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의 탁구야! 놀자]
많이 웃고, 많은 감탄사를 연발하는
탁구는 나의 활력소이다

탁구장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든다. 나이, 하는 일, 성격 등 아주 버라이어티하다. 회원들의 나이를 살펴보면 이순(耳順)이 넘으신 분들은 많은 경험을 한 세월이 녹아있어서인지 크게 흥분하지 않는다. 그리고 작은 것이나마 베풀려고 한다. 탁구장 회원 중 이순이 훌쩍 넘어가신 분 중 개성 강한 몇 분을 소개한다.

누구나 인정하는 젠틀맨. 다른 팀과 본인 팀의 공이 동시에 바닥에 떨어지면 다른 팀 공을 먼저 주워 건네준다. 실수하는 분에게 격려도 잘하고, 공격에 성공한 분에게는 아낌없는 찬사도 보낸다. 이분은 누구나 다 아는 운동광(狂)이다. 축구, 골프, 자전거 타기, 탁구까지 그분의 운동 사랑은 범위가 매우 넓다.

운동 신경이 아주 뛰어나다. 탁구도 잘한다. 스매싱은 물론 커트 실력도 남다르다. 경기 중에 부족했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동영상을 찾아 공부하고 실행에 옮기는 멋진 분이다. 누구와도 잘 어울리는 그 분은 올해 손녀가 서울대학교에 입학했다며 탁구장 회원 모두에게 떡을 돌렸다.

그리고 아주 지구력 좋고 유머러스한 할머니. 이분은 레슨을 받지 않아서인지 탁구 자세(form)는 좋지 않다. 넘어오는 공을 넘기는 수준이라 공격이 약하다. 그러나 지구력이 좋아 1시간 30분 정도는 쉬지 않고 탁구를 하신다. 처음 보는 사람도 자신보다 젊어 보이면 반말로 대한다. 이 반말만 자제한다면 높은 점수를 받을만한 유머 만점의 할머니이다.

상대방이 친 공이 얼굴에 맞을 땐 "좋아하면 아프게 때리지 말고 말로 해달라"고 부탁한다. 반대로 자신이 친 공이 상대방 얼굴에 맞으면 "잘 준다는 것이 마음대로 안 된다"며 다음에는 공격하기 좋게 넘기겠노라고 말한다. 한 번만 봐달라며 애교 있게 미소도 같이 날린다.

탁구 폼과 상관없이 탁구를 즐기고 좋아하는 사람들 /게티이미지뱅크
탁구 폼과 상관없이 탁구를 즐기고 좋아하는 사람들 /게티이미지뱅크

탁구장에는 싱글로 오는 분들이 대부분이지만 부부가 함께 취미생활을 즐기는 분도 있다. S 동네에 사시는 부부는 탁구장 회원들이 인정하는 잉꼬부부다. 이 부부는 경기할 때 꼭 적(敵)으로 마주 선다. 부인이 받아치기 힘든 공을 보내면 “세상에 믿을 사람 없다”라며 꼭 한마디 한다. 부인은 개의치 않고 성실하게(?) 공격한다.

탁구장 회원들은 그들이 잉꼬부부임을 알기에 두 분이 복식경기에 임할 때는 경기 내용보다 아내의 행동에 대한 남편의 반응에 더 관심을 둔다. 아내가 강하게 공격하면 어쩐지 아침을 많이 먹더라며 기운 다 쓰지 말라고 걱정(?)도 한다. 당신이 아프면 본인이 힘들다면서. 그 말을 들으면 웃지 않을 수 없다.

회갑이 지난 나는 어떤가? 누구보다 탁구 폼이 멋진 나(모두 인정한다)는 공이 살짝 네트를 맞고 넘어가면 "sorry"라고 말해야 함을 코치로부터 지도받았건만 어느 순간에는 망각하고 “넘어갔다. 넘어갔어”를 외친다. 꼭 반복해서 두 번 말한다. 반대로 실점하면 “아이고! 아버지”를 외치며 안타까워한다. 상대방이 공을 높이 띄워 보내면 파트너에게 “때려, 때리세요”를 외친다.

같은 팀원은 나의 활달함에 기운이 샘솟지만 상대 팀은 조용히 하라며 핀잔을 주기도 한다. 그 핀잔을 들으면 바로 “죄송합니다”라며 고개를 숙인다. 그러나 그것은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잠시 후에 공이 붕 떠서 날아오면 여지없이 “때리세요”를 외치고야 만다. 활력이 넘치는 나의 이 외침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오늘도 탁구를 즐기는 필자의 모습 /사진=김정희
오늘도 탁구를 즐기는 필자의 모습 /사진=김정희

여러분은 어떤 운동을 즐기세요?

얼마 전에 모 문화재단에서 만난 분은 20년 넘게 요가를 하고 있다며 나에게도 요가를 권했다. 나도 요가를 했었다. 이유는 유연성과 균형 있는 몸매를 갖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나는 요가 시간 50분이 정말 길게 느껴졌다. 족히 한 시간은 지난 것 같아 시계를 보면 겨우 20분 지나 있었다. 인내심으로 석 달을 채운 후 그만두었다. 그래서일까? 나는 유연성도 부족하고 균형 있는 몸매와도 거리를 두고 있다. 민첩성만 있다.

나는 이 민첩성을 자랑하며 탁구를 즐긴다. 눈 껌~뻑하고 뜨면 1시간이 그냥 지나간다. 껌~뻑 껌~뻑 하면 두 시간이 지나간다. 어찌나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지 시간을 잡아당기고 싶다. 그리고 엄청나게 웃는다. 웃음이 터질 수밖에 없는 재미난 장면이 많이 연출된다.

감탄도 자주 한다. 공을 잘 요리하는 사람을 보면 저절로 감탄이 터져 나온다. “부라보. 멋져요, 멋져. 잘했어. 나이스!” 이런 감탄사가 줄줄이 비엔나 소시지처럼 이어져 나온다. 때로 피곤해서 쉬고 싶을 때, 눕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고 탁구장으로 향한다.

탁구를 하면 피곤이 싹 도망간다. 탁구는 나의 활력소이다. 오늘도 나는 탁구 가방을 챙겨 이순이 지난 분들이 반기는 탁구장으로 향한다.

여성경제신문 김정희 그리움한스푼 작가 thebom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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