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공빠TV 문성택 대표 인터뷰
실질적 실버타운 30여 곳 불과해
식사 제공 의무화 등 법적 기준 필요
대상·목적 따라 세부 지침 달리해야

“실버타운은 나이 들어서 몸이 약해지면 못 가는 곳입니다. 건강한 노인의 노후를 위한 주거 공간이죠. 더불어 식사와 건강관리, 취미 활동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으며 활기찬 삶을 누릴 수 있는 곳입니다.”
실버타운은 ‘더 건강한 노후’를 위한 공간이자 스스로 선택하는 주거 모델이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실버타운은 여전히 요양시설과 혼동되고 있다. ‘아픈 사람이 가는 곳’이라는 오해와 주변 시선 때문에 입주를 망설이거나 입주 사실을 숨기는 시니어도 적지 않다.
24만 구독자를 보유한 실버타운 전문 유튜브 채널 ‘공빠TV’ 문성택 대표는 이 같은 인식이 실버타운 산업의 성장 자체를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한다. “일본은 실버타운이 2만3000개, 미국은 3만 개가 넘는데 한국은 70여 곳뿐입니다. 이마저도 실질적인 실버타운은 30여 곳에 불과해요. 이는 단순한 수의 문제가 아니라 노후 대책의 심각한 부족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문 대표는 실버타운의 양적 확대와 더불어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핵심은 식사 제공의 제도화다. 식당이 운영되지 않으면 일반 아파트와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실버타운이 이름뿐인 제도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대상과 목적에 따라 실버타운을 분류하고 식사 의무화·입주 자격·서비스 기준 등 유형별로 세워진 세부 지침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 그의 일관된 메시지다.
실버타운이 '선택 가능한 노후 주거'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해법은 무엇일까. 여성경제신문이 실버타운 전문 유튜버 공빠TV 문성택 대표를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ㅡ한의사에서 실버타운 전문가가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한의사로 일하면서 고령 환자들의 식사와 고독 문제를 보며 실버타운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10년 넘게 실버타운을 찾아다니며 직접 경험했고 공부한 내용을 나누기 위해 4년 전부터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죠. 현재 ‘공빠TV’는 구독자 24만명이 넘는 채널로 성장했고 관련 책도 세 권 집필했습니다.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정부 기관이나 지자체, 기업들의 자문도 맡고 있어요. 지금은 실버타운 전문 유튜버이자 작가, 강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ㅡ공빠TV 채널을 통해 지금까지 수많은 실버타운을 소개해 오셨는데요. 현장에서 ‘이곳은 다른데?’라고 느꼈던 시설이나 반응이 유독 뜨거웠던 사례가 있다면 어디인가요.
“경험상 실버타운은 각각 고유한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제가 가본 30여 곳 모두 가지각색이죠. 그럼에도 꼽자면 동해약천온천실버타운, 삼성노블가운티, 스프링카운티자이 등을 말하고 싶네요.
동해약천온천실버타운은 모든 주택에서 바다를 조망할 수 있어 인상 깊었습니다. 해가 뜨는 걸 아침마다 볼 수 있죠. 삼성노블카운티는 수만 평 규모의 정원과 테이블 서비스 식사가 특별했습니다. 또 워킹 트랙을 걸으면 몇 바퀴 돌았는지 체크해 걸음 수만큼 랭킹화해서 ‘전국 일주’, ‘아시아 일주’, ‘세계 일주’ 등으로 표시하는 프로그램이 인상적이었어요. 어르신들이 운동하는 재미가 생기는 거죠. 스프링카운티자이는 1300세대 이상 규모로 동호회와 재능 기부 활동이 활발합니다.”

