교육기관에서 소정의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국가시험에 합격한 후 국가가 부여한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한 사람에게 부여되는 국가 자격증이다. 장기 요양법에 의해 운영되는 비의료기관인 요양원에서 근무한다. 돌봄 대상도 요양보호사의 경우 장기 요양 등급을 판정받은 수급자로 한정되어 있다.
중앙회 측은 "요양병원에 근무하는 간병인의 80%는 외국인 근로자인 현 상황에서 요양병원 내 간병인 대상 월 급여제 시행은 현재 요양시설과 재가 기관에서 근무하는 요양보호사와 요양보호사 지망생에게 절망과 자괴감을 준다"고 비판했다.

김영달 한요중 회장은 "요양보호사는 노인복지법에 의해 240시간의 교육을 받고 국가고시에 합격한 국가자격을 취득한 사람들로 요양시설과 재가시설에 취업하여 거동이 불편한 분들에게 서비스를 지원하고 돕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며 "임금 등 처우는 아직도 매우 열악하고 취업의 문은 매우 좁은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이러한 현실에서 최근 대한요양병원과 정치권에서 제기된 요양병원에 근무하는 간병인들에게 월 급여제를 실시한다고 발표한 것은 장기 요양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심각한 문제"라고 호소했다.
한노중을 포함한 보건복지부 장기 요양 법정 단체도 간병비 급여화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발표했다. 지난 11월 21일 권태엽 한노중 회장은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표면적으로는 국민편의 제고라는 말로 포장하지만, 결국 간병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이미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추가적인 재원 지출을 강요하는 행위이며 같은 돌봄 인력인 요양보호사를 말살할 수 있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중국 동포만 '20만명' 육박 간병인 시장
2021년 고용노동부가 펴낸 '가사돌봄 시장의 인력수급 현황 분석 및 외국인력 고용 등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보면 국내 간병인 종사자는 2017년 16만명에서 2018년 23만6000명, 2021년 27만명으로 매년 증가세다.

간병인은 환자 개인이 고용한 경우가 대다수인 데다 공식 집계가 없기 때문에 정확한 현황은 파악하기 힘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장에선 간병인 종사자의 대부분은 중국 동포인 것으로 본다.
해당 연구 책임자인 강정향 숙명여대 정책대학원 객원교수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의료업계 의견을 종합하면 현재 간병인의 90% 이상은 외국인과 귀화인"이라며 "이 중 대부분이 중국 동포이고 나머지는 고려인 동포로 본다"고 전했다.
강 교수는 "힘들고 박봉인 데다 하루를 온전히 환자를 위해 써야 하니, 내국인이 간병 업무를 기피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중국 동포 간병인은 다른 외국인에 비해 한국어 구사 능력이 좋기 때문에 환자 가족도 선호한다"며 "간병인 자격 조건이 까다롭지 않고 진입장벽도 낮아서 중국 동포들이 몰려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가자격증' 요양보호사 입지 우려
이를 두고 학계에선 돌봄 간병 시장에서 국가 자격증으로 이미 운영되고 있는 요양보호사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정은 숭실사이버대 요양복지학과 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요양보호사에 비해 간병인은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집단도 아닐 뿐더러 협회조차 없는 집단"이라며 "마찬가지로 최저임금으로 일을 하는 국가 자격증인 요양보호사에 대한 처우개선도 시급한 상황에 간병인 급여화 정책을 시행한다면, 요양보호사 사기 저하 등으로 인한 대규모 이탈도 심각하게 우려된다"고 전했다.
요양보호사의 처우는 매우 열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경제신문이 지난 8월부터 9월까지 한 달간 국내 요양보호사 1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처우개선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들이 받는 평균 월급은 약 240만원.
