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기의 은퇴생활백서]
누구나 한번은 겪게 되는 경험
죽음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사람은 살아온 대로 죽는다

은퇴를 앞둔 사람이라면 향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고민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살 것인가 못지않게 어떻게 죽을 것인가 하는 물음도 필요하다. 죽음을 성찰하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죽음을 공부하기 위해 먼저 살았던 사람들이 쓴 책을 찾았다. 그중에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책은 죽음학의 대가라 할 수 있는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박사가 쓴 <죽음과 죽어감>이다.

내친김에 국립암센터에서 실시하는 호스피스 과정에 등록했다. 이 과정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자원봉사형 교육이 아니라 의료인, 즉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종사하려는 의사와 간호사를 대상으로 한 전문과정이다. 생을 돌아보면 학교 교육을 포함해 지금까지 받은 교육 중 제일 잘 받았다고 생각하는 과정이다.

어린아이가 소아암에 걸려 일찍 세상을 뜨기도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어린아이가 소아암에 걸려 일찍 세상을 뜨기도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교육을 받으며 많은 죽음을 목격했다. 흔히 나이가 들어야 죽는 줄 알지만 젊은 사람이 죽는 사례도 많았다. 하물며 어린아이가 소아암에 걸려 일찍 세상을 뜨기도 한다. 여러 죽음을 목격하며 이전까지 중요하다고 여겼던 가치가 전혀 중요하지 않음을 깨달았다.

죽음은 누구나 한번은 겪게 되는 경험이다. 티베트 불교에서는 죽는 순간 어떤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그의 내세가 결정된다고 한다. 설령 그렇지는 않더라도 죽는 순간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남아 있는 가족에게도 소중한 시간이다. 한 가족에게는 좋은 추억이 될 수 있지만, 또 어느 가족에게는 악몽이 될 수도 있다.

가족들에게는 그의 임종 과정이 생각조차 하기 싫은 기억으로 남았다. /게티이미지뱅크
가족들에게는 그의 임종 과정이 생각조차 하기 싫은 기억으로 남았다. /게티이미지뱅크

지인에게 들은 사례다. 평소 교단에서 존경을 받던 어느 목사가 임종을 맞이해 거의 동물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그는 살기 위해 어떤 치료라도 원했고 그가 원하는 바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는 주위 사람들을 원망했다. 그러나 애쓴 보람도 없이 그는 얼마 후 죽었다. 가족들에게는 그의 임종 과정이 생각조차 하기 싫은 기억으로 남았다.

다른 사례도 있다. 평생을 의료인으로 살았던 고 노경병 박사가 좋은 예다. 환자 수술을 하다 C형간염에 걸렸다. 의사인 아들이 간 이식을 권했지만 오래 사는 게 중요하지 않다며 거부했다. 이때부터 그는 죽음 준비를 시작했다. 죽는 건 나니까 그 방식은 내가 정하겠다는 오랜 신념에 따라서다.

노 박사는 심폐소생술·인공호흡 등 어떠한 연명 치료도 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지인들에게 그동안 고마웠다며 일일이 전화를 했다. 아끼던 물건이나 재산은 교회·학교에 기부했다.

가족들에게 어떠한 연명 치료도 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가족들에게 어떠한 연명 치료도 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임종 열흘 전 마지막 입원 때 재차 연명 치료를 받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그리고 아들의 손에 자신의 손을 포갠 상태로 79세의 나이로 편안하게 운명했다. 임종을 앞두고 “나는 행복하다. 감사하게 살다 간다”라는 말을 남겼다. 전문가들은 그의 죽음을 한국의 대표적인 아름다운 마무리 사례로 꼽는다.

위의 두 가지 사례를 보며 인생을 마감할 때 가족에게 좋은 기억을 남기고 갈 것인가, 아니면 슬픈 기억을 남겨주고 갈 것인가를 선택할 수 있다. 물론 대부분 좋은 기억을 남기고 싶을 것이다.

여러 죽음을 목격한 호스피스 간호사의 전언에 의하면 사람은 살아온 대로 죽는다고 한다. 그러니까 잘 살아온 사람은 잘 죽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죽음도 그렇다는 것이다. 대체로 생애 동안 의미 있는 일을 추구했던 사람의 죽음이 편안했다. 인생 2막을 설계하는 사람이 귀담아들을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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