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복지주택, 주택 아닌 복지시설
건축 기준 제약 有·재정 지원 배제
UBRC도 도시계획·용도 규제에 막혀

실버타운이 법적으로 주택이 아니어서 공적 지원에서 배제되고, UBRC(대학 연계형 은퇴자 공동체)는 부지 용도 제한으로 시설 건립이 쉽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다양한 노인 주거 대안이 요구되지만 현행 제도는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4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실버타운으로 불리는 노인복지주택은 ‘주택’이 아닌 ‘복지시설’로 분류돼 주택도시기금 등 공공재정 지원 대상에서 배제된다. 대학 유휴시설을 활용한 UBRC 모델도 교육부 승인 없이 부지를 전환하거나 매각하기 어렵고 주거 용지가 아닌 경우 실버타운 건립이 제한된다.
현행 건축법 시행령상 노인복지주택과 유료양로시설 등 실버타운 유형은 ‘노유자시설’로 분류된다. 이는 ‘주택’이 아닌 사회복지시설로 간주하며 주택법이 정한 주택 범주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주택법상 주택이 아니면 주택도시기금법에 따른 기금 융자 대상이 될 수 없다. 노인이 실제 거주하는 공간임에도 공공 기금, 세제 혜택 등에서 원천적으로 배제되는 구조다.
최민아 LH 토지주택연구원 센터장은 지난달 30일 열린 ‘초고령사회 대한민국, 실버타운이 미래다’ 토론회에서 “일본은 실버타운에 해당하는 서비스지원주택을 건축법상 주택으로 인정해 기금 지원이 가능하다”며 “한국도 장기적으로 건축법과 주택법을 통한 제도 기반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2011년 ‘고령자주거안정법’ 개정을 통해 서비스지원주택 제도를 도입했다. 민간사업자가 이를 공급할 경우 국토교통성 산하 주택·도시 기금을 통해 기본적으로 건설비의 1/10 내외를 지원하고 지자체 보조 등이 추가되면 최대 1/3까지 보조되기도 한다.
실버타운뿐 아니라 UBRC도 제도적 한계가 나타난다. 지방대학의 유휴시설을 활용해 고령자 커뮤니티를 조성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건축·도시계획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실현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내부에 실버타운을 포함하려 할 경우 교육부 승인과 용도 변경, 도시계획 변경 등의 복합적 장벽이 존재한다.
최 센터장은 “지방에서 UBRC를 추진하려 해도 해당 부지가 주거 용도로 편입되지 않아 실버타운 건립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며 “이 시설을 어떻게 도시계획과 건축법 관점에서 포함할 수 있을지가 핵심”이라고 했다.
유선종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노인복지주택은 이름에 ‘주택’이 들어가지만 법적으로는 복지시설”이라며 “기금 지원 등 제도적 연계가 어려운 이유는 처음부터 법 체계상 정체성이 잘못 설정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급 활성화를 위해서는 복지부가 법률 개정 등을 통해 정체성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UBRC에 대해서도 유 교수는 “단순히 인허가 문제가 아니라 고등교육법 등 관련 법 개정을 통해 구조 자체를 손봐야 한다”며 “지방대학이 퇴출당하지 않도록 하려면 대학 자산이 지역사회 주거복지와 연계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여성경제신문 김정수 기자 essence@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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