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기의 은퇴생활백서]
언젠가 그 순간은 온다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
마지막 순간에 대한 결정권은

아침에 신문을 펼치면 망인의 부고 소식이 거의 매일 눈에 들어온다. 대부분 살아생전 몸담고 있던 분야에서 나름 족적을 남긴 사람들이다. 한때 잘 나가던 사람도 이렇듯 언젠가 그 순간이 온다. 그러나 사람들은 남의 일로만 치부하고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을 좀처럼 수긍하지 않는다.

물론 자기도 궁극적으로 죽는다는 건 인식하고 있다. 그래도 왠지 죽음은 생각조차 하기 싫은 주제다. 중한 병을 앓고 있는 환자나 그 가족의 입장이 되면 더욱 그런 생각을 갖게 마련이다. 대부분 사람은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 막연한 공포감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잘 나가던 사람도 언젠가 그 순간이 온다. /게티이미지뱅크
한때 잘 나가던 사람도 언젠가 그 순간이 온다. /게티이미지뱅크

우리가 어떻게 죽어가는지를 알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덜 수 있지 않을까. 유명 의대 교수를 역임한 어느 의사가 병원에서 수많은 죽음을 목격하고 사람은 어떻게 죽는지에 대해 책을 썼다. 그는 과학자답게 환자가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사례별로 상세히 기록했다.

만약 책에서 사례를 든 질환과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라면 내가 이런 과정을 거쳐 죽음에 이르겠다고 추측하면 된다. 사람에 따라서는 아예 모르는 게 낫지 않나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자기가 가야 할 길을 미리 알면 공포심도 덜 수 있고 사전에 대비할 수 있으므로 아무 준비 없이 임종을 맞이하는 것보다 나을 것 같다.​

놀라운 사실은 죽음을 맞이할 때 단순히 생명을 연장하기 위하여 시도하는 여러 가지 시술에 대해 의사인 저자가 부정적인 생각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본인이 고도의 치료를 받아야 할 만큼 중병을 앓게 될 때는 전문의를 찾겠지만 그가 진심으로 자신을 이해하리라곤 기대하지 않는다. 더 나아가 마지막 순간에 대한 결정권은 전문의에게 맡기지 않고 자신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과 의논하여 정하겠다고 한다. 

마지막 순간에 대한 결정은 스스로 정하고 싶다. /게티이미지뱅크
마지막 순간에 대한 결정은 스스로 정하고 싶다. /게티이미지뱅크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죽음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사고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여타의 동물처럼 사람도 자연을 이루는 생태계의 일부다. 자연은 따로 인간을 구분하지 않는다. 우리에게 삶의 길을 열어 주기 위해 수많은 생물이 죽어갔듯이 우리 인간 역시 그들이 살 수 있도록 죽어야 한다”라며 죽음을 의연하게 수용할 것을 제안한다.​

사실 죽음은 외면하고 싶은 무거운 주제이다. 하지만 누구나 한번은 겪을 일이므로 일이 닥치기 전에 어떤 준비를 하여야 하는지 미리 알아 둘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임종 순간에 남의 뜻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것이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통해 평소의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정리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의미 있는 일이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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