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기의 은퇴생활백서]
남자들의 점심 모임 필요한 이유
뚜렷한 목적이 있으면 장수할 수 있어
은퇴한 중년들이 서로 지식과 경험을 나누는 인생학교에선 수업이 끝난 후 대개 점심을 같이 먹거나 차를 한 잔 마신다. 이 시간에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고민을 털어놓기도 하고 생활 정보를 얻기도 한다.
이렇게 은퇴 후에는 한 달에 몇 번씩 점심 또는 저녁 식사를 하는 모임이 있으면 좋겠다. 특히 남자들에게 권하고 싶다. 여자들은 교제의 범위와 폭이 넓은데 남자들은 나이가 들수록 혼자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은퇴를 앞두고 학교 친구 세 명에게 연락했다. 한 달에 두 번씩 만나 점심을 먹은 후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고, 나아가 투자클럽을 하나 만들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경제학을 전공한 데다가 관련 업무에 종사한 이력이 있어선가 모두 좋다고 한다.
우리는 모임을 결성하며 세 가지 원칙을 세웠다. 첫째 모임을 통해 우정을 도모한다. 둘째 여행을 함께 다닌다. 셋째 돈까지 벌 수 있으면 좋다. 그 후 정기적으로 모여 기업을 분석하고 투자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다. 종목을 검토할 때는 수익을 올리기보단 손실을 보지 않는 쪽에 더 비중을 두었다.
주식에 투자할 때도 모두가 공감하면 매수하지만 한 사람이라도 부정적이면 하지 않았다. 물론 이렇게 내린 결론이 항상 옳았던 건 아니다. 그러나 넷이 모여 토론하는 과정을 통해 몰랐던 정보를 공유할 수 있었고 적어도 편견에 빠져 그릇된 결정을 내린 적은 거의 없다.

지나간 시간을 돌이켜보니 세 가지 원칙이 비교적 잘 지켜진 거 같다.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는 속담도 있지만 자주 만나면 그만큼 정도 두터워지기 마련이다. 가끔 여행을 다니며 세상 사는 이야기도 나누었다. 마음이 어지러울 땐 정서적인 도움을 받기도 한다.
퇴직 후 인연을 많이 정리했는데 이 모임은 지금도 유지하는 몇 개 안 되는 모임 중 하나다. 다만 막연한 점심 모임보다는 투자클럽처럼 뚜렷한 목적이 있으면 좋겠다. 우리 모임은 19년째 지속하고 있다. 그런데 주위를 보면 10년 이상 장수하는 모임이 그리 많지 않다.
어떻게 하면 모임을 오래 지속할 수 있을까? 아래는 40년 이상 활동을 같이한 어느 사중주단이 밝힌 비결이다. 이들의 조언이 꼭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모임을 결성하려는 사람들에게 참고가 될 거 같아 소개한다.
1. 성향이나 가치관이 비슷한 또래로 구성한다.
2. 회원들이 좋아하는 주제를 선택한다.
3.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 자체를 즐긴다.
4. 기분 나쁘지 않게 비판하는 방법을 연구한다.
5. 할 말은 반드시 한다.
여성경제신문 백만기 위례인생학교 교장 eggtree@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