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박지원 적극 개입설 제기
역술인 前 정보사령관 연관 의혹
서정욱 "대통령이 얘기 안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8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75주년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하며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8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75주년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하며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온라인에선 각종 밈(Meme·온라인 유행 콘텐츠)이 만들어졌다. 평소 김건희 여사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보여온 윤 대통령이 배우자 특검 여론을 막고자 계엄을 선포했다는 풍자다. 중국 언론은 '사랑 때문에 계엄까지 선포했다'는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로 대통령 내외의 관계에 관심이 집중됐다.

그렇다면 김건희 여사는 남편이 충암파와 극비리에 실행한 계엄을 사전에 알았을지 궁금증이 모아진다. 김 여사가 현재까지 두문불출하고 있어 정확한 진상은 파악되지 않았지만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야당과 진보층에선 김 여사의 사전 인지 의혹을 제기했다. 계엄 때 피신했던 방송인 김어준씨는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김건희 씨가 윤석열의 주요 판단과 결정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관여해왔다는 정황이 반복적으로 드러났다. 그가 계엄 계획을 몰랐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윤석열의 내란 계획이 단독으로 이뤄졌을 리 없다. 김건희가 배후에서 조종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9일 KBC '여의도 초대석'에 출연해 "비상계엄이 선포됐을 때 두 가지 설이 시중에 떠돌았다"며 "첫째는 명태균 황금폰 3개가 입수되니까 이게 큰일 났다. 그리고 역술인들이 비상계엄을 해서 넘기면은 한 석 달 되면은 다시 복귀한다 하기 때문에 김건희 여사가 '오빠 대통령, 대통령 오빠, 빨리 비상 계엄 해' 해서 했다고 하는데 그런 말이 맞아 돌아가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김 여사가 계엄을 알았을 경우는 두 가지로 나뉜다. 윤 대통령의 통보를 받아 단순히 묵인했거나 적극적으로 개입했을 경우다. 정치권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김 여사와 윤 대통령 간 평소 관계를 볼 때 사전에 알았으면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라며 "강력히 반대했을 수도 있는데 결과적으로 제동이 안 됐으니 무의미하고 '할 거면 제대로 하라'는 조언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계엄을 공모했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현재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고 있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을 내란에 동조했다는 혐의로 수사 중이다. 김 여사 역시 구체적인 동조 증거가 밝혀지면 수사 대상에 오를 수 있는 것이다.

'계엄 비선'으로 불리며 김 여사와 연관 의혹이 있는 인물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다. 노 전 사령관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 등과 사전에 이를 모의한 혐의를 받는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연합뉴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연합뉴스

노 전 사령관은 현역 시절 전속 운전병 등을 선발할 때 생년월일을 물어보는 등 명리학에 심취한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또한 그는 불명예 전역 후 2019년부터 역술인으로 점집을 운영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리아 회동'이 있었던 경기도 안산시 점포의 인근 점집에 JTBC가 방문하자 세 명의 역술인이 머물고 있었다. 이들은 노 전 사령관과 자신들이 동업자 관계이고 노 전 사령관이 전역한 이후부터 함께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 전 사령관은 15일 SBS와 인터뷰에서 여론조사심의위 점거 추정 이유에 대해 "여론을 아무리 자기가 노력을 하고 진정성 있게 해도 도대체가 여론도 이게 실제 여론인지 조작하는 여론인지 모르겠지만 이게 제대로 나오는 것이 아닌 것 같다"고 자신이 들은 말을 전했다.  

이를 두고 박선원 민주당 의원은 17일 유튜브 채널 매불쇼에 나와 "추측이지만 노 전 사령관이 전한 발언은 김 여사가 한 말일 것"이라며 "사람의 말투는 바뀌지 않는다. 전문 용어로 컨텐츠 애널리시스라고 해서 어떤 단어로 어떤 문장을 쓰느냐는 건데 예전에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에게 했던 것과 똑같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계엄 당시 막후에서 움직였던 정보사 OB(전직 간부)들에게 독촉전화 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배신감이 크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여사 역시 한 대표가 대통령실에 '여사 라인 정리'를 요구하는 등 대립각을 세우자 '문자 읽씹' 논란 전부터 쌓였던 감정이 극에 달해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분석이다.

보수성향 정치평론가인 서정욱 변호사는 김 여사 인지설을 부인했다. 그는 18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서 진행자가 "처음에는 윤 대통령이 김 여사에게 얘기를 안 하고 (계엄을) 했다는 소문이 지배적이었지만, 최근엔 다 상의한 후 진행한 것이란 말이 나온다"고 하자 "용산 등에 알아본 결과 앞의 말이 맞다"고 답했다. 

이에 진행자가 "그동안의 과정을 봤을 때 이런 중요한 일을 김 여사 모르게 했다면 굉장히 노발대발했을 것 같다는 추정이 가능하다"고 하자 서 변호사는 "그동안 김 여사가 (국정에) 개입한 게 있느냐"고 반문하며 "내가 국무위원이었다면 나도 계엄을 만류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김 여사가 알았다면 말렸을 것이란 말이 돌고 있다"는 말에는 "김 여사는 정치 감각이 뛰어나고 합리적인 분이기에 저도 그렇게 본다"며 "대통령의 순수한 의도는 이해하나 실현 가능성이 없었다"고 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지난 14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돼 직무가 정지됐지만 대통령 경호·의전 등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탄핵 심판 변호인단 준비를 하고 있고 김 여사는 한남동 관저에 머무르며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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