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의 탁구야! 놀자]
탁구하면 좋은 것들
한둘이 아니지만
"탁구하면 하루가 행복하다"
(지난 회에서 이어짐)
우리의 리더 조 선생님은 은퇴하기 전에 자신에게 약속한 목표를 마침내 달성했다며 환하게 웃으셨고, 응원하신 분들도 선수들과 함께 어깨동무하며 그 기쁨을 같이했다. 우승이라는 것이 얼마나 달콤한지 그동안의 긴장은 어디론가 휙 사라지고 새 힘이 마구 솟았다. 한 게임 더 해도 될 만큼···.
우승하고 보니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했던 많은 것들이 생각났다. 상대방이 받기 어려운 고난도 서브 넣는 방법과 그 서브를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 연습하다가 마침내 성공했을 때 느꼈던 그 쾌감, 땀으로 흠뻑 젖은 옷을 입은 채 얼음물을 벌컥벌컥 마시며 시원하게 하루를 마무리했던 것, 인근 학교와 친선 게임을 하며 실력을 점검하고 파트너와 어떻게 호흡을 맞춰야 하는지 논의했던 시간, 그리고 경기 시작 전 꼭 우승하자며 파이팅했던 그 순간 등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다음날, 우리는 포도를 사서 전 교직원에게 나누어주며 서울시교육감배 탁구대회에서 당당히 우승했음을 알렸고, 동료들에게 많은 박수를 받았다. 그리고 탁구 선수들은 따로 우승의 기쁨을 만끽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지글지글 소리 내며 노릇하게 익은 삼겹살을 한입 가득 밀어 넣으며 우리는 행복했다.

스포츠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라는 어느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며 우리는 아슬아슬했던 첫 번째 경기를 떠올렸고 그 말에 모두 동의를 표했다.
생각해 보면 짜릿한 순간이 여러 번 있었다.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조 선생님은 정년퇴직했고 우리는 인사 발령에 따라 하나둘 다른 학교로 옮겨갔다.
교사로서 마지막 출전한 그 탁구 경기에서 나는 많은 것을 얻었다. 첫째는 ‘우리는 하나다’라는 공동의식이었다. 연습할 때도 경기에 임할 때도 우리는 한 가족처럼 생각하고 행동했다. 같이 웃고 같이 안타까워했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연습실에 먼저 도착하는 사람이 경기에 임할 수 있도록 탁구대를 세팅했고, 연습이 끝나면 다 같이 뒷정리했다. 땀 냄새 나는 운동복을 입고 싱싱한 웃음으로 어둠이 내린 교정을 함께 나왔다. 그렇게 우리는 하나였다.
두 번째,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처럼 서로의 칭찬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경험했다. 동료가 보내는 작은 웃음, 따뜻한 말 한마디가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이렇게 나날이 실력이 좋아지면 국가대표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농담까지 하며 서로를 격려해 준 힘. 그 힘이 결국 우승할 수 있었던 원천이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운동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에서 ‘나는 안 되는가 보다’라고 절망할 때 내 옆의 누군가 희망적인 말 한마디를 해 준다면 다시 일어설 수 있지 않을까! 격려와 칭찬은 자신감을 북돋아 주고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는 것을 경험했다.
누가 나에게 무슨 운동을 하면 좋을지 추천하라고 한다면 난 주저하지 않고 탁구를 권할 것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덥거나 춥거나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365일 운동할 수 있는 탁구. 실내가 추우면 따뜻하게, 더우면 시원한 환경을 만들어 쾌적하게 운동할 수 있는 탁구. 이기고 지는 것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면 많이 웃으면서 즐길 수 있는 탁구.
나는 탁구를 하면서 사람들과 빨리 친해졌고 많이 웃었다. 그들이 연출하는 재미있는 상황은 나에게 웃음을 안겨주었고, 나의 많은 실수 또한 그들을 웃게 했다. 의외의 실수가 서로를 웃음의 도가니로 빠지게 만드는 것이 바로 탁구이다.

“때려, 때리라니까!”
“깎아요. 사정없이 깎으세요.”
“세게 치세요. 아주 세게.”
이런 말들을 어디에서 웃으며 할 수 있겠는가? 이런 무자비한 말들을 점잖게(?) 뱉어낼 수 있는 그곳이 탁구장이다. 작고 가벼운 탁구공이 얼마나 사람을 웃게 하는지 경험해 보길 권한다. 한 번 웃으면 한 번 젊어진다고 했으니, 많이 웃으면 더 많이 젊어지지 않겠는가!
탁구 예찬으로 [탁구야! 놀자]를 마무리하며 오늘도 신나는 탁구로 많이 웃는 행복한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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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경제신문 김정희 그리움한스푼 작가 thebomnews@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