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 比 대미 투자 규모 ‘日 13.6%’ 수준
‘韓 18.7%’ 같은 관세 조건서 부담 더 커
車 한국 0%, 일본 2%에서 동일한 15%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현대자동차·기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현대자동차·기아

한미 관세 협상이 25%라는 재앙적인 관세율을 피했지만 대가로 지불한 3500억 달러의 대규모 자본 유출과 품목별 협상 결과를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는 손실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3500억 달러는 GDP 규모로 비교했을 때 4000억 달러로 합의한 일본보다 더 큰 규모이고 자동차 관세는 그간 한국은 0%, 일본·유럽은 2.5%였던 점을 감안하면 두 나라와 동일한 15%를 얻어낸 건 사실상 무역 경쟁력의 후퇴다. 

게다가 농산물, 소고기의 경우 트럼프와 한국 정부의 결과 보고가 다르고 반도체, 의약품 등 다수 품목은 애매한 상황이라는 점도 큰 변수다. 트럼프가 이를 레버리지로 활용하여 향후 한국을 압박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트럼프는 30일(현지시간) 오후 백악관에서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워싱턴 DC를 방문 중인 우리 협상단과 만난 뒤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 소셜’에서 “한국과 무역 합의를 타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상 협의에 따라 31일 예정됐던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미국 스콧트 베선트 재무장관 사이 면담은 취소됐다. 

이번 한미 협상 결과 대미 투자액을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로 환산하면 한국의 부담이 더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일본의 명목 GDP는 약 4조260억 달러로 이번 대미 투자 규모는 GDP의 13.6% 수준이다. 같은 연도 한국의 명목 GDP는 1조8700억 달러로 이번 대미 투자액은 GDP의 약 18.7%에 달한다. 양국 경제 규모가 달라 같은 관세 조건에서도 한국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 

게다가 수익 배분 비율은 일본과 동일하지만 향후 투자금액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EU·일본과 마찬가지로 한국도 관세 인하를 대가로 대미 투자를 약속했지만 아직 ‘서면 합의’로는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한국의 대미 투자 계획을 언급하며 “이재명 대통령이 2주 안에 워싱턴을 방문해 추가 발표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 교역의 중심축을 담당해오던 자동차 분야의 경우 피해가 막심하다. 정부는 일본의 15%와 동률을 기록하면서 일본과 같은 실익을 얻었고 첫 대미 협상 결과인 만큼 굴욕적인 협상이 되지 않았다는 말을 쏟아내고 있지만 업계의 체감은 매우 다르다.  

기존 2.5%의 관세를 적용받던 일본과 EU는 12.5%로 합의를 보며 총 15%의 관세를 받았다. 이에 비해 기존 0%였던 한국은 15%로 늘어나면서 결과적으로 한미 FTA 체결 이전보다 불리한 교역 환경이 형성됐다. 

8월부터 미국 수출에 15% 관세가 추가되는 상황에서 가격 인상을 하지 않으면 영업이익이 줄고 가격을 인상하면 판매가 줄어 무역수지가 조정될 수밖에 없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한미 FTA에 대한 혜택을 하나도 못 받게 돼 15%는 실패나 다름 없다. 최악의 25%를 피했다는 위안만 남았다”며 “치열한 자동차 시장에서는 관세 1%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관세가 일본차보다 2.5% 높아졌기에 그 부담을 기업이 안게 된 것”이라고 우려했다. 

쌀·소고기 시장 개방 관련해 양국간 입장이 다른 점도 아직까지 남은 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직후 “한국이 미국산 자동차, 트럭, 농산물 등 모든 제품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지만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브리핑에서 “국내 쌀·소고기 시장은 추가 개방하지 않는다”고 발언해 온도차를 드러냈다. 

쌀·소고기 시장의 추가 개방은 국내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다. 그간 농업계 일부에선 미국과 통상 협상에서 쌀과 소고기 등이 추가 개방 품목으로 거론되면서 반발의 목소리를 키워왔다.  

여기에 미국은 반도체, 의약품 등에 대해서도 품목관세를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라 이를 레버리지로 활용할 가능성도 나와 안심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경제 전문가는 “쉽게 말해 한국 측이 미국이 명시한 조건들을 이행하도록 반도체와 의약품을 인질로 삼아 품목 관세를 추가로 조율할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 일본, 대만이 글로벌 반도체 시장 1~3위를 차지하는 만큼 미국 시장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성경제신문 유준상 기자  lostem_bass@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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