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47만대 중 41만대가 미국행
美 관세 폭탄에 독이 돼 돌아온 전략
구조조정 논의 다시 불붙을 가능성

3년 연속 흑자를 이어가던 한국GM이 미국의 고율 관세 부담에 휘청이며 적자 전환 기로에 섰다. 수출 중심 전략이 독이 돼 돌아오면서 글로벌 GM 내 한국 사업장의 지속 가능성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GM 전체 관세 부담액 11억 달러 가운데 절반가량이 한국GM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평균 2500억 원 규모 손실이 발생하고 있으며, 누적 손실은 이미 1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GM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4조3771억원, 영업이익 1조3567억원, 순이익 2조2077억원을 기록하며 3년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전체 판매량 49만9559대 가운데 95%인 47만여 대를 수출했고, 그 중 41만8000여 대가 미국으로 향했다. ‘글로벌 수출 기지’라는 별칭을 얻을 만큼 대미 의존도가 절대적이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수출 중심 전략이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 한미 무역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FTA에 따른 무관세 혜택이 사라지고, 한국GM은 미국 시장에 자동차를 수출할 때 25%의 관세를 물게 됐다.
관세 부담을 소비자 가격에 전가하기도 쉽지 않다. 트레일블레이저, 트랙스 크로스오버 등 주력 차종이 가격에 민감한 소형 SUV여서 판매가를 높이면 시장 점유율 하락이 불가피하다. 가격을 동결하면 손실이 커지고, 인상하면 경쟁력이 떨어지는 이중고에 빠진 것이다.
노조와는 올해 임금 교섭을 매듭지으며 2028년 이후 생산 계획을 마련했지만, 경영 악화가 지속될 경우 GM 본사가 한국 사업장의 수익성을 재평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로 GM은 호주, 인도네시아, 태국, 유럽 등에서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철수한 사례가 있다. 2019년 한국GM 군산공장 폐쇄도 같은 맥락이었다.
한국GM은 효율성 확보 차원에서 직영 서비스센터와 일부 유휴 자산을 매각했지만, 노조의 불안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회사 측은 철수 계획은 없다고 강조했으나, 관세 부담과 내수 부진이 겹치면서 ‘철수설’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GM이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 속에 합작 투자 지분을 매각하는 등 구조조정을 강화하는 흐름도 한국GM에 부정적 시그널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GM의 수익성이 GM 본사의 평가 지표에서 가장 중요한 잣대”라며 “흑자가 끊기면 구조조정 논의가 다시 불붙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유준상 기자 lostem_bass@seoul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