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고령층, 대선 승패 가른다
여야 대권주자, 실버주택 공약 경쟁
호텔업계까지 뛰어든 시니어타운 전쟁

오는 6월 3일 치러지는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 주요 대선 주자들이 고령층을 겨냥한 ‘실버주택’ 공약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초고령사회 진입과 함께 65세 이상 인구가 1024만명에 달하면서 고령층 표심이 대선 승패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됐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는 신규 공공주택 공급 시 25%를 고령층 특별공급으로 배정하고 편의시설 설치를 의무화하는 공약을 내놨다. 고령층의 소형 아파트 수요 증가에 대응해 실버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김 후보 측은 고령층의 74%가 실버타운 또는 소형 주거지 이주를 희망하고 있고, 이와 관련 중대형 아파트 약 200만호가 시장에 매물로 나올 가능성도 제시했다.
김 후보는 “자녀의 분가가 끝나면 고령층의 중대형 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적어진다”며 “특별공급으로 이주가 시작되면 고령층이 거주하는 중대형 아파트 약 200만호가 시장에 풀리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도 고령자 복지주택을 대폭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특별법 제정을 통해 서민·중산층 노인 대상 실버타운 공급을 확대하고 고령층 맞춤형 사회서비스 일자리 비중을 2027년까지 30%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민주당 김동연 대선 경선 후보는 민관 협력형 실버주택 공급 방안을 제시했다. 공공이 직접 공급하는 방식 대신 민간 기업과 파트너십을 통해 양질의 고령자 주거지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노인복지주택(실버타운) 등록 시설은 전국 40곳, 9006가구에 불과하다. 전 윤석열 정부도 고령자 공공임대주택 확대를 추진했으나 속도나 규모 모두 수요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설 업계뿐만 아니라 호텔·리조트 업계도 실버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대명소노그룹은 강남권 후보지를 중심으로 시니어타운 설립을 추진 중이다. 메이필드호텔은 강서구 메이필드 부지에 '더해든' 브랜드를 내걸고 시니어타운 사업에 나섰다. 호텔신라와 호텔롯데도 실버 레지던스 진출을 준비 중이다.
호텔업계가 실버산업을 주목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경기 변동에 민감한 기존 호텔 사업과 달리, 시니어타운은 고정 수익이 가능하다. 입주 보증금 수억원, 월 생활비 수백만원대의 고가 시장을 겨냥한 전략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국내 실버산업 시장 규모가 2020년 72조원에서 2030년 168조원으로 두 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의 규제 완화도 호텔업계의 실버산업 진출을 부추겼다. 2024년부터는 토지·건물 소유 없이도 시니어 레지던스를 운영할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뀌었다.
강대빈 전국노인주거복지시설협회 회장은 여성경제신문에 "공급 확대 자체는 바람직하지만 건물만 짓는 식의 반쪽짜리 접근이 아쉽다"면서 "실버주택이나 시니어하우징은 결국 노인을 위한 서비스형 주거 구조다. 건강관리, 식사, 청소, 상담 같은 다양한 서비스가 함께 갖춰져야 하는데 지금 대선 주자들의 공약은 전부 하드웨어 공급에만 치우쳐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운영할 인력, 소프트웨어 준비는 빠져 있다. 마치 학교 건물만 짓고 교육과 시스템은 생각하지 않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면서도 "민간 참여를 통해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중산층 이상을 담당할 민간에 서비스 운영 체계까지 구축할 방안이 같이 제시돼야 한다. 서비스 시스템 없이 공급만 늘리면 결국은 삐걱거릴 수밖에 없다. 정부가 이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면 문제 없겠지만, 현재로서는 그런 내용을 들은 바가 없어 아쉽다"고 덧붙였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hyunoo9372@seoulmedia.co.kr
여성경제신문 김정수 기자 essence@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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