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사회복지시설 4개 단체, 장애인 시설 폐쇄 규탄 행사
한국사회복지시설단체협의회 "시설-지역사회 공존해야"
이종성 의원 "'탈시설' 단어에 갇히면 안돼...균형 갖춰야"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사회복지시설단체협의회 관계자들이 '탈시설 지원법' 규탄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김현우 기자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사회복지시설단체협의회 관계자들이 '탈시설 지원법' 규탄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김현우 기자

'궁극적으로 장애인 생활 시설을 폐쇄하고, 사회 속에서 장애인이 일반인과 함께 살아가게끔 하기 위한 제도'의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명 '장애인탈시설'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인데, 국회에서도 '탈시설지원법'이 상정돼 계류 중이다. 그런데 사회복지시설단체는 해당 제도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장애인탈시설'이란, 기존 장애인 생활 시설에서 발생하는 인권 유린·열악한 서비스·학대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복지 서비스 대안책이다. 대규모 시설수용을 반대하고 시설 거주 장애인의 권리 증진을 위해 자택 등 일반 거주 시설에서 장애인이 보호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한국사회복지시설단체협의회(한단협)·시설협회·한국종교계사회복지협의회·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 등 4개 단체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장애인 탈시설 지원법을 두고 "악의적 이분법 프레임에 갇힌 정치적 도구"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7년 출범 당시, 국정과제목록 42번으로 '탈시설 등 지역사회 정착 환경조성'을 실천 과제로 채택한 바 있다. 2020년 12월 10일에는 세계 인권의 날을 맞아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장애인 탈시설 지원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해당 법안은 장애인이 거주하는 시설에서의 인권침해 실태 등을 적극 조사해 인권침해가 발생한 시설과 그 운영법인을 효과적으로 제재할 수 있도록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향후 10년 내에 모든 장애인 거주시설을 폐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일 행사에 참가한 김현아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 회장은 "정부와 국회는 단순히 시설의 폐쇄라는 목적 달성에만 급급하다"라며 "장애인이 누려야 할 다양한 참여 및 결정의 권리를 역으로 제한하고 박탈하며 구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회복지시설 측은 시설 이용을 희망하는 장애인을 고려하지 않은 법안이라고 맞섰다. 탈시설을 위한 인프라 구축 및 사회서비스 확대 개편도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 탈시설을 추진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김현훈 서울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왼쪽에서 세번째)과 권태엽 한단협 회장(오른쪽에서 첫번째)이 '장애인탈시설'논란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김현우 기자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김현훈 서울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왼쪽에서 세번째)과 권태엽 한단협 회장(오른쪽에서 첫번째)이 '장애인탈시설'논란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김현우 기자

권태엽 한단협 상임 회장은 "시설 장애인과 가족, 시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된 지역사회 돌봄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탈시설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대가 아닌, 시설과 지역사회가 함께 공존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탈시설을 위한 제도 마련이 미흡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국장애인시설협회와 보건복지부가 조사한 국내 탈시설을 위한 제도 자료를 살펴보면, 전국적으로 탈시설을 강제할 수 있는 법적 제도는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서울, 대구, 전주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장애인 학대 등의 문제가 발생한 시설 법인을 처분하고 기존 시설 거주인의 지역사회 정착을 지원하는 등의 탈시설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있지만, 대부분 지자체는 이를 시행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탈시설 관련 정책을 수립하지 않는 실정이다.

올해 장애인 자립생활지원 예산은 2% 증액에 그친 반면, 장애인거주시설 운영 예산은 10.1%나 증액된 5804억3600만원으로 책정됐다. 탈시설과 관련된 직접적인 예산은 중앙정부 차원의 '지역사회전환지원센터(탈시설지원센터)' 1개소 설립의 책정이 유일한 상황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은 "탈시설이라는 단어에 갇히면 안 된다"라며 "보완할 수 있는 대체 수단과 정책이 같이 병행될 수 있도록 시스템과 사회가 갖춰져야 한다. 다양한 제도와 정책을 균형 있게 마련해 장애인의 선택권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법안을 발의한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탈시설은 세계적인 추세다. 누구도 본인이 어디에 살겠다는 결정을 부모라고 해서 막을 수는 없다"며 "시설은 폐쇄적 구조라 아무리 좋은 시설도 절대 행복할 수 없다고 본다. 또 탈시설하면 비용이 많이 든다고 하는데 지금 시설에 들어가는 돈 3분의 1만 보태도 충분히 자립해서 살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애인 당사자가 지역사회에 나와서 자립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줘야 한다. 24시 돌봄 체계, 의료 서비스, 지역 내 네트워크를 연결해 혼자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는 것이 장애인 인권을 위한 첫 걸음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한국사회복지시설 4개단체 회장이 '장애인탈시설' 논란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권태엽 한단협 상임회장, 정석왕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회장, 김봉술 한국종교계사회복지협의회 회장, 김현아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 회장, 이기수 가톨릭종파 신부. /김현우 기자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한국사회복지시설 4개단체 회장이 '장애인탈시설' 논란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권태엽 한단협 상임회장, 정석왕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회장, 김봉술 한국종교계사회복지협의회 회장, 김현아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 회장, 이기수 가톨릭종파 신부.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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