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野 의원 체포·연금 조치 없어
내부 진입 병력 통제하는 시늉만
친윤 서울지검장 탄핵에 급박함

4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비상계엄 선포 해제를 발표하는 장면이 방송을 통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4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비상계엄 선포 해제를 발표하는 장면이 방송을 통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발동한 비상계엄이 6시간 만에 수포가 되자 그 무모한 의도가 무엇이었는지 다양한 의문이 제기된다. 계엄 직전 윤 대통령이 흥분 상태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밀어붙였다는 증언이 나오지만 단순한 감정적 판단에서 비롯됐다고 보기 어려운 정황이 나오고 있다.

6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우선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는 비상계엄령이 왜 허술했는지다.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표결을 막으려고 했다면 국회를 봉쇄할 게 아니라 사전에 야당 의원 체포나 가택연금 조치를 했어야 수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야당 의원 192명을 붙잡아두려는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 여당도 친한계 의원이라도 움직이지 못하게 미리 당사로 부르는 등의 사전 조치도 안 했다. 추경호 원내대표가 계엄 발동 이후 당사로 소집하는 혼선을 빚었을 뿐이다.

이는 성공했던 쿠데타 전례와 대비된다. 영화 '서울의 봄'의 배경인 1979년 12·12 쿠데타 당시 전두환의 신군부는 작전에 방해되는 장태완 수도경비사령관과 정병주 특전사령관을 미리 연희동 술자리에 불러 놓았다. 또한 1961년 5·16 쿠데타 때 박정희의 군부는 바로 언론사를 봉쇄하고 주요 시설도 장악했다. 

이번 계엄 직후 무장 병력이 국회로 투입됐지만 시간이 지체돼 다수의 의원보다 늦게 도착했다. 또한 실탄 지급을 안 했고 계엄사령관에게도 사전에 알려주지 않았다. 내부로 진입한 병력도 통제하는 시늉만 하다가 복귀했다. 

다만 곽종근 육군 특수전사령관은 이날 더불어민주당 김병주·박선원 의원을 만나 "비상계엄 당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국회의사당 인원들을 밖으로 빼내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제가 판단했을 때 국회의원을 끌어내는 것은 명백히 위법 사항이기 때문에 항명이 될 줄 알았지만, 그 임무를 지키지 않았다. 출동했을 때 정당하지 않은 모습들이 있어서 우선적으로 절대 개인 인원들에게 실탄을 주지 말라고 했다"고 전했다.

국회 봉쇄도 허술했다. 경찰은 계엄령 직후 오후 10시 35분께 집회 관리 부대를 국회에 배치했고 두 차례 출입 통제가 이뤄졌다. 첫 번째는 10시 46분께 국회 내 돌발 상황을 우려한다는 이유였고 20분 뒤 의원·관계자들은 신분 확인 후 출입이 허용됐다. 그러다 11시 37분께 두 번째 전면 통제가 시행됐는데 입구만 막았기 때문에 담을 넘는 의원은 유유히 본회의장에 진입했다. 

계엄령 선포 후 국회 앞 /연합뉴스
계엄령 선포 후 국회 앞 /연합뉴스

윤 대통령에 대해 야당은 내란죄로 고발했지만 실제로 계엄군이 의원을 체포하지 않았고 해제안 결의 후 즉각 해제했다는 것은 나중에 위헌 위법·소지를 피해 가려는 조치를 거쳤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윤 대통령 관점에서 현시점에 탄핵안이 가결되면 바로 가장 유력한 대권 후보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 집권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여당 친한계도 탄핵을 바로 찬성하지는 못할 것으로 계산했을 가능성이 있다.

윤 대통령이 계엄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갑작스러웠던 배경에 이해가 갈 수 있다. 계엄 담화문대로 야당의 연이은 정부 관료 탄핵과 입법, 감액 예산안 강행 처리로 국정이 마비될 지경에 이르렀으며 무도한 야당에 경고하기 위한 장치로서 필요했다고 보는 것이다. 특히 친윤인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야당의 탄핵안을 위중하게 봤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준일 시사평론가는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4일에 무슨 일이 있었냐. 감사원장하고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탄핵이 있었다. 결국은 김건희를 지키겠다고 계엄을 했다는 것"이라며 "김건희 여사 특검하면 불법적인 게 굉장히 명태균 게이트까지 다 나올 테고 어떤 식으로 가든 이게 더디 가냐 빨리 가냐의 문제지 결국은 이게 탄핵으로 갈 수밖에 없다. 대통령직을 유지할 수가 없는 상태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 계열의 소셜미디어 계정인 뉴탄친(牛彈琴)은 한국 계엄령 배경에 김건희 여사가 있다며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전 세계의 적이 되길 선언하는 일이 영화나 소설에만 나온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했다.

최 원장과 이 지검장, 조상원 서울중앙지검 4차장검사, 최재훈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장검사 등은 5일 본회의에서 모두 야당 주도로  탄핵안이 가결돼 직무가 정지됐다. 이 지검장 등 서울중앙지검 지휘 라인 검사 3명은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연루 의혹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불기소 처분했다는 것이 탄핵소추 사유다. 

용산 대통령실 청사 /연합뉴스
용산 대통령실 청사 /연합뉴스

결론적으로 이번 12·3 비상계엄에 다른 목적이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은 윤 대통령의 침묵이 길어질수록 합리성을 더해가는 모습이다. 한동훈 대표는 이날 윤 대통령과 면담하고 온 뒤 "현재로선 특별한 조치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제 판단(직무 집행 정지)을 뒤집을만한 말은 듣지 못했다"고 당 소속 의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2차 계엄령이나 자진 하야 가능성을 일축한 것이다.

윤 대통령의 이번 사회적 혼란에 대한 입장, 국민에 대한 사과 여부 등은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오늘 대통령 담화나 임기 단축 개헌 제안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윤 대통령은 추경호 원내대표와 박정하 당 대표 비서실장을 만나 당내 기류를 전달받고 "의원들의 뜻이 무엇인지 잘 경청하고 잘 고민하겠다"고 짧게 답했다.

전문가는 윤 대통령이 계엄 해제를 미리 전제했다는 가설에 무게를 싣지 않았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홍장원 국정원 1차장의 국회 폭로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 전화로 ‘이번 기회에 다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해’라고 말했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만 보고 밀어붙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정원 1차장 발언과 관련 조태용 국정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비상계엄과 관련해 대통령이 국정원에 정치인을 체포하라는 지시를 전혀 한 적이 없다"고 밝히면서 진실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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