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준의 이(齒)상한 이야기]
피부과도 한의원도 아닌 '구강내과'로
구강·얼굴 주위 불편감 세밀하게 진단

치과에서 구강내과란?
과거엔 치과라고 하면 대부분 충치 치료, 스케일링, 임플란트 혹은 사랑니 발치 등만을 떠올리셨습니다. 근래에는 조금 더 영역을 넓혀서 심미적인 치료 등도 포함해서 생각하십니다.
하지만 이런 일반적인 치과 영역 외에 또 하나의 중요한 전문 과목이 있다는 것을 모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바로 ‘구강내과’입니다.
단어만 들으면 “내과? 치과인데 왜 내과가 있지?” 하고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구강내과는 이름 그대로 구강과 관련된 질환을 수술 없이, 약물 치료나 기능적 치료를 통해 관리하는 분야입니다.
피부과에서도 수술 없이 약물과 레이저 등으로 치료하는 영역이 있는 것처럼, 치과에서도 수술 없이 치료해야 할 질환들이 존재합니다. 즉, 쉽게 표현하면 피를 보지 않는 치과, 수술하지 않는 치과의 내과적 진료 분야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이 분야의 전문의를 구강내과의(Oral Physician)라고 합니다.
‘구강은 전신 건강을 밖으로 보여주는 창’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전신적인 건강 상태에 이상이 있으면 구강 조직부터 변화가 시작되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를 주의 깊게 관찰하는 것은 전신질환의 조기 발견 및 치료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내과적 치료법이 주로 적용되는 구강내과에서 주로 다루는 증상은 턱관절 질환 및 구강악안면 통증, 구강악안면 부위의 운동장애 및 감각장애, 이갈이, 코골이 및 수면무호흡증과 같은 수면과 관련된 구강질환, 다양한 구강점막 질환, 타액선 질환, 구취(입냄새), 미각장애 등이며, 응용 분야로서 법치의학과 레이저 치의학 분야까지도 포함됩니다.
이처럼 광범위하고 다양한 치과 분야를 다루고 있으며 그 각각은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입니다.
일반분들이 구강내과를 잘 모르시기 때문에 관련 이상이 있다고 바로 구강내과를 찾아오시는 분들은 아주 극소수이고 대부분의 환자분은 다른 의료기관에서 의뢰받아서 방문하게 된다는 것이 안타까운 일입니다.
더구나 그분들 중에는 6~7군데의 의료기관을 전전한 때도 허다하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환자분의 불편, 질병의 악화, 의료비의 중복 지출, 부적절한 치료로 인한 피해, 의료진에 대한 불신 등과 같이 여러 가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에 이해를 돕기 위해서 구강내과에서 다루는 대표 질환들을 정리해서 열거해 보겠습니다.

구강 연조직 질환
입안에는 치아뿐 아니라 잇몸, 혀, 입술, 점막, 볼 안쪽 등 다양한 연조직이 있습니다. 이곳에 생기는 염증, 궤양, 물집, 색 변화 등을 진단하고 치료합니다.
* 구내염(입안에 생기는 염증과 궤양)
* 재발성 아프타성 구내염
* 헤르페스성 감염
* 구강 건조증(침이 부족해 입안이 마르는 상태)
* 화학적, 물리적 자극으로 생기는 점막 손상
* 구강 백반증 등 점막 질환
* 혀 통증, 미각 이상 등
많은 분이 구내염이나 입안 통증을 단순한 스트레스로 넘기지만, 만일 그 증상이 반복적이고 오랫동안 지속된다면 그 증상 뒤에 다른 전신질환이 숨어 있을 수 있습니다. 구강내과는 이러한 점막 질환의 원인을 세밀하게 살펴 적절한 치료를 진행합니다.
신경계 통증 질환
구강내과는 치아 때문이 아닌 얼굴·턱의 신경 통증도 다룹니다. 치과에 갔는데 “치아는 멀쩡해서 아픈 원인이 아니다”는 말을 듣고 도대체 원인이 무엇인지 모르는 통증을 경험해 본 분들이 있으실 것입니다. 바로 이 경우 구강내과 진료가 필요합니다.
대표적인 질환은 다음과 같습니다.
* 구심로차단동통증후근(통증 유발 원인 없는 지속적인 통증)
* 삼차신경통
* 구강작열감증후군
* 긴장성 두통
* 비 치성 치통(치아 문제없이 나타나는 치통)
이 통증들은 치통과 혼돈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욱 정확한 감별 진단과 약물 치료가 필수적입니다.

턱관절 장애 및 이갈이, 턱 근육 문제
턱에서 소리가 나거나 입이 잘 안 벌어지고, 턱이 아픈 경험 있으시다면 턱관절 장애일 수 있습니다. 경증인 경우는 일반치과에서도 처치가 가능하지만 오랫동안 지속되거나 심해진 상태라면 구강내과를 찾으셔야만 합니다. 일반 치과에 방문하시면 아마도 다시 구강내과로 의뢰를 해드릴 것입니다.
* 턱관절에서 나는 딱딱거리는 소리
* 입이 잘 안 벌어짐
* 턱, 얼굴, 목 주변의 근육 통증
* 이갈이(수면 중 치아 갈기)
* 이 악물기(습관적으로 이를 꽉 무는 경우)
* 두통, 귀 주변 통증, 목·어깨 통증까지 연관된 경우
치아를 갈거나 무는 습관은 치아 마모뿐 아니라 턱관절과 근육에도 큰 부담을 줍니다. 구강내과에서는 교합 장치(스플린트) 치료, 물리치료, 약물 치료 등을 통해 기능을 회복하고 통증을 조절합니다.
무엇보다도 구강내과 진료의 핵심은 정확한 진단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증상의 원인을 명확히 파악해야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합니다. 그리고 수술 없이, 환자분의 불편을 최소화하면서 증상을 줄이고 기능 회복을 목표로 합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면, 입안은 우리 몸의 일부이며 치과는 단순히 치아만 보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입안에서 나타나는 증상을 가볍게 여기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구강내과 분야가 구강과 얼굴 주위의 불편감을 세밀하게 진단하고 몸 전체와의 연관성을 고려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내과인가? 피부과인가? 한의원일까?”하고 고민이 될 때 바로 구강내과를 가셔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구강내과는 이러한 치아 외 구강질환을 담당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간단하게 정리를 해보면, 아래와 같은 증상이 있을 때 구강내과를 방문하시면 정확한 원인을 파악해서 진료받을 수 있습니다.
* 통증이 있어 일반 치과에 갔는데 치아는 이상이 없다는 설명을 들었을 때
* 입안이 자주 헐고 아플 때
* 얼굴이나 턱 주위가 이유 없이 아플 때
* 턱관절이 불편하거나 소리가 날 때
* 이 갈고 이를 꽉 물어 불편할 때
건강한 구강은 단순히 치아가 튼튼한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입안의 점막부터 턱관절, 얼굴 신경까지 복합적으로 조화로울 때 진정한 건강이 유지됩니다. 구강내과는 바로 이 부분을 담당하는 영역이며, 단순한 치과 이상으로 전문성과 깊이를 가진 진료 분야입니다.
평소 치아 문제뿐 아니라 턱과 얼굴, 점막, 통증 문제로 고민하고 계신다면 주저하지 말고 구강내과를 찾아 상담해 보시길 바랍니다. 엉뚱한 병원을 찾아 시간을 낭비하는 일 없이 적절한 진단과 치료로 도움을 줄 것입니다.
여성경제신문 전승준 (소아치과)치과의사 pedojune@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