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의 탁구야! 놀자]
탁구장에서 생기는 다양한 포즈와 말이
우리를 웃게 또는 안타깝게 만들기도 한다
라켓을 잡지 않은 손의 움직임도 웃음을···

사람들이 탁구를 하면서 보여주는 다양한 포즈는 웃음을 유발하기도 또는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한다. 당사자는 울고 싶은데 이와 반대로 그 행동을 보는 사람은 ‘하하’ 웃는 경우가 있다. 가령 A가 높이 떠서 날아온 공을 온 힘을 다해 내리쳤는데 공을 맞히지 못한 경우 그 사람은 울고 싶지만 상대방은 웃음이 나올 수 있다. 나도 이런 상황을 연출한다. 

자세를 갖추고 힘껏 공을 친다는 것이 헛손질(?)로 끝났을 때의 그 허망함이란···​ /사진=김정희​
자세를 갖추고 힘껏 공을 친다는 것이 헛손질(?)로 끝났을 때의 그 허망함이란···​ /사진=김정희​

상대방이 높이 띄워 넘긴 공을 체중을 실어 강하게 내려쳤는데 아뿔싸! 내가 스매싱하는 그 순간 공이 살짝 돌면서(회전 공) 테이블에 맞고 튕겨 나갔을 때 나는 창피해서 쥐구멍이 있으면 숨고 싶어진다. 내가 공을 끝까지 보지 않고 서둘러 행동했기에 생긴 결과다. 나의 실수가 아이러니하게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만약 중요한 경기에서 이 팀을 응원하는 사람이라면 안타까워하겠지만···).

이러한 내 행동에 대해 씁쓸한 미소를 감추며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이렇게 실점하는 경우 한편은 웃음을, 다른 한편은 안타까움을 연출하는 상황은 또 있다. 구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수비하는 경우이다. 커트 공이라 생각하고 커트로 받았는데 공이 붕 떠서 넘어가는 경우, 또는 테이블 밖으로 도망(?)가는 경우 구질을 잘 파악하지 못해 빚어지는 불상사다.

이때도 공을 받은 사람은 안타까움에 울고 싶고 반면에 상대방은 살짝 미소를 지을 수 있다. 이런 경우는 어떤가? 커트로 서브를 넣었는데 드라이브로 완벽하게 받아넘기는 경우, "와~" 하는 소리가 터져 나오지 않을까? 만약, 플릭으로 받아넘기면? 그리고 그 공이 득점으로 이어진다면 앉아 있던 관람객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지 않을까? 큰 함성과 함께···. 플릭으로 넘긴 그 선수의 얼굴엔 함박꽃이 피고!

경기의 득점과 상관없는 이런 경우도 웃음을 터지게 한다. 탁구하다 보면 우리 테이블에서만 공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이 아니라 느닷없이 옆 테이블로 튕겨갈 때도 있다. 그때 센스있는 어떤 사람이 왜 남의 집에 노크도 하지 않고 들어오냐고 재미있게 말하면 모두 웃지 않을까? 실제 우리 탁구장에서 종종 일어나는 상황이다.

또 하나, 웃음을 유발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은 라켓을 잡지 않은 손의 움직임이다. 일부 어르신 중에는 레슨을 받지 않고 독학으로 탁구를 습득(?)한 분들이 있다. 그런 분들은 폼이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B 어르신은 라켓을 잡은 오른손이 공을 칠 때마다 왼손이 오른손 팔꿈치 밑으로 들어갔다 나온다. B가 어느 순간 그러한 사실을 알고 고쳐보려고 애썼지만 쉽지 않다고 했다. 여러분은 이처럼 라켓을 잡지 않은 다른 손의 움직임을 관찰한 경험이 있나요?

우리 탁구장의 회원들 중에는 라켓을 잡지 않은 손을 밑으로 내리거나 팔꿈치를 접어 배꼽 가까이에 대고 탁구를 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C는 둘째손가락만 살짝 굽혀 갈고리 모양을 하고 나머지 손가락은 가볍게 주먹을 쥐고 탁구를 한다.

탁구 라켓을 잡지 않은 다른 손의 움직임, 이런 경우도 있어요. /픽사베이
탁구 라켓을 잡지 않은 다른 손의 움직임, 이런 경우도 있어요. /픽사베이

D는 왼팔을 내리고 있다가 공을 칠 때마다 손이 배꼽 가까이에 갔다가 다시 뒤로 밀려간다. 아주 정교하게 조작되도록 맞추어 놓은 기계 같다. 나는 팔을 내리고 있다가 가끔 검지와 중지를 피아노 건반 누르듯 움직인다. 상대방이 넘긴 공을 어떻게 대응할지 재빨리 결정하지 못할 때, 그런 행동을 한다. 누군가 나의 이런 행동을 자세히 관찰했다면 웃음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그럼, 국가대표 선수들은 어떨까? 신유빈 선수는 왼팔을 접어 올린 상태로 다섯 손가락을 펴고 공을 치다가 득점하면 주먹을 쥐고 무언가를 끌어당길 때처럼 아래로 내린다. 때론 어깨 뒤로 팔을 쭉 뻗기도 하고 주먹을 쥐기도 한다. 일본의 어느 남자 선수는 연속으로 힘껏 공격할 때 손가락을 펴 앞으로 뒤로 왔다 갔다 반복적인 행동을 취하기도 한다. 공이 네트 가까이에 떨어지면 오른발을 한 발짝 앞으로 보내면서 왼손을 죽 펴 뒤로 보내기도 한다.

힘차게 느껴지는 탁구의 한 장면. 라켓을 잡지 않은 왼손을 살펴보시길. /픽사베이
힘차게 느껴지는 탁구의 한 장면. 라켓을 잡지 않은 왼손을 살펴보시길. /픽사베이

사람들은 왔다 갔다 반복적으로 이동하는 탁구공을 보느라 라켓을 잡지 않은 다른 손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다음에 탁구 경기를 볼 때, 선수들의 왼손(왼손에 탁구라켓을 쥔 경우에는 오른손) 움직임을 관찰하면 재미있는 포즈에 웃음을 짓지 않을까?

여성경제신문 김정희 그리움한스푼 작가 thebom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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