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출신 장관과 감염병 전문가 후보
'재정 효율'에서 '현장 신뢰'로 방향 전환

‘재정 중심’ 조규홍에서 ‘현장 기반’ 정은경으로, 복지부 리더십이 전환된다. 구조조정 방식과 의료계 긴장관계를 넘어, 과학 기반·신뢰 회복 중심의 보건복지 정책이 예고된다. /여성경제신문
‘재정 중심’ 조규홍에서 ‘현장 기반’ 정은경으로, 복지부 리더십이 전환된다. 구조조정 방식과 의료계 긴장관계를 넘어, 과학 기반·신뢰 회복 중심의 보건복지 정책이 예고된다. /여성경제신문

기획재정부 출신 조규홍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뒤를 이어 보건복지부 통으로 평가받는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이 차기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기획과 재정을 앞세운 전임자와 과학과 소통을 내세운 후임자의 정책 기조는 극명이 갈렸다.

3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두 인물은 정반대의 길을 걸어왔다.

조규홍 전 장관은 기획재정부 예산실장 출신의 재정관료다. 복지부 장관 재임 중 그가 내세운 핵심 키워드는 △재정 건전성 △복지지출 구조조정 △제도의 지속 가능성이었다. 국민연금 재정추계 공개를 통해 연금개혁의 필요성을 공론화했고, 장기요양보험 재정 절감을 위한 구조조정, 필수의료 영역에서의 예산 배분 조정도 병행했다. 공공의료 인프라 확대보다는 ‘재정 효율화’에 방점이 찍혔다.

의사단체들은 조 장관 재임 중 “복지부가 기재부 출장소냐”는 비판을 공공연히 제기했다. 복지 현장에서는 “현장을 모른 채 숫자만 본다”는 불만도 나왔다. 전공의 사직 사태 이후에도 명확한 복귀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은 뚜렷한 한계로 지적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정 부분 제도 개선의 단초를 마련했다는 평가도 있다. 김민수 한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의료계의 반발 속에서도 재정 절감과 제도 정비라는 기획재정부 관료 출신다운 접근법은 평가할 만하다”고 했다.

기재부 출신 조규홍(오른쪽)은 재정 중심 복지 정책을 추진했지만 의료계와의 갈등을 남겼다. 후임 정은경은 과학 기반·현장 중심 접근으로 복지부 리더십의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재부 출신 조규홍(오른쪽)은 재정 중심 복지 정책을 추진했지만 의료계와의 갈등을 남겼다. 후임 정은경은 과학 기반·현장 중심 접근으로 복지부 리더십의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은경 장관 후보자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의사 출신으로 보건학 석사와 예방의학 박사 학위를 갖고 있다. 1995년 국립보건원 연구관 특채로 공직에 입문한 뒤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장 △질병관리본부 질병예방센터장 △긴급상황센터장 △질병관리청 초대 청장 등 주요 보건 행정을 두루 거쳤다.

정 후보자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매일 브리핑에 직접 나서며 과학 기반의 투명한 소통으로 국민적 신뢰를 얻었다. 대한간호협회는 1일 성명을 내고 “팬데믹 당시 방역 최전선에서 국민 생명을 지켜낸 보건의료 전문가”라며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있다. 정 후보자의 배우자가 코로나19 관련 주식을 보유한 정황이 드러나며 시민단체로부터 직권남용, 업무상 배임,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됐다.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정 후보자가 마스크와 자가진단키트 사용을 권고하던 당시, 배우자가 해당 품목을 생산하는 업체의 주식을 매입한 것은 공직윤리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 후보자는 2일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는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업무 파악 후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이번 인사로 복지부의 정책 방향은 '재정 중심'에서 '현장 중심'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졌다. 정 후보자는 필수의료 기반 확충, 생애주기별 돌봄 강화, 빈틈없는 사회안전망 구축 등을 주요 방향으로 제시하고 있다.

김민수 교수는 “정 후보자의 지명은 보건복지 정책의 철학 전환을 상징한다”며 “그가 ‘코로나19의 얼굴’로서 얻은 신뢰를 바탕으로 의료·복지 전반의 구조 개편을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평가했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hyunoo9372@seoulmedia.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여성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