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영 시니어 입장가](51)
사전 장례식과 안락사 이야기
죽음의 자기 선택권에 관하여
생각해 보게 하는 영화
2021년 국내에서 개봉한 미국의 로저 미첼 감독의 작품으로, 수잔 서랜던, 케이트 윈즐릿, 미아 바시코프스카, 샘 닐 등의 명배우들이 출연했다.
가끔 화제가 되는 사전 장례식과 존엄사를 다룬 영화다. 존엄사는 법적인 문제가 아직 완결되지 않았지만, 사전 장례식은 그런대로 설득력이 있어 보이는 행사다.
주인공 릴리(수잔 서랜던)는 두 딸의 엄마이자 의사 남편의 사랑스러운 아내로서 행복한 삶을 꾸려가던 중이다. 어느 날, 자신이 치명적인 말기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더 악화하기 전에 스스로 삶을 마무리하기 위해 존엄사를 선택하기로 하고 마지막 주말을 가족과 함께하기로 한다.
달력상의 날짜는 멀었지만, 일 년 중 모두가 축복하고 가장 반짝거리는 하루인 크리스마스 파티를 미리 하기로 한다. 저녁에 모여 노래도 부르고 먹고 마시면서 즐거운 분위기를 이어가던 중 릴리는 가족들 앞에서 폭탄선언을 한다. 자신이 죽을병에 걸렸으며, 자기 삶이 더 악화하기 전에 생을 존엄하게 약으로 마무리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모임이 사전 장례식이 되는 셈이다.
모임의 전반부는 자녀인 제니퍼, 안나, 그리고 친구 엘리자베스와 손자 조너선 등과 모여 대화를 나누는데 릴리는 선물도 하나씩 선사한다. 여자들이 좋아하는 장신구 선물도 있지만 여성들을 위한 자위 섹스 도구도 필요할 거라며 주면서 크게 웃는다.
죽은 다음에 나누는 것은 유품 정리지만, 살아서 줬으니 작별 기념, 전별 선물이다. 추억과 마음의 잔향을 담은 선물이다. 평소에는 안 피웠지만 이제 가는 마당이니 마지막이라며 담배도 돌려가며 피운다. 여기까지는 화기애애했다. 그다음에 릴리가 날벼락 같은 존엄사 선언을 한 것이다.

가족들은 숙연해지며 그간 가족 간의 갈등, 과거의 앙금도 털어놓지만 릴리의 존엄사 선언에 저마다 충격적 감정과 마주한다. 특히 딸 제니퍼와 안나는 이 계획에 큰 갈등을 겪기도 한다. 안나는 자살을 막아달라며 911에 전화하려고도 한다.
딸 제니퍼는 아버지 폴이 친구인 엘리자베스와 주방 쪽에서 몰래 키스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지만, 릴리는 이제 죽을 사람이므로 사랑이 소유나 배타성을 넘어, 존중과 동행의 차원으로 이해한다. 릴리도 자신이 떠난 뒤 남편이 외로움에 무너지지 않기를 바라며 애인의 존재를 묵인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
최종적으로 딸들은 릴리의 존엄사를 받아들이기로 한다. 릴리는 침대에 누워 가족이 함께 있는 가운데 스스로 정한 시간에 결심한 듯 약을 물과 함께 마시고 목숨을 마무리한다. 두 딸이 양쪽에서 릴리를 꼭 안은 자세로 릴리는 평화롭게 숨을 거둔다.

이 영화는 덴마크 영화 <사일런트 하트(Silent Heart)> 원작의 미국판 리메이크 영화다. ‘고요한 심장’, 또는 ‘침묵의 심장’이라는 뜻이다. 내용은 거의 비슷하다. 인간의 수명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지만 건강하지 못하면 고통일 뿐이다. 자신이 죽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앞으로는 사회문제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여기서 원제 <블랙버드(Blackbird)>는 번역하면 '검은 새'인데 상징적으로 '자유와 비상'을 상징한다. 자신의 날개로 가고 싶은 곳으로 날아간다는 뜻이다.
여성경제신문 강신영 댄스 칼럼니스트 ksy6922@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