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주거 공약 아직 선언에 그쳐
李 "고령자 친화 주택·도시 조성"
金 "공공주택 25% 고령층 공급"
운영 기준 확립·부처 협업이 관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9일 서울 용산구 대한노인회관을 방문, 기념촬영 자리에 앉는 이중근 회장을 부축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9일 서울 용산구 대한노인회관을 방문, 기념촬영 자리에 앉는 이중근 회장을 부축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선이 2주 앞으로 다가왔지만 은퇴한 노인의 주거 불안을 해소할 구체적 공약은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중산층을 위한 주거 모델은 여전히 논의되지 않는 모양새다.

21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모두 고령화 공약을 제시했으나 중산층 노인까지 포용하는 실질적 주거 대책은 공약에서 빠졌다. 고령층을 위한 주거 언급은 포함했지만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재명 후보는 저출생·고령화 위기 극복 정책 중 하나로 '어르신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한 고령자 친화 주택·은퇴자 도시 조성'을 내세웠다. 김문수 후보는 지난 경선 당시 공공주택의 25%를 고령층에 특별공급하겠다고 밝혔지만 입주 자격·운영 기준·서비스 설계 등 구체적 실행 방안은 빠졌다. 공공주택은 일반적으로 저소득층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중산층 고령층이 실질적 혜택을 받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공약의 공백이 단지 실행력 부족 문제가 아니라 정책 설계 단계에서부터 '운영 없는 공급'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강대빈 전국노인주거복지시설협회 회장은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현재 주요 대선 후보들의 공약은 공급만 이야기할 뿐 안에 어떤 운영 체계나 서비스가 들어갈지는 전혀 이야기가 안 되고 있다”며 “아직은 선언 수준에 그치고 있어 평가할 단계가 아니다.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령자 친화 도시는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UN에서도 30년 전부터 사용해 온 용어다”라며 “중요한 건 그 개념 안에 어떤 소프트웨어와 정책을 채워 넣느냐인데 지금은 그 논의가 빠져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19일 서울 중구 부영 태평빌딩에서 열린 대한노인회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19일 서울 중구 부영 태평빌딩에서 열린 대한노인회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산층 실수요자를 위한 공약이 부재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강 회장은 “공공주택을 고령층에 공급한다고 해도 중산층 노인이 실제로 들어가긴 어렵다. 공공임대는 저소득층 이미지가 강하고 중산층이 기대하는 생활 서비스 수준과는 맞지 않기 때문”이라며 “중산층이 들어갈 수 있으려면 제도적으로 이미지와 구조를 바꿔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지난해 7월 발표한 '시니어 레지던스 활성화 방안'은 제도적 뒷받침 없이 진행이 멈춘 상태다. 당시 정부는 고령자복지주택(공공임대), 중산층을 위한 실버스테이(민간임대), 실버타운(노인복지주택) 등으로 시니어 주거를 유형화하고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했지만 시행령 개정이나 후속 입법은 이뤄지지 않았다. 정권 교체를 앞두고 해당 정책은 사실상 중단됐다.

실버타운 업계에서는 전문 운영 주체 부족, 수익성 한계 등으로 추가 공급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기준 없이 공급 확대만 외치고 있는 실정이다. 강 회장은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시니어 레지던스 방안은 진행이 안 되고 있다”며 “노인복지주택, 실버스테이 등 공급은 결국 재정 문제다. 민간도 마찬가지다. 대기업들도 추진하다가 공사비, 토지비 부담 때문에 주춤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간이 참여하려면 국가가 시그널을 줘야 한다. 세제 혜택이든 예산 지원이든 뭔가 유인 장치가 있어야 기업이 움직인다. 그런데 아직 그런 정책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어 노인 주거 정책의 범정부적 설계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여성경제신문에 “(노인 주거 정책은) 단순히 한 부처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보건복지부, 기획재정부, 국토부 등 여러 부처가 결합하고 전문가들이 다학제적으로 설계해야만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올 수 있다”며 “대통령 한 사람의 의지로 되는 문제가 아닌 만큼 중요한 건 앞으로 어떤 구조로 설계하고 어떻게 실행력을 담보하느냐다”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김정수 기자 essence@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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