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빈 전국노인주거복지시설협회장
실버타운 정책, 공급 확대에만 급급
안정적으로 운영할 인력·제도가 핵심
통합적 주거·요양 서비스 제공할 때

"실버타운은 건물을 짓는 사업이 아닙니다. 어르신들이 30년을 살아갈 공간을 만드는 일이죠. 그런데 현재 정책은 '운영'은 빠진 채 '개발'만 논의합니다. 땅과 돈 이야기, 규제 완화만 하고 있죠. 전문적인 운영 인력과 입주자 비용 부담을 줄일 제도적 기반이 필요합니다. 그 고민을 해야 할 때입니다."
1995년 삼성노블카운티 기획 단계부터 참여해 주거동(노인복지주택)과 너싱홈(요양시설)을 각각 10년 이상 운영해 온 강대빈 전국노인주거복지시설협회 회장은 현재 정부의 실버타운 정책 흐름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노인주거시설은 단순한 공급 확대보다 장기적인 '운영 지속성'이 핵심이라는 지적이다. 초기 설계 단계부터 안정적인 운영 체계를 갖춰야 30년 넘게 어르신의 일상을 책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산층 고령자가 실버타운에서 안정적으로 생활하려면 실질적인 비용 부담을 줄이고 노화로 인한 건강 등의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유연한 운영 체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성경제신문과 만난 강대빈 회장은 일본처럼 실버타운을 지을 때부터 시설장을 채용해 공간을 설계하고 제도적으로는 장기요양보험 수가를 시설 내 일부 서비스에 적용하는 등 현실적인 비용 분담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건강한 노인을 위한 주거시설과 요양시설을 이분법적으로 나눠놓은 1980년대 법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며 AIP(Aging in Place) 실현을 위해 입주 시점부터 요양기까지 단절 없이 거주할 수 있는 시스템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ㅡ2003년 전국노인주거복지시설협회 설립 초기부터 참여하셨고 지난해 6월부터는 회장직을 맡고 계십니다. 협회의 역할과 주요 활동이 궁금합니다.
"협회에는 모범적으로 노인복지주택 및 양로시설을 운영하는 시설들이 회원사로 소속돼 있습니다. 주로 노인복지주택 등의 활성화와 운영 애로사항에 대한 건의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공급 확대와 더불어 수요 확대를 위해서는 비용, 시설 규모, 서비스, 운영 형태 등에 있어 다양한 시설이 공급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 보건복지부,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 많은 부처에서 심도 있는 검토와 법적‧제도적 정비가 있어야 하죠. 협회에서 정책적 제언을 취합해 정부와 관계 부처에 전달하고 있습니다."
ㅡ중산층의 노인주거시설에 대한 수요가 주목됩니다. 이들을 위한 '가성비 실버타운' 실현 가능성에 대해선 어떻게 보시나요.
"가성비 실버타운은 대부분 과거에 설립된 곳, 설치자가 복지적 개념에 의해 시작했던 곳, 설치자의 의지에 의해 직원이 봉사하는 곳, 병행 시설에 의해 서비스가 제공되기 때문에 비용이 분산되는 곳 등 다양합니다. 과거에는 설치비(투자비)가 적었고 사회복지법인이나 종교법인 등에 의해 운영됐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성비가 좋은' 시설이 운영될 수 있었죠.
다만 앞으로도 이러한 시설의 등장 가능성이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에 의한 시설의 설치·운영은 기본적으로 투자비나 운영비에 이익이 합산돼야 하므로 과거처럼 획기적으로 가성비가 좋은 시설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단 정부에 의해 정책적 지원, 사회시스템 통합 등을 이루고 비용의 분산, 지원, 혜택을 통해 입주비, 생활비 등을 낮게 책정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나 제도를 도입하면 그것이 바로 가성비가 좋은 시설과 서비스가 될 수 있겠죠."

