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타운 공급 민간에 맡겼지만
현실은 수지 안 맞아 진입 난항
이미 운영 중인 시설은 지원 전무
장기 운영 고려한 정책 설계 필요

정부의 실버타운 공급 확장세에도 불구하고 민간사업자는 여전히 시장에 발을 들이기 어려운 모양새다.
14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민간 실버타운 사업은 수익이 나지 않는 구조로 인해 사업자들이 진입을 포기하거나 중도 철수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부지 매입과 건축 비용 등 초기 자본 부담은 큰 데다 식사, 건강관리 등 필수 서비스 운영에 따른 고정비도 든다. 하지만 입주자 요금만으로 이를 회수하기는 어렵고 현행 제도 하에선 세제 혜택과 금융 조달 지원도 충분하지 않아 사업성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게 업계 반응이다.
실버타운 전문 유튜브 채널 공빠TV의 문성택 대표는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현행 제도 하에서는 민간이 실버타운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다. 땅값과 건축비는 비싸고 운영은 수익이 잘 나지 않기 때문에 자문을 요청하러 오는 많은 분들도 결국 현실을 알고 포기한다.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수지가 맞지 않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처럼 PF 금리가 높고 기준은 까다로운 구조에선 민간이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다. 국민연금 기금 등을 활용해 일정 수익률을 보장하는 방식의 건축 기금을 마련하는 등 제도적 물꼬를 터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그래야 의지가 있는 민간도 사업을 실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지희 전국노인주거복지시설협회 사무국장(수원여대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은 여성경제신문에 “정부는 실버타운 공급을 늘리겠다고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미 운영 중인 시설도 공실이 있다. 신규 시설은 입주가 더딘 경우도 있다. 식사와 같은 필수 서비스는 계속 제공해야 하는데 입주가 늦어지면 고정 운영비만 쌓인다. 자금 여력이 없는 사업자는 버티기 어려운 구조라 민간이 쉽게 뛰어들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정책은 신규 사업자에 한정된 일부 금융·세제 혜택만 존재하며 기존 운영사에는 실질적인 지원이 없는 상태다. 이 사무국장은 “사실상 ‘알아서 하라’는 구조”라고 했다.
박동현 전 전국노인주거복지시설협회장은 지난 11일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 “실버타운은 수익이 나지 않는 구조 자체가 문제”라며 실버타운이 민간 임대주택과 달리 취득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등에서 세제 혜택을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정 면적 이하의 임대주택은 감면 대상이 되지만 고령자 특성상 공용면적이 크고 서비스 공간이 포함된 실버타운은 해당 기준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리츠나 펀드 구조로 개발하더라도 취득세 감면을 받지 못하거나 준공 후 일정 기간 내 지분 이전 시 감면액이 추징되는 등 실질적인 세제 유인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입주자가 부담하는 부가가치세는 환급이나 월세 세액공제 대상이 아니며 양로시설로 분류되는 경우에는 금융권 대출 자체가 불가능해 건설 자금 조달도 쉽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짚었다.
박 회장은 “완공 후에도 고정비는 지속되지만 세제·금융 지원은 초기 투자만 고려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결국 장기 운영 수익을 설계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민간이 뛰어들 수 없는 시장이 됐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시니어 레지던스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리츠형 개발 시 지방세 감면, 국공유지 우선 공급, 주택금융공사 보증 지원 등의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반 민간 개발 방식에 대한 지원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부가세 환급, 대출 불가 등 핵심 부담 요소는 정부 방안에 포함돼 있지 않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문성택 대표는 여성경제신문에 “정부의 제도적 정비와 함께 실질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일본의 서비스 제공 고령자주택 ‘사코주’의 경우 정부가 사업비의 10분 1 정도는 보조금을 지원했고 건축 비용은 장기 저리로 대출해 줬다. 세제 혜택 제공까지 더해지면서 몇 년 만에 7000개 가까이 만들어졌다. 정부에서 이러한 사례를 연구했으면 좋겠다. 선례를 참고해 벤치마킹하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 그는 운영사 입장에서도 “실버타운은 단순한 부동산 사업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인프라이기에 사업자도 단순 수익 추구가 아닌 ‘의미 있는 사업’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며 “입주자 또한 ‘서비스에는 비용이 따른다’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지희 사무국장은 “리츠나 펀드 방식은 결국 수익 배분이 우선되는 구조라 ‘어르신을 잘 모시겠다’는 복지적 마인드를 기대하기 어렵다. 투자자는 수익을, 운영자는 책임 회피를 우선하게 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이어 “실버타운은 초기 건설 지원뿐 아니라 장기 운영까지 고려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며 “특히 건강이 약화한 입주자에게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에 대한 수가를 장기요양보험으로 청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지금처럼 장기요양보험과의 연계 없이 ‘민간이 다 알아서 하라’는 구조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여성경제신문 김정수 기자 essence@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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