ㅡ‘실버타운은 비싸다’라는 인식이 큽니다. ‘가성비 실버타운’의 현황과 그 기준은 무엇이라고 판단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비싸다’는 인식은 일부 고급 실버타운만 보고 생긴 오해입니다. 언론이나 유튜브에서 자주 소개되는 곳은 고가 실버타운이죠. 하지만 저희가 정리한 전국 실버타운 리스트 30여 곳 중 실제로는 생활비 100만~150만원대의 가성비 실버타운도 10여 곳 돼요.
제가 생각하는 ‘가성비 실버타운’의 기준은 보증금 2억원 이하, 월 생활비 150만원 이하입니다. 이 기준이 중산층, 서민층이 감당할 수 있는 선이라고 보고 있어요. 실제로 저희 유튜브 시청자들이 가장 많이 요청하는 것도 ‘생활비 150만원대’ 실버타운입니다.”
ㅡ현재 국내에서 ‘100가구 이상+식당 운영+전담 인력 10명 이상’ 요건을 갖춘 실버타운은 30여 곳에 불과하다고 하셨습니다. 그 기준을 실버타운의 최소 인프라 기준으로 보시나요?
“해당 요건이 일반형 실버타운의 최소 인프라 기준이라고 봅니다. 이 조건을 갖추지 못하면 실버타운이라고 하기 어려워요. 식당이 없으면 아파트 놔두고 굳이 들어갈 이유가 없고 인력이 없으면 서비스가 불가능하니까요. 일반 실버타운은 건강한 어르신이 서비스를 받으며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이 세 가지 기준은 기본입니다.
다만 실버타운은 하나의 형태로만 볼 수 없습니다. 가성비 실버타운은 입주민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기준이 달라야 하고 돌봄을 위한 케어형 실버타운은 오히려 소규모가 적합합니다. 예를 들어 가성비형은 운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식사 제공을 한 두 끼로 하고 케어형은 돌봄의 적정 규모인 30~50세대로 운영하는 거죠. 핵심은 실버타운 유형별로 운영 기준과 입주 자격, 서비스 수준이 구분돼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에 따라 식사 제공 방식이나 직원 규모도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또 아무리 기준을 잘 만들어놔도 결국 실버타운을 운영하는 주체는 ‘사람’입니다. 누가 시설의 주인 역할을 하는가가 중요하죠. 즉 시설장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운영하느냐에 따라 건강하고 행복한 실버타운이 될 수 있고 그저 그런 실버타운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것은 직접 가보면 느껴져요. 직원들이 어르신을 대하는 태도, 일하는 모습에서 그 실버타운의 품격이 보입니다.”
ㅡ결국 ‘시설장’이 중요하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그런데 현재 ‘실버타운’이라는 용어는 법적으로 정의돼 있지 않고 민간 시장에서 자의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시설장의 기준이 없죠. 이처럼 실버타운이 하나의 주거 유형으로 인정받기 위해 법적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예컨대 명칭 기준, 입주 자격, 의무 서비스 등에 대해 어떻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보시는지요.
“실버타운이 하나의 주거 유형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명칭, 입주 자격, 의무 서비스 등을 유형별로 구분하고 그에 맞는 법적 기준이 필요합니다. 현재는 모든 유형을 혼용하다 보니 정책 대상도 모호하고 소비자도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저는 실버타운을 ‘일반형’, ‘가성비형’, ‘케어형’ 등으로 나누고 각 유형별로 명확한 세부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용자 상태에 맞는 주거와 서비스가 연계돼야 건강한 사람은 일반형 실버타운, 돌봄이 필요하면 케어형, 더 중증이면 요양시설로 이어질 수 있죠.
이러한 구분이 필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운영 현장에서 발생하는 실제 문제 때문입니다. 초기 치매 증상이 있는 입주자들이 꽤 있지만 현실적으로 즉시 퇴소를 요구하긴 어렵고 다른 입주민과의 갈등도 우려되죠. 결국 일반 실버타운, 케어형 실버타운, 요양시설 등이 연계된 삼각 체계가 갖춰져야 합니다.
현재 다수 실버타운이 방문요양이나 주간보호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이유죠. 실제로 삼성노블카운티, 더시그넘하우스 청라, 서울시니어스타워 가양지점 등은 내부에 이 체계를 갖춰가고 있습니다. 이제 정책이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때입니다.”

ㅡ정부는 중산층 고령자를 위한 대안으로 장기 민간임대주택 ‘실버스테이’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경기 구리시 갈매 역세권 B2 블록이 시범 사업지로 지정됐는데요. 해당 정책과 관련해 ‘보증금이 낮지 않고 식사도 빠지면 기존 공공임대주택과 다를 게 없다’는 비판을 하신 바 있습니다. 실버스테이가 중산층을 위한 실버타운으로 기능하기 위해 반드시 보완돼야 할 핵심 요소는 무엇일까요.
“핵심은 식당 운영입니다. 시니어 주거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식사인데 지금처럼 식사 제공 여부를 민간사업자 판단에 맡기면 십중팔구 식당이 운영되지 못하고 결국 ‘공공임대 아파트’에 불과해질 겁니다. 과거 분양형 실버타운이 실패했던 이유도 이와 똑같죠.
‘공모자가 계획을 제출하면 행정기관이 판단하는 방식’은 순서가 잘못됐습니다. 정부가 먼저 식사 제공 방식, 입주 자격, 최소 운영 기준 등을 명확히 제시하고 여기에 맞는 사업자만 선별해야 합니다. 예컨대 ‘하루 한 끼 이상 의무 제공’은 명시하고 이에 맞는 직원 수나 설비 기준도 구체적으로 정해줘야 하는 거죠. 또 관리비에 식당 기본 운영비, 인건비를 포함하고 식비는 식재료비로만 이뤄지게 규정을 만들어 운영의 지속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본의 서비스 제공 고령자주택 ‘사코주’처럼 핵심 서비스만 남기고 비용을 줄이는 방식이 참고될 수 있습니다. 한국은 공공 체육시설, 도서관, 복지관 등은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이를 외부 자원으로 활용하고 실버스테이 안에서는 식사 제공에 집중하는 방향이 현실적이에요. 의료 서비스 역시 응급체계는 실버타운이 담당하되 치료나 건강 관리는 기존 의료 시스템에 맡기고 돌봄은 돌봄 시설로 연계돼야 비용 낭비 없이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합니다.”
ㅡ마지막으로 실버타운 입주를 고민하는 예비 입주자나 그 가족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실버타운은 나이 들어 몸이 약해졌을 때 가는 곳이 아닙니다. 내가 건강할 때 더 건강하게 노후를 보낼 수 있는 공간이고 그러기 위해 서비스를 받는 곳이죠. 나이 들고 스스로 모든 것을 감당하기보다 식사나 청소 같은 가사 부담은 줄이고 대접받으며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일정 부분을 지불하는 것은 큰 비용 부담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또한 실버타운은 단지 쉬는 공간이 아니라 더 열정적으로 일하고 활동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저도 한의사로서 죽을 때까지 일할 계획이고 그런 삶에 딱 맞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새로운 도전이나 젊을 때 하지 못한 일들도 실현할 수 있는 환경입니다.
입주 전 여행하듯 실버타운 투어를 추천합니다. 실제로 방문하고 체험해 보면 백 번 듣는 것보다 더 큰 인식의 변화가 일어나요. 가족 입장에서도 부모님께 직접 보여드리는 것이 설득에 가장 효과적일 것입니다.”
여성경제신문 김정수 기자 essence@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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