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캐나다·뉴질랜드·호주·영국 정보 공유
경주시 "APEC 정상회의 준비 차질 없어"
탄핵 여파 안보·외교 일정도 잇따라 연기
헌재 '6명 체제'로 탄핵 심판 속도전 예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정치적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국정 운영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등 주요 동맹국과의 공급망 및 경제 안보 협력에 대한 우려도 확산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정치적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국정 운영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등 주요 동맹국과의 공급망 및 경제 안보 협력에 대한 우려도 확산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정치적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국정 운영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등 주요 동맹국과의 공급망 및 경제 안보 협력에 대한 우려도 확산하고 있다.

16일 국가정보원 등에 따르면 이달 6일 미국 주도 정보 공유 협의체 '파이브 아이즈' 소속 5개국 주한대사가 계엄 상황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확인했다. 한국의 정치적 안정성이 약화할 경우 이들 국가들이 공급망 관리에서 한국을 배제하거나 대체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내년 11월 경주에서 열릴 예정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에 대한 우려는 국회에서 먼저 제기됐다.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은 지난 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5개국 주한 대사들이 윤석열 대통령이 계속 집권할 경우 경주 APEC을 포함한 모든 정상회의 개최를 보이콧하겠다고 논의했다"고 발언해 파문을 일으켰다. 

'파이브 아이즈'는 미국·캐나다·뉴질랜드·호주·영국 등 영어권 5개국의 기밀정보 공유동맹이다. 1946년 미국과 영국이 소련 등 공산권과 냉전에 대응하기 위해 협정을 맺은 것이 시초로 최근엔 전술정보를 넘어 경제 안보를 둘러싼 전략정보(strategic intelligence) 면에서도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들 정보공동체의 판단은 각국 국가원수의 외교 활동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와 관련해 주한영국대사관은 "제기된 주장은 부정확하다"고 반박했다. 주한 호주대사관 역시 한국의 APEC 정상회의 개최를 지지한다며 논란 진화에 나섰지만 파이브 아이즈 특성상 각국의 정보 당국이 한국의 '조기 대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손대기 경주시 공보담당관은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APEC 정상회의는 경주시나 대한민국이 단독으로 주최하는 행사가 아닌 세계적 규모의 국제회의로 일정이나 개최 여부에는 변동이 없다"며 "내년 1월부터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할 예정이며 현재까지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손 담당관은 "정부 본예산에 약 300억~400억원의 국비가 이미 반영됐으며 부족한 약 1000억원 정도는 추후 정부 추경에서 확보하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행사 사무국이 싱가포르에 있는 만큼 한국 내 정치적 상황과는 별개로 정상회의 준비는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과 2025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 의장을 맡게 되는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달 페루 리마 국립대극장에서 열린 APEC CEO 서밋에서 페르난도 자발라 의장으로부터 의사봉을 인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2025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 의장을 맡게 되는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달 페루 리마 국립대극장에서 열린 APEC CEO 서밋에서 페르난도 자발라 의장으로부터 의사봉을 인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APEC은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캐나다, 호주 등 21개국이 가입한 세계 최대 지역경제 협력체로 회원국 간 무역과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국은 2005년 부산 정상회의 이후 20년 만에 APEC을 다시 개최하며 세계 경제와 외교 무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기회를 맞았다. 이는 글로벌 경제 안보와 공급망 재편에서 한국이 중심적 위치를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행사로 평가된다.

경북도와 경주시는 2025년 APEC 정상회의 유치를 위해 2021년부터 전방위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범시민 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유관기관과 시민단체가 146만여명의 서명을 모아 유치 의지를 결집했으며 영남권 국회의원 58명의 지지 서명을 확보해 개최 도시 선정위원회에 제출했다. 이러한 성과로 경주는 2025년 APEC 정상회의 개최 도시로 최종 선정되며 글로벌 도시로서의 위상 강화를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로 정치적 불확실성과 국정 공백이 장기화할 우려가 커지면서 12~13일 미국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한미일 3국 여성 경제 역량 강화 콘퍼런스'도 무기한 연기됐다. 주최 측인 미 국무부는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회의가 연기된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참석자 섭외가 여의찮아 연기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각종 안보·외교 일정도 잇따라 연기되고 있다. 지난 4일 워싱턴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핵 협의그룹(NCG) 회의와 도상연습도 연기됐다. NCG는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합의한 '워싱턴 선언'의 후속 조치로 이번 4차 회의에서는 핵 및 전략 기획 등 주요 과업의 진전 상황을 점검할 예정이었다.

헌법재판관들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정형식, 김복형, 김형두, 이미선, 정정미 헌법재판관 /연합뉴스
헌법재판관들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정형식, 김복형, 김형두, 이미선, 정정미 헌법재판관 /연합뉴스

국회로부터 탄핵소추안을 송부받은 헌법재판소는 국정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탄핵 심판 사건 심리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날 헌재는 "6명 체제로도 심리와 변론이 가능하다"며 이른 시일 내 결론을 내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현재 정원 9명에 미치지 못하는 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정형식·김복형 체제다. 문형배 헌재소장 직무대행과 이미선 재판관의 임기가 내년 4월 18일 종료하기 때문에 내란 혐의 형사재판보다 먼저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만약 국회의 탄핵소추 사유가 '이유 있다'고 판단하면 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으로 파면한다. 만약 윤 대통령이 파면되면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하는데 늦어도 내년 8월께 선거가 진행된다면 APEC 일정에는 무리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다만 6명의 재판관 가운데 단 한 명이라도 탄핵 심판 청구에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다면 윤 대통령은 즉시 공직에 복귀해 APEC 회의를 진두지휘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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