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기의 은퇴생활백서]
세계 최고 부자의 후회
돈보다 더 중요한 인간관계
사람들이 돈을 모으고 인간관계를 맺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죽음에 대비하기 위함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만약 죽음 앞에 초연할 수 있다면 구태여 그럴 필요가 없으리라. 법정 스님이 그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여러 사람을 만나기보다 혼자 있는 시간을 가지려고 했다. 물론 범인에게는 인간관계가 필요하다. 그러나 어느 때는 그런 관계가 짐이 되기도 한다.
이탈리아 경제학자 파레토는 자신의 정원에서 키우던 콩 중에서 잘 여문 소수의 콩깍지가 전체 콩 산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나아가 소득 상위 20%의 사람이 전체 소득의 80%를 점한다는 것을 논문으로 발표했다. 이를 파레토의 법칙이라고 한다. 개미 사회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발견된다. 20%의 개미가 80%의 일을 하고 나머지 80%는 20%의 일을 할 뿐이다. 이것은 양적으로 작은 항목의 가치가 큰 항목의 가치보다 월등히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관계에서도 파레토의 법칙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자신과 가치관이나 관심사가 같은 20% 사람을 만났을 때의 만족감이 나머지 80% 사람을 만났을 때의 그것보다 크다면 나머지 80% 사람과의 교제에 거리를 두는 것이다. 80% 사람과 관계가 멀어지는 걸 염려했다가 자칫하면 20% 사람과의 관계를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후반생 인생에서는 만나도 그만, 안 만나도 그만인 사람보다 꼭 만나고 싶은 사람과 깊이 있는 관계를 맺는 것이 좋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모임에 가보면 만났을 때마다 에너지를 느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때는 빨리 그 자리를 벗어나는 것이 상수다.
지금까지 남들의 평가를 의식하며 살아왔다면 후반생은 온전히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한때 세계 최고 부호의 자리에 올랐던 월마트의 창업자 샘 월튼은 남들이 보기에 최고의 인생을 살았다. 그러나 그는 죽을 때 인생을 잘못 살았다고 후회했다. 그의 옆에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암만 돈이 많으면 무엇하겠는가? 워런 버핏도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친구라고 했다.

친구란 어떤 사람인가? 여기 좋은 예가 있다. 홀리는 강압적이고 정서 불안인 남편을 떠나야겠다고 결심했다. 남편은 실직 상태인데도 집안일조차 돕지 않았다. 아들은 어렸고 따로 아파트를 구할 돈도 없었다. 다행히 홀리는 에린이라는 친구가 있었다. 에린이 홀리의 얘기를 듣고 말했다. "짐을 싸서 우리 집으로 와." 홀리는 10년 전 그날 밤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에린도 세 아이를 키우고 있었지만 그런 건 개의치 않았어요."
홀리는 에린에게 지나친 부담을 줄까 봐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에린은 홀리를 가족처럼 챙겼고 그들의 관계는 전혀 틀어지지 않았다. 홀리는 인생의 가장 암울한 순간에 한마디 비난이나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친구에게 도움을 받았다. 그리고 이제 홀리는 친구를 이렇게 정의한다. '친구는 나에게 친구가 필요하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어떻게 필요한지도 아는 사람, 즉 정확히 어떻게 나를 위로해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이다.'
인생 2막은 삶의 마무리를 준비하며 사람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시기다. 자신이 생을 마감할 때 곁에 있어 줄 사람이 주위에 몇이나 되는지 손꼽아 보라. 머리에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면 당신은 성공적인 삶을 살아온 사람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당신이 아무리 돈이 많아도 성공한 삶을 살았다고 볼 수 없다. 진정한 친구를 얻고 싶은가? 그렇다면 당신이 먼저 진정한 친구가 되어야 한다. 친구는 인생 최고의 축복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축복을 위해 너무 적은 노력을 기울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