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의 탁구야! 놀자]
서울시교육감배 탁구대회에
다시 한 번 더 출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5년마다 행해지는 정기 인사에서 B 중학교로 발령 났다. 그나마 집과 조금 가까워졌다. S 중학교에서 탁구선수 리더였던 조 선생님과 우연히 같은 학교로 옮기게 되었다. 조 선생님은 S 중학교로 출근 후 발 빠르게 탁구선수를 수소문했다. 정년퇴직하기 전에 서울시교육감배 탁구대회에서 꼭 우승하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그러나 선수로 출전할 인원(남자 3명, 여자 3명)수를 채우기에는 부족했다.
나는 여전히 학교에서 퇴근하면 탁구장으로 출근했다. 탁구를 하면 기분 나빴던 일도 어느 순간 사라지고 머릿속이 맑아졌다. 조 선생님과는 근무지가 같았을 뿐만 아니라 거주지도 도보로 10여 분 거리여서 휴일에는 같은 탁구장에서 만나기도 했다. 조 선생님은 늘 사모님과 함께였고, 사모님 또한 조 선생님 못지않게 탁구 실력이 좋았다.
두 분은 나의 휴일 코치였다. 다양한 서브와 공격 타이밍, 공을 어느 지점에 보내야 상대방이 수비하기에 어려운 곳인지 등등 많은 것을 가르쳐 주셨다. 그러다 보니 나의 탁구 실력은 하루하루 향상되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다. 2년 정도 지났을 때 탁구를 기막히게 잘하는 여교사 한 분이 전근을 오셨다. 이미 명성이 자자한 분이셨다. 서브가 일품이었다. 아주 오랫동안 코치의 지도를 받고 있었고 학교 경기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기에 출전한 경험이 많았다. 공격도 수비도 멋졌다. 우리 학교 그 어느 선수보다 실력이 뛰어났다. 또한 성격도 차분해서 이기고 지는 것에 일희일비하지 않았다.
우리 예비 선수들은 천군만마를 얻은 것처럼 기뻐했다. 그분과 탁구를 하면 내 실력이 업그레이드되는 것 같았다. 이제 여교사 한 명만 더 충원되면 서울시교육감배 탁구대회에 다시 한 번 더 출전할 기회가 주어진다. 조 선생님은 탁구 라켓을 잡아본 경험이 있는 여교사를 열심히 찾았고, 드디어 어떤 분이 탁구장에 다니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그분은 초보였다. 이렇게 여교사 3명은 정해졌다.
남자 선수 3명 중 한 분은 힘과 체력이 좋았고, 또 한 분은 오랫동안 취미로 탁구를 즐기고 있었으며, 나머지 한 명은 우리의 리더 조 선생님이었다. 드디어 조 선생님을 리더로 우리 6명은 본격적으로 탁구를 시작했다. 빈 교실에 탁구대를 마련하고 방과 후에는 그곳에서 열심히 연습했다. 한 시간 정도 탁구를 한 후 각자 다니는 탁구장으로 향했다.

이렇게 6명으로 팀을(남자복식 2명, 여자복식 2명, 혼합 복식 2명) 구성하여 서울시교육감배 탁구대회에 나는 다시 한 번 더 출전했다. 우리 팀은 가볍게 예선을 통과했다. 사립학교인 Y 중학교도 예선을 통과했다.
공립학교는 5년마다 인사이동이 있지만, 사립중고등학교는 오랫동안 같이 근무하는 선생님이 많아 취미로 탁구를 하는 분들이 많았다. 누군가 계획해서 그 학교 탁구선수로 키우고 싶은 분이 있다면 학교에서도 충분히 실력을 쌓을 수 있는 여건이었다. 그러기에 몇몇 사립학교가 준우승까지 출전 가능한 후보군이라는 정보가 돌기도 했다.
예선을 통과한 우리는 가끔 Y 중학교로 가서 친선경기를 하기도 했다. 그럴 때면 우리의 리더인 조 선생님은 상대 팀의 탁구 실력을 관찰해서 그 정보를 알려주기도 했다. 이를테면 K 선생님은 돌려 넣은 서브를 보내기에 이런 방법으로 수비해야 하며, P 선생님은 커트가 약하니까 되도록 공 밑부분을 많이 깎아서 보내라는 등 많은 것을 조언해 주셨다. 만약 본선 경기에서 맞붙게 되면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가상시나리오를 짜보기도 했다.

얼음물을 준비하는 것도 조 선생님이었다. 때론 과일이나 다른 먹거리를 준비해 오셔서 운동 후 출출한 배를 채우기도 했다. 남자 선생님들은 대체로 말이 적었다. 조 선생님은 이런저런 조언으로 말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그다음 말이 많은 사람은 나였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말보다는 흥을 돋우는 파이팅 소리가 많았다고나 할까. 어쩌다가 어려운 공을 받아 치면 “선수다 선수. 국가대표 선수로 선발되는 것 아니야! 이제 상대 팀은 다 죽었다, 다 죽었어." 등의 말로 사람들의 기분을 up 시키는 것은 거의 내 역할이었다. 누가 맡긴 역할이 아니라 자연적으로 나오는 나의 파이팅이었다.
그런 파이팅에 선수들은 많이 웃었다. 웃다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서먹한 관계가 슬그머니 사라지며 빨리 친해진다. 새로운 사람과 빨리 친구가 되는 방법의 하나가 같이 운동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운동 후 간단한 회식도 즐겁다. 땀 흘리고 시원하게 한잔 들이켜는 음료수는 입으로 들어가면 중간에 멈추지 않고 위까지 직행하는 시원함을 느낄 수 있었다. 운동과 먹거리, 그렇게 우리는 팀워크를 다졌다.
드디어 본선 날이 다가왔다.
여성경제신문 김정희 그리움한스푼 작가 thebomnews@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