ㅡ정부는 최근 실버타운 공급 확대를 위해 리츠·펀드 등 다양한 민간 재원 도입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운영 주체의 정체성 부재와 수익 중심 구조에 대한 우려도 제기됩니다.
"노인주거시설의 핵심은 '운영'입니다. 어르신은 해가 갈수록 건강 상태가 달라집니다. 그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면서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운영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최근 1000세대, 2000세대 규모의 공급 계획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 발표나 기업 추진 계획을 보면 개발에만 집중돼 있고 운영은 상당히 소홀하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어르신을 대상으로 하는 주거 사업은 개발사업과 서비스가 결합한 것입니다. 어느 것 하나 소홀할 수 없습니다. 고가의 시설이든 가성비의 시설이든 동일합니다.
어르신에게 적합한 서비스를 어떻게 제공할지, 그들의 존엄성과 개별성을 어떻게 보장할지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도 안정적이고 신뢰 있게 운영할 수 있을지를 정부와 민간이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실버타운은 일단 운영이 개시되면 최소 30년은 안정적으로 운영돼야 합니다.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리츠, 펀드 등 민간 재원을 활용하는 정책 도입은 불가피하지만 운영이라는 수레의 한 바퀴를 생각지 않으면 잘 굴러갈 수 없습니다."
ㅡ운영에 대한 논의를 강조하셨습니다. 정부는 최근 실버타운 신규 운영 주체에 대해 자격 요건을 완화했는데요. 일각에서는 '운영 경험이 없는 사업자들이 과잉 약속을 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이에 대한 회장님의 견해가 궁금합니다.
"칼날의 양면입니다. 노인복지법에서 노인복지주택을 설치한 자는 자체적으로 직접 운영하거나 위탁운영을 실시할 수 있습니다. 수탁자의 자격 기준은 노인주택 사업을 실시한 경험이 있으면서 운영 관련 전담 조직과 인력을 갖춰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러한 조건을 갖춘 사업 추진체는 거의 없습니다. 따라서 노인주거시설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위탁 운영자의 자격 요건을 완화해 줄 필요가 있죠.
다만 규제 완화는 운영상 비효율성이나 과잉 약속 등의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는 소지가 충분히 있습니다. 노인 서비스는 복합적으로, 노인 생애에 대응해 적합하게 제공돼야 합니다. 즉 처음부터 계획된 운영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노인의 이해와 더불어 장기적인 예측과 변화에 대한 대응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죠.
따라서 시설의 공급뿐만 아니라 전문 인력의 양성이 필요합니다. 정부 차원에서 기존 경험 있는 시설들과 신규 참여 업체들이 상호 교류와 협조 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도 검토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파산, 파행 운영 등으로 많은 시설이 노인복지주택 기능을 상실했고 많은 어르신이 고통받았습니다. 시설 운영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병행돼야 합니다."

ㅡ실버타운 입주자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건강이 약화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어르신들은 같은 곳에서 쭉 거주하길 원하시는데요. 이를 고려해 '케어동' 혹은 요양시설과 연계된 형태로 운영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실버타운이 웰다잉까지 연결되는 주거 모델이 되기 위해 필요한 제도적 보완은 무엇일까요.
"입주자가 비용을 전액 부담하는 양로시설과 노인복지주택에는 노인장기요양보험에서 제공하는 재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제도가 조금 더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노인주거시설에서는 간호사를 채용해 각종 간호 상담·관리와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장기요양시설이 아니라는 이유로 급여 수가를 받지 못하고 있죠.
따라서 시설에서 노인장기요양서비스에 준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이를 장기요양보험에 제도적으로 포함시켜 직접적으로 수가를 지급하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시설은 운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고 입주자에게는 좀 더 낮은 생활비를 낼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의 유료노인홈에서는 개호보험에 준하는 운영체제, 인력 확보, 서비스 제공 등을 하는 경우 개호보험 수가를 지급하고 있으며 이는 시설의 공급 확대와 입주자의 생활비 부담 경감이라는 긍정적인 결과를 낳았습니다."
ㅡ하지만 기존 시설급여 체계의 요양원과 제도적 충돌을 불러오지 않냐는 우려도 있습니다.
"실질적인 충돌 가능성은 작다고 봅니다. 현재도 대부분의 장기요양 수요자는 요양시설을 이용하고 있고 실버타운이 시장을 잠식할 정도로 확대되긴 어렵습니다. 미국, 일본 사례에서도 실버타운과 요양시설은 기능과 대상이 분명히 다르며 병행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실버타운 입주자 대부분이 중산층인데 이들이 내야 할 생활비를 줄이려면 이 같은 방법을 검토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는 운영자의 수익 안정과 동시에 입주자 부담 완화로 이어져 실버타운의 지속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결국 수가 적용 논의는 제도적 형평성의 문제이자 중산층의 노후 주거 선택권 보장을 위한 정책 설계의 일환입니다."
ㅡ마지막으로 실버타운 입주를 고민하고 있는 예비 입주자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왜 입주하려는가'를 스스로 분명히 하셔야 합니다. 식사나 청소 등 일상 부담을 줄이기 위한 건지, 건강 관리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받기 위한 건지, 활동적인 노후생활을 위해 다양한 문화·여가 프로그램이 중요한 것인지에 따라 선택 기준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실버타운에 입주한다는 것은 새로운 지역사회로 이사한다는 것과 같습니다. 이전과는 다른 이웃들을 만나게 될 수밖에 없으며 나 자신만의 삶이 아닌 이웃과 함께 생활하는 문화가 되죠. 그리고 본인의 마음가짐에 따라 많은 새로운 경험의 기회가 주어질 수 있습니다. 건강과 편안함, 배움과 활기, 상호 교류와 봉사가 있는 곳이죠. 많은 분이 새로운 효의 문화를 누리시기를 바랍니다."
여성경제신문 김정수 기자 essence@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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