또한 자격 보유자가 150만명에 달하는데도 실제로 활동하는 요양보호사의 수는 60만명(약 40%)가량인 상황이라 인력난도 심각하다. 따라서 돌봄 현장에선 간병을 건강보험 보장 범위 내로 끌고 들어오는 과정에서는 필연적으로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간병 업계 관계자는 "비슷한 종류의 노동을, 심지어 자격증까지도 따고 하는 요양보호사는 낮은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무자격 간병인에게는 지금 받는 수준의 임금을 책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인력 체계를 그대로 둔 상태로 간병비를 건강보험 보장 범위로 밀어 넣겠다는 건 의도와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 때문에 간병비를 건강보험에서 보장해 주려면 상업적으로 돌봄 행위를 할 수 있는 인력의 자격 규정을 법적으로 명확히 하는 것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간병이 가능한 인력을 요양보호사 등의 직업으로 일원화하고, 병원에 출입 가능한 간병인도 명확히 제한하는 일종의 ‘구매독점’을 구현해야 간병 인력에 대한 통제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법적 정비가 끝난 후에도 간병의 질에 대한 중요한 사회적 합의가 하나 더 남는다. 주요 선진국처럼 높은 의료 비용을 지불하고 전문성 있는 간호사가 환자 간병까지 담당토록 할 것인지, 아니면 현재 일부 요양병원에서 채택하고 있는 것처럼 간병인 한 명이 여러 환자를 담당토록 해서 가성비 좋은 간병을 구현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단순히 간병비 부담이 제기되니까 간병비도 나라가 부담할 거라는 식이 되어서는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 '치아 없어도 진료를 못 받아요' 요양원 입소자 무치악 비율 30%···시설 내 전문의 '0명'
- 삼성생명이 운영하는 요양원 나온다···KB·농협·신한과 '4강 구조'
- 한국요양보호사중앙회 "간병인 월 급여제 반대"
- 노인요양시설만 해당 '선임 요양보호사' 제도···형평성 논란
- 월 360만원 받는 '입주요양보호사' 수요 급증에 제도화 시급
- [기고] 현지 조사 후 기관에 찾아오는 것들, 화불단행(禍不單行)
- 한노중, '현대차그룹 이동약자 모빌리티 지원사업 감사장 전달식' 진행
- 요양병원 감염관리 여전히 미흡···전국 대상 첫 실태조사 시행
- [단독] 내년부터 사회복지사의 가족요양보호사 현장 감독 강화한다
- 로봇이 노인·장애인 배변 처리도 돕는다···배설케어로봇업체 '큐라코'
- 요양보호사는 빠진 '요양보호사 처우개선' 위원회
- 복지부, 요양원에 방역 지원금 50억원 지급
- 정석왕 한장협 회장, '복지의 내일을 그리다' 북 콘서트 개최
- [기고] 요양기관 환수처분, '무리와 상식 사이'
- 尹 국정과제 간병비 급여화 없는데···野 총선 1호 공약으로 둔갑
- 요양보호사 처우 개선 위해선 통합된 권익단체 설립해야
- 非 의료시설 '요양원' 입소자 30% '의료지원' 필요···"촉탁의 제도 개선해야"
- 2030세대 요양보호사 전 연령대 1%···"급여 상승 없는 유일한 직종"
- 'D-10' 비자 소유한 외국인, 요양보호사로 2년 일하면 영주권 부여
- 방문 요양보호사도 '승급제' 적용···2024년 달라지는 처우개선 '3종 세트'
- 정부, 고용허가제 신규 업종 허용···호텔·콘도업에 외국인 노동자 생긴다
- '112세 하루 앞두고'···새해 전날 세상 떠난 이탈리아 최고령자
- "다 잃을 판"···간호법·간병비 급여화 두고 '한숨' 200만 요양보호사
- 부모님 집에 설치한 '홈캠'···요양보호사에겐 '감시초소'
- "200만 종사자 정치 세력화"···한노중,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개선 촉구
- 요양보호사 문턱 높아진다···"교육비 선납, 6개월 근속해야 환급"
- 요양급여 46억 횡령한 건보공단 직원···필리핀서 검거
- '미·중 대리전' 대만 총통 선거, 민진당 승리···'굴종' 대신 '독립'
- '권위의식' 우려 선임 요양보호사···"월급 더 받고 쉬운 일만 해요"
- 돌봄 요양업에 꽂힌 호텔·건설·금융사···장기 요양 선점경쟁
- 요양보호사 교육계 "훈련비 90% 자부담 정책··· 강력 비판"
- "1분 늦게 클릭했다고 결석 처리 했어요"···요양보호사 교육원 전자출결 혼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