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의 탁구야! 놀자]
2 대 10에서 시작된 추격전
13 대 11로 역전시켜 버렸다
보는 사람 심장도 오그라들어

(지난 회에서 이어짐)

본선을 치르는 날, 아침 햇빛이 찬란했다. 우리는 모두 ○○체육관에 모였다. 학교마다 유니폼을 갖추어 입고 몸풀기 운동을 하고 있었다. 리더인 조 선생님은 변함없이 얼음물과 먹거리를 준비했다. 우리 팀은 맨손체조를 가볍게 하고 포핸드 스트로크로 워밍업을 했다.

잠시 후, 개회식이 끝나고 본격적인 경기가 시작되었다. 교장선생님, 교감 선생님 이하 몇몇 분이 응원단으로 오셨다. 첫 번째 경기는 남녀 혼합복식 경기(이하 혼복경기)였다.

리더인 조 선생님과 여자 선수 중에서 가장 멋진 실력을 자랑하는 선생님이 혼복경기 선수로 출전했다. 우리 팀의 에이스였다. 우리는 그 팀이 이길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런데 1세트부터 난관에 봉착하고 말았다. 어찌 이럴 수 있단 말인가? 스코어 10 대 1.

먼저 11점을 획득하면 이기는 경기에서 우리 팀은 1점만 획득한 상태였다. /ChatGPT
먼저 11점을 획득하면 이기는 경기에서 우리 팀은 1점만 획득한 상태였다. /ChatGPT

우리 팀이 10점이 아니라 상대 팀이 10점이었다. 상대 팀이 1점만 더 얻으면 우리 팀이 첫 번째 세트를 맥없이 지는 경기를 하고 있었다. 우리는 이게 무슨 일이냐는 듯 서로 얼굴만 멀뚱멀뚱 쳐다볼 뿐이었고, 반면 상대 팀 응원단은 얼굴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었다.

누가 봐도 첫 번째 세트는 지는 경기였다. 국제 경기에서도 이렇게 점수 차가 많이 나면 이기기 힘들지 않을까? 그래서 어떻게 되었느냐고? 우리 팀 여자 선수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넣은 서브를 상대 팀이 놓쳤다. 그래도 뭐 그게 대수인가! 겨우 2 대 10이지 않는가?

서브는 상대 팀으로 넘어갔다. 상대방의 서브를 살짝 받아친 우리 팀이 연속 승점을 하고 다시 서브가 우리 팀으로 넘어왔다. 4 대 10. 그때부터 탄력을 받은 우리 팀 선수가 본격적으로 멋진 춤을 추기 시작했다.

잠자던 사자가 포효하면서 벌떡 일어나 무시무시한 힘을 드러냈다고나 할까! 서브면 서브, 공격이면 공격, 모두 우리 팀의 승점으로 이어졌다. 그전까지 ‘왜 우리가 지고 있었지?’라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그 둘은 거침없이 상대방을 밀어붙이며 점수를 올리고 있었다. 10 대 10. 선수들 이마에 땀이 맺히고 구경하는 사람들의 심장이 쪼그라졌다가 펴지기를 반복했다. 11 대 10. 11 대 11. 결국 13 대 11로 우리 팀이 첫 번째 세트를 이겼다.

아슬아슬한 첫 번째 세트에서 우리 팀은 승리를 끌어냈다. /ChatGPT
아슬아슬한 첫 번째 세트에서 우리 팀은 승리를 끌어냈다. /ChatGPT

드라마가 따로 없었다. 어떤 작가가 이런 극본을 쓸 수 있을까? 드라마에서 다수를 상대로 싸우는 주인공이 다양한 싸움의 기술로 그들을 제압하고, 마지막에 두 손 탁탁 털면서 고개를 한번 강하게 흔들고 쓱 사라지는 장면이 떠올랐다. 드라마의 한 장면같이 통쾌했다. 그날 남녀 혼복경기의 첫 번째 세트는 잠시도 한눈팔 수 없는 경기였고 짜릿짜릿한 실화였다.

그 조마조마했던 혼복경기의 첫 번째 세트를 본 후에, 나도 여자복식 경기에 출전했다. 여기서 잠깐, 우리 팀의 첫 번째 경기 전략을 소개하면, 에이스들이 뛰는 혼복경기와 남자복식이 이기고 아직 구력이 짧은 여자복식은 지는 작전이었다. 왜냐하면 첫 번째 치르는 경기는 상대 팀의 실력을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기에, 실력이 뛰어난 선수가 겨루어야 이길 승산이 높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사람들의 생각은 별반 다르지 않았던가 보다. 우리 팀만 그렇게 생각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을 혼복경기가 말해주고 있었다. 혼복경기는 살얼음 위를 걷는 것처럼 위태롭고 아슬아슬했다. 내가 여자복식 경기를 끝내고 올 때까지 혼복경기는 진행되고 있었다. 

혼복경기가 이겨야만 다음 단계로 출전할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 순간, 그 마지막 세트를 지켜보는 우리 팀은 환호와 한숨을 반복하며 가슴을 졸였다.

(다음 회에 계속)

여성경제신문 김정희 그리움한스푼 작가 egyptwolf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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