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의 탁구야! 놀자]
조마조마 아찔한 장면 보기 힘들어 녹화방송 선호
그러나 2002한일월드컵과 오늘 경기는 예외였다
(지난 회에서 이어짐)
나는 스포츠 중계방송을 잘 보지 않는다. 우리나라 선수가 아닌 다른 나라 선수의 경기는 관심이 없어 보지 않고 우리나라 선수들과 겨루는 경기는 조마조마해서 볼 수 없다. 남편이 보고 있으면 왔다 갔다 하면서 힐끔거리거나 잠깐 보다가 다시 자리를 피한다. 결과만 궁금할 뿐이다. 우리가 이겨? 이 질문만 던진다.
한때 사람들의 인기를 차지했던 권투 경기나 김일 선수의 레슬링 경기는 그분 가족이 생각나 보지 못했다. 눈 가까운 위치에 강한 펀치를 맞아서 눈이 부어오르거나 눈 근처가 찢어져서 피가 흐르는 그것을 어찌 눈 뜨고 볼 수 있단 말인가?
김일 선수가 안토니오 이노키나 거구의 킹콩 반 반스와 싸울 때, 로프에 기댄 몸을 앞으로 내밀며 그 반동으로 공중에 뛰어올랐다가 상대방의 몸을 덮치면 화면 밖의 내 몸이 바스러지는 것 같아 몸이 움찔움찔 소리를 낸다.

그것뿐인가? 상대를 번쩍 들어 바닥에 내팽개치기도 하지 않는가! 나는 이런 장면이 너무 끔찍하다. 순간 소름이 좌악 돋는다. 가족이 아닌데도 나의 온몸이 불에 덴 그 무엇처럼 비틀어지고 고통스럽다.
“엄마 나 챔피언 먹었어!”라고 외친 홍수환 권투 선수의 경기도 보지 않았다. 힘에 겨워 권투 글러브 낀 손으로 얼굴을 가리면서 피하는데 다른 나라 선수가 복부나 옆구리를 세차게 공격하면 우리나라 선수 엄마(얼굴도 모르는)의 얼굴이 오버랩되면서 TV 앞을 떠난다. 때로 흘러내리는 붉은 피로 인해 그 선수가 눈 뜨기 어려워하는 모습을 비추면 TV를 끄고 싶기도 하다.
단, 우리나라 선수가 이겼다는 소식을 들으면 후에 녹화방송을 본다. 그게 뭐냐고? 누가 핀잔을 준다면 결과를 알고 보는 스포츠는 볼만하다는 게 내 대답이다. 스포츠의 맛은 현장에서 또는 중계방송으로 보면서 조마조마해하고 그러다가 한 골 들어가는 그 짜릿한 순간을 즐기는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나는 그게 불편하다.
나는 그렇지 않다. 난 결과를 알고 보는 재방송이 마음 편하다. 느긋하게 본다. 물론 그때도 도저히 눈 뜨고 볼 수 없을 것 같은 장면이 예상되면 눈을 감는다.
그런데 이런 나도 중계방송을 찾아 시청한 경기가 있는데 바로 2002년 월드컵 경기였다. 집에서 보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빨간 티를 입고 길거리 응원까지 했다. 우리나라 선수가 상대방 골대 가까이 거침없이 공을 몰고 가는 모습을 보면 내 발도 제자리에서 같이 뛰었다.
"와~" 하는 함성에 나도 기꺼이 한 목소리 보탰다. “대한민국! 짜자~짝 짝짝! 대한민국!” “오~ 필승 코리아!”를 외치고 리듬 맞추어 손뼉도 같이 쳤다. 너무 신났다. 그때만큼은 중계방송을 안 볼 수가 없었다.
지금 내 눈앞에서 펼쳐지는 탁구 혼합복식경기도 안 볼 수가 없다. 이 경기는 중계방송도 없고 당연히 녹화방송도 없다. 나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에 두 눈을 크게 뜨고 볼 수밖에 없다. 짜릿하고 조마조마해서 보는 내내 가슴을 졸였다. 더구나 절체절명의 순간이라 한숨과 탄복이 자주 반복되고 그에 따라 내 간 크기가 작아졌다 커졌다 한다.
“와~” 소리치며 두 손을 번쩍 들었다. 우리 팀이 이겼다. 기진맥진할 것 같은 두 선수도 이기는 순간, 두 주먹을 쥐고 흔들며 함빡 웃었다. 우리는 약속이나 한 듯 손을 잡고 빙빙 돌았다.

올림픽 경기에서 우승하면 이런 맛일까? 가슴이 벅차, 소리 지르면서 눈물이 찔끔 나왔다. 이게 우리를 하나로 만드는 힘일까? 단체 경기라는 것이 이런 맛일까! 만약 혼복팀이 졌다면 우리의 리더 조 선생님이 준비해 온 그 얼음물도 못 마시고 먹거리 보따리도 풀지 못한 채 학교로 돌아와야만 했다. 그 자그마한 2.7그램의 탁구공이 무엇이기에 60kg이 넘는 사람들을 들었다 놨다 하는지….
그렇게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고 기쁨에 환성을 지르고 있는데 두 테이블 건너서 어떤 여자 목소리가 쩌렁쩌렁 체육관을 울렸다.
(다음 회로 이어짐)
여성경제신문 김정희 그리움한스푼 작가 thebomnews@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