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환시 개입 월별 내역 재무부와 공유
외환보유액·선물환포지션 등 핵심 정보
자국 통화 가치 조작하지 않는다는 원칙
관세 효과 상쇄 더해 통화 안정도 범주에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8월 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8월 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통화당국이 앞으로 미국 재무부에 시장안정조치 내역을 매달 보고해야 한다. 외환보유액·선물환포지션 등 핵심 정보도 공개되고 연도별 외환보유액 통화구성까지 대외에 드러나게 된다.

기획재정부와 미국 재무부는 1일 오전 한미 재무당국 간 환율정책 합의 내용을 발표했다. 이번 합의는 지난 4월 워싱턴 D.C.에서 열린 ‘2+2 통상협의’ 당시 미국 측 요구로 환율 문제가 공식 의제에 포함된 뒤 이재명 대통령과 구윤철 부총리가 스콧 베센트 장관을 연속 면담하는 과정을 거쳐 마련됐다. 환율 불안정성이 발생할 경우에는 미국과 사전 소통을 의무화하는 등 사실상 ‘관찰 강도’가 한층 높아지는 구조가 된 셈이다.

이번 합의에서 양국은 먼저 “자국 통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조작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거시건전성 조치나 자본 이동 관리가 환율 목표를 위한 수단이 될 수 없다는 점도 명시됐다. 정부 투자기관의 해외투자는 위험 분산과 수익성 확보 차원에서만 이뤄져야 하며, 경쟁적 목적의 환율 유도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외환시장 개입은 예외적 상황에 한정됐다. 환율 방향에 상관없이 대칭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과도한 변동성’이나 ‘무질서한 움직임’에 대응할 필요가 있을 때만 허용된다고 규정했다. 즉, 시장결정 원칙을 유지하되 개입은 최소한으로만 인정하겠다는 뜻이다.

투명성 확보 장치도 강화됐다. 한국은 그간 분기별로 공개해온 시장안정조치 내역을 앞으로는 월 단위로 미국 재무부에 보고한다. 국제통화기금(IMF) 양식에 맞춰 외환보유액·선물환포지션 현황을 매달 공개하고, 외환보유액의 통화구성은 연 1회 대외 공개한다.

한국은 이번에도 환율조작국 지정은 피했지만 ‘관찰대상국’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 미국 재무부가 요건은 △대미 무역흑자 150억 달러 초과 △GDP 대비 3% 이상의 경상수지 흑자 △GDP 대비 2% 이상 규모의 외환시장 개입 등 세 가지다. 한국은 최근 경상흑자 비중이 5~6% 수준에 달하고, 한국은행과 국민연금 간 외환스와프 거래도 GDP의 수%대에 이를 만큼 급증한 상황이라 지정 해제가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했다.

정부는 이를 두고 “일본, 스위스 등과도 유사한 합의를 맺은 바 있다”면서 “우리의 합의에도 ‘안정’이란 표현이 들어간 것은 외환시장 개입의 정당성을 일부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환율 불안정성이 발생할 경우에는 미국과 사전 소통을 의무화하는 등 사실상 ‘관찰 강도’가 한층 높아진 셈이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liberty@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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