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실버타운 정책 토론회 개최
자립·반의존·의존 상태 포괄해야
"입주 나이 55세 낮추자" 제안도
"노인 욕구 고려한 주거 기획해야"

30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초고령사회 대한민국, 실버타운이 미래다’ 정책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실버타운 공급을 넘어 ‘어떻게 머물 수 있게 할 것인가’에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류빈 기자
30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초고령사회 대한민국, 실버타운이 미래다’ 정책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실버타운 공급을 넘어 ‘어떻게 머물 수 있게 할 것인가’에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류빈 기자

건강이 악화하면 실버타운을 떠나야 하는 현실. 시설에 오래 머물수록 드러나는 이 같은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려면 자립·반의존·의존 상태를 모두 포괄하는 생애주기형 모델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30일 여성경제신문이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주관한 ‘초고령사회 대한민국, 실버타운이 미래다’ 정책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실버타운 공급을 넘어 ‘어떻게 머물 수 있게 할 것인가’에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실버타운과 주간보호센터, 요양원을 하나의 단지 안에서 통합 운영하거나 건강 상태 변화에 따라 거주·돌봄 서비스를 연속적으로 받을 수 있는 복합형 구조가 대안으로 제시됐다.

문성택 유튜브 ‘공빠TV’ 대표는 "실버타운에 살다 보면 어르신들의 가장 큰 걱정이 실버타운에서 살다가 아프면 나가야 한다는 것"이라며 "오늘 발표로 해답이 나왔다. 공주원로원, 오시리아 등이 모범 사례가 됐다. 이미 있는 시설들을 활용해서 한 곳에 실버타운, 주간보호센터, 요양원 등이 함께 운영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은 여러 형태의 시설이 한 곳에 있는 것이 추세"라며 "도심형은 용인 레인보우빌리지처럼 한 건물 내에서 모든 걸 해결하고 전원형은 공주원로원처럼, 단지가 큰 경우에는 오시리아 라우어 시니어타운처럼 통합 운영하여 돌봄이 필요해도 서비스가 이어지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류빈 기자
문성택 유튜브 ‘공빠TV’ 대표는 "실버타운에 살다 보면 어르신들의 가장 큰 걱정이 실버타운에서 살다가 아프면 나가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미 있는 시설들을 활용해서 한 곳에 실버타운, 주간보호센터, 요양원 등이 함께 운영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빈 기자

문 대표는 또 "미국처럼 55세로 입주 나이를 낮추고 고령 부모님을 모시려는 중년 자녀의 동반 입주를 허용해야 한다"며 "현행 실버타운 입주 자격은 60세 이상, 자녀 동반 입주는 24세 미만 또는 장애인 자녀로 제한된다. 하지만 실질 퇴직 나이가 50대로 낮아졌고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부모님이 나이가 드시면 어린아이처럼 된다. 중년 자녀들이 함께 입주하면 많은 고령자의 진입 장벽을 낮출 것이다. 돌봄이 필요해지신 부모님을 집에서 모시는 것보다 식사와 생활 서비스를 제공받으면서 함께 하면 자연스럽게 세대 통합이 이뤄질 것"이라며 "실버타운을 수동적인 시설로만 보지 말고 적극적으로 '생애 전환기 플랫폼'으로 만들어 더 많은 세대가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류빈 기자
공주원로원은 노인복지주택 외에 주간보호센터, 방문요양센터, 요양원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이혜진 원장이 공주원로원 운영 구조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류빈 기자

이한세 숙명여대 교수도 "실버타운에 장기 거주하다 보면 건강이 악화해 돌봄이 필요해지는 입주자가 생기는데 이들을 퇴소시키는 것도 어렵다"며 "이 때문에 일부 실버타운은 재가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단지 내에 요양원을 설치해 전원시키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주원로원은 노인복지주택 외에 주간보호센터, 방문요양센터, 요양원을 함께 운영하는 것으로 안다"며 "이처럼 다양한 3개의 돌봄 시설을 함께 운영할 경우 허가 과정에서의 어려움은 없었는지, 그리고 수익 구조나 운영상 시너지 효과가 있는지도 궁금하다"고 질의했다.

이혜진 공주원로원 원장은 이에 대해 "각 시설 간 인력은 장기요양 규정상 공유할 수 없지만 공간은 로비, 물리치료실, 산책로 등 공용으로 활용할 수 있어 효율성이 높다"며 "관리비·운영비를 분담하고 식수 인원이 늘수록 단가를 낮출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밝혔다.

또 "요양원 직원이 번아웃을 겪을 때 실버타운이나 주간보호센터 등으로 부서 이동이 가능해 인력 순환이 이뤄지고 종사자는 다양한 시설 경험을 통해 역량을 키울 수 있다"며 "입주 어르신 입장에서도 익숙한 직원으로부터 연속적인 돌봄을 받을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고 했다.

/류빈 기자
박광재 한국주거학회 회장은 고령자 주거의 핵심은 자기 존중과 자아실현 같은 인간의 기본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빈 기자

한편 실버타운 운영 구조 중심의 논의에서 고령자 삶의 질과 욕구 충족을 중심으로 한 주거 철학 전환 필요성도 제기됐다.

박광재 한국주거학회 회장은 고령자 주거의 핵심은 자기 존중과 자아실현 같은 인간의 기본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인이 일상에서 겪는 외로움, 무력감, 지루함을 극복할 수 있도록 주거 공간이 설계돼야 한다"며 규모보다 시니어의 삶의 질을 고려한 구조와 도시 인프라와의 연계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 "해외에서는 고령자 주거시설에 대한 님비(NIMBY) 현상이 없으며 한국도 점차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영국 SH서울주택도시공사 책임연구원은 "시니어 주거는 환경이 아니라 서비스 중심으로 설계돼야 한다"며 시니어의 본질적 욕구에 기반한 맞춤형 주택 모델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니어의 주요 욕구를 △'나다움'을 지키며 익숙한 생활권과 공동체를 유지하고 싶은 욕구 △자식에게 의존하지 않고 경제적·신체적으로 독립하고자 하는 욕구 △사회적 역할과 관계를 지속하며 보람을 찾고자 하는 욕구로 정리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실버타운 건물 로비에서 이름을 불러주며 인사하는 일상적 관계에서도 큰 만족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김영국 SH서울주택도시공사 책임연구원은 "시니어 주거는 환경이 아니라 서비스 중심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류빈 기자
김영국 SH서울주택도시공사 책임연구원은 "시니어 주거는 환경이 아니라 서비스 중심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류빈 기자

이런 욕구를 바탕으로 세 가지 라이프스타일 유형별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연구원은 "첫째는 웰니스 지향형 시니어로 연금소득을 기반으로 체험·여행·자기 계발에 높은 욕구를 보이며 생활비는 월 200만원 이하를 원하고 돌봄 기능을 중시한다"고 했다.

이어 "둘째는 생계형 시니어로 주택연금 등 자산 활용과 일자리에 관심이 많고 사회참여 욕구가 강하다. 셋째는 프라이버시 지향 고소득층으로 멤버십 서비스나 해외투어 등 차별화된 프로그램과 프라이버시 커뮤니티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형 시니어타운 골드빌리지, 지방형 은퇴자마을 사업 사례를 언급하며 "공공도 고령친화형 주택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단순한 공급자 중심이 아닌 시니어가 가진 욕구와 수요 중심의 라이프스타일 맞춤형 주거 기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설 입지에 대한 지역 반대(NIMBY)가 여전히 가장 큰 장애 요인"이라며 이를 정책적으로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여성경제신문 김정수 기자 essence@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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