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완화 계획에 업계선 환영
현재는 KB손보만 시설 운영중
품질 향상·선택 폭 확대 기대

생명보험업계 1위 삼성생명이 요양사업에 진출한다. 삼성생명은 내년 1분기 요양사업 계획을 확정 짓기 위해 관련 태스크포스(TF)를 신설했다.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삼성 노블카운티를 운영하며 쌓은 경험과 함께 막대한 자금력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최근 요양사업을 위한 TF를 구성하고 각 부서에서 인력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신규 요양시설 설립과 시니어 관련 보험상품, 건강관리 서비스 상품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TF 구성을 마무리하고 요양사업 준비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삼성생명은 올해 3분기 IR(기업발표회)에서 내년도 65세 이상 인구가 10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시니어 케어 시장에 진출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삼성노블카운티를 운영했던 경험도 시니어케어 시장 진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노블카운티는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운영하는 고급 시니어타운이다.
최근 요양사업은 '저출산과 고령화'로 저성장 고민에 빠진 생명보험사들에게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대한민국 요양 시장은 2012년 2조9000억원에서 2020년 10조원 규모로 커지는 등 연평균 16.6%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생보사가 요양사업 진출에 적극적인 이유다.

정책적 규제 완화도 큰 몫을 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발표를 통해 요양 사업주가 시설이 들어서는 토지나 건물을 소유하지 않고 임대만으로도 요양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당장 전면 확대는 아니더라도 특정 지역과 일정 규모의 비영리법인 등의 임차 요양원 허용을 검토하겠다고 한 만큼 장기적으로는 보험사도 임차 요양시설을 설립할 수 있도록 허용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보험사의 요양업계 진출을 두고 긍정적인 반응이 나온다. 우선 도심의 요양시설 공급이 늘어나 요양 서비스 수요가 충족되는 등 만족도가 올라갈 수 있고 대규모 민간 자본 및 양질의 요양 사업자 유입으로 서비스 품질 향상 및 소비자 선택권이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일본에서는 대형 손해보험그룹 솜포홀딩스가 요양 서비스 회사인 ‘솜포케어’를 설립하고 시설 요양 사업과 재가 요양 사업에 진출, 약 2만6000호의 요양시설 및 고령자 주택 등을 설립·운영하고 있다. 대형 법인 사업자의 장점을 활용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삼성·신한·농협·KB '4파전' 구도
삼성생명보다 앞서 생보업계에서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곳은 KB라이프생명이다. 올해 10월 KB라이프생명은 KB골든라이프케어를 자회사로 편입하고 본격적으로 사업 확장에 나섰다. 2025년엔 서울 강동·은평빌리지, 경기 광교빌리지 등 3곳을 추가한다. 2년 후 KB라이프생명은 총 6개의 시니어 케어 인프라를 갖춘다. 신한라이프는 2027년 완공을 목표로 서울특별시 은평구에 노인복지주택 단지(실버타운)를 조성한다.
노인복지주택은 임대료 등 입소 비용을 60세 이상의 개인이 전액 부담해야 한다. 보험사 입장에선 60세 이상의 개인이 지불하는 비용을 통해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것과 동시에 가입자들에 대한 연계 영업 등을 강화할 수 있다.
NH농협생명도 내년부터 요양사업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위해 전담 조직을 신설했다. NH농협생명은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경영기획부 내 신사업추진단과 신사업추진파트를 꾸렸다. 이 조직은 요양·상조 부문의 신사업 발굴을 주관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NH농협생명은 올해 초 직원 주도의 상향식 신사업을 발굴하기 위해 사내 혁신조직을 도입해 가동했고 별도의 TF를 꾸려 시니어 사업에 대한 사업진출 기회 요인을 모색해 왔다. NH농협생명은 올해엔 시니어 사업 진출을 위한 시장조사 단계였다면 내년에는 본격적으로 시니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해당 부서를 신설한 것이다.
신한라이프도 요양사업 자회사를 재편해 내년부터 본격 추진에 나선다. 신한라이프 자회사인 신한큐브온은 지난 7일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해 다른 자회사 신한금융플러스로부터 요양사업을 양수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신한큐브온은 신한라이프가 지난 2021년 12월 생명보험업계 최초로 설립한 헬스케어 자회사다. 신한큐브온은 현재 요양사업 양수에 대한 금융당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신한라이프는 내년부터 신한큐브온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인 요양사업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신한라이프 관계자는 “현재 요양시설 건립 부지 매입과 관련해 가계약을 마친 상태”라며 “금융당국 승인 절차를 거쳐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80~90세에 진입하면 요양 서비스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돼 노년층의 다양한 욕구를 반영한 요양시설과 서비스 공급을 검토해야 한다"며 "유럽이나 일본처럼 요양시설 건물을 임차할 수 있거나 위탁 운영이 허용된다면 보험사들의 진출이 늘면서 양질의 요양시설이 빠르게 확충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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