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명 장기요양위원회, 요양보호사 '0명'
전문가 "권익 스스로 대변하게 해야"

일본 교토에 위치한 노인요양시설 '고향의집' 소속 개호복지사들이 교육을 듣고 있다. /김현우 기자
일본 교토에 위치한 노인요양시설 '고향의집' 소속 개호복지사들이 교육을 듣고 있다. /김현우 기자

보건복지부 산하 장기요양위원회에 요양보호사를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요양보호사 처우개선을 논의하는 자리에 요양보호사가 없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면서 현장 경험이 있는 당사자가 직접 위원회 회의에 참여해야 한다는 제안이 업계에서 나온다. 

4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수면 위로 떠오르는 요양보호사 처우개선 논의와 관련, 업계에선 요양보호사를 장기요양위원회 위원 명단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2020년 4월 1일부터 2023년 3월 31일까지 운영된 '제5기 장기요양위원회 위원 구성'을 보면 위원장 포함 총 22명 중 요양보호사는 한 명도 없다. 장기요양위원회는 가입자·공급자·공익위원으로 구성됐다. 위원회에서는 장기 요양보험료율, 가족요양비, 특례요양비, 재가 및 시설 급여비용, 종사자 처우개선 등의 사항을 심의한다.

제5기 장기요양위원회 구성. 요양보호사 단체 혹은 요양보호사는 위원 명단에 없다. /보건복지부
제5기 장기요양위원회 구성. 요양보호사 단체 혹은 요양보호사는 위원 명단에 없다. /보건복지부

특히 장기 요양 돌봄 영역 현장 종사자 중 요양보호사의 역할이 커지면서 이들의 처우개선 문제가 위원회 내부에서 자주 언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장기요양위원회에서 논의되는 사항 중 요양보호사 처우개선 논의를 정작 요양보호사가 없이 진행한다는 점을 비판했다.

김정은 숭실사이버대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요양보호사 자신들의 권익을 스스로 대변하지 않고 남들이 대신 목소리를 내주니 더욱 처우개선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일본의 경우 개호복지사(요양보호사)라는 국가 자격이 있고 협회가 있다. 개호보호사협회에서는 요양보호사 스스로 자기 일과 역할에 관해 규정한다. 전문성을 갈고 닦기 위해 양성 과정 커리큘럼 개선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권리를 주장함과 동시에 전문성을 기르려고 스스로 노력한다"고 전했다. 

정부는 2024년 10월부터 '요양보호사 승급제'를 정식 도입한다. 이를 통해 요양보호사와 시설 관리자급 사이의 소통 창구를 마련하겠단 계획이다.

요양보호사 승급제는 기존 요양보호사 중 5년 이상 근무한 자를 요양원 관리자급에 선별해 일명 '팀장 요양보호사' 직급을 부여하는 정책이다. △서비스 제공 기술 지도 교육 △요양보호사 고충 상담 △서비스 제공 기록 작성에 대한 교육 점검 등의 추가 업무를 부여한다. 

22년 차 요양보호사 A씨는 "요양보호사의 업무 고충을 팀장급 요양보호사에게 보고하고 팀장급 종사자는 이를 시설장에게 전달하는 체계를 만들어 처우를 개선하겠다는 계획은 환영할 수 있지만, 정작 정부와의 소통 창구가 없다"면서 "요양보호사 승급제를 통해 전국 단위의 공식 요양보호사 단체를 만들어 복지부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장기요양위원회에 요양보호사 대표가 참여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최근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노인장기요양보험법 개정안에 요양보호사의 장기요양위원회 참여를 법제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개정안 제안 이유를 보면 '장기요양위원회 구성에 장기 요양 요원을 대표하는 자를 포함하며 장기 요양 요원 지원센터의 업무에 성희롱·성폭력 등으로 인한 고충 상담 및 지원 업무 등을 추가하여 장기 요양 요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명시됐다. 

익명을 요구한 노인요양시설 원장 A씨는 "요양보호사는 초고령화 시대에 돌봄의 최전선에 놓여 있는 직종"이라며 "학계 및 각 요양 단체 관리자급으로만 구성된 장기요양위원회의 개편이 필요하다. 특히 요양보호사는 현장 경험이 풍부한 복지계 종사자로서 장기 요양 정책을 논의할 때 꼭 필요한 직종이다. 무엇보다 요양보호사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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