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성이 앞으로 실적 개선 키포인트
국내 배터리 업계 대책 마련에 총력전
배터리 제조사 공개가 전화위복 되나

인천 청라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소비자들의 ‘전기차 포비아(공포증)’가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국내 배터리 업계가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화재 사고가 적은 브랜드로 자리 잡을 경우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만큼 앞으로 배터리 회사의 안전성 전략이 실적 개선을 끌어갈 ‘키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16일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배터리 안전 기술 확보에 투자를 강화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제조부터 사용자 단계에 이르기까지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공정별 전수 검사 체계를 구축해 운영하기로 했다.
셀 제조 과정에서는 엑스레이 등을 통해 실시되는 불량 검사를 자동화하고 모듈과 팩의 소재를 강화하는 등 안전성 강화에 총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모듈은 방화 소재를 적용하고, 팩은 안에서 불이 나더라도 팩 밖으로 불이 빠져나오는 시간을 늦출 수 있는 소재로 만들어 피해를 최소화할 것”이라며 “또 모듈과 팩 모두 쿨링 시스템을 적용해 열이 전이되는 상황을 원천 차단하겠다”고 말했다.
하반기 양산을 시작하는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 46파이 시리즈에는 ‘디렉셔널 벤팅’이라는 기술을 적용했다. 디렉셔널 벤팅은 셀 단계에서 배터리 내부 폭발 에너지를 외부로 빠르게 배출시켜 셀의 저항을 줄이고 연쇄 발화를 방지하는 기술이다.
화재 발생 위험을 낮추기 위해 양극과 음극의 접촉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는 세라믹 코팅 분리막을 적용하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LG에너지솔루션이 개발에 성공한 ‘안전성 강화 분리막(SRS)’은 분리막에 세라믹 입자를 코팅해 고분자 분리막이 수축하지 않도록 잡아준다.
삼성SDI는 최근 배터리 ‘열 폭주’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화재 발생 시 배터리 온도가 수초 안에 1000도를 넘어서는 열 폭주 원인을 규명함으로 이를 해소할 방안을 찾아내기 위함이다. 또한 셀, 모듈, 배터리 팩 별 전문가로 구성된 열전파방지협의체를 통해 셀-모듈-배터리 팩을 연계한 열 전파 방지 기술을 개발해 제품에 적용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는 대당 최소 100개 이상의 배터리로 구성되며 이 중 한 개의 배터리에만 문제가 생겨도 단시간에 높은 열과 다량의 인화성 가스를 발생시키는 열 폭주가 일어날 수 있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열폭주 차단 기술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다.
또 삼성SDI는 강한 외부 충격으로 인해 양극과 음극이 접촉하는 것을 막기 위해 다양한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배터리에 이상이 생기면 외부와 내부 간 에너지 흐름을 끊는 과충전 방지 장치(OSD)를 적용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외부 충격과 열에 강한 알루미늄 외장의 각형 배터리를 주력 생산하고 있으며, 가스 배출부인 벤트(Vent)도 적용했다. 벤트는 셀 내부에 고온의 가스가 발생했을 때 이를 배출하도록 제어하면서 배터리 폭발을 방지하는 원리를 갖고 있다.
SK온은 분리막을 지그재그 형태로 쌓아 올리는 ‘Z-폴딩’ 공법을 도입했다. Z-폴딩 공법이란 분리막을 지그재그 형태로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분리막 사용량이 일반 공정 대비 증가하지만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됐다.
또 SK온은 셀투팩(CTP·Cell to Pack) 기술을 적용해 셀을 연결하는 모듈수를 최소화한 ‘S팩’도 공개했다. S팩은 최종적으로 모듈을 없애고 셀을 곧바로 팩에 연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화재가 발생해고 팩 전체로 열이 번지지 않도록 해 안전성을 강화하는 공법이다.
특히 배터리 3사는 배터리 전류, 전압, 온도 등을 측정해 최적의 배터리 상태를 유지하는 BMS 고도화 작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퀄컴과 함께 BMS 진단 설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SK온은 BMS의 성능을 좌우하는 ‘배터리 관리 칩(BMIC)’ 국산화에 성공했다. 삼성SDI는 자체 AI 등을 활용해 배터리 상태를 분석하는 차세대 BMS 제품을 개발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이번 청라 화재 사고를 계기로 배터리 제조사 공개를 의무화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만큼, 이것이 위기이자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배터리사 관계자는 “배터리 설계 단계에서부터 이미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생산 이후에도 효율성과 안전성 강화를 위한 BMS 역량 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 화재 위험 줄인 꿈의 ‘전고체 배터리’···삼성SDI가 선두 주자
- 美 대선 누가 되든 원자력 ‘청신호’···태양광·배터리 ‘안갯속’
- EU, 중국 전기차 최고 48% 관세···韓, 車-배터리 반사효과 기대
- 전기차 우려 진화하는 현대차···배터리 공개부터 안심 서비스까지
- 지하의 불바다 리스크···주민 안전 장치 없이 충전소 늘려온 정부 딜레마
- 전기차 화재에 '뒷북' 법안 줄줄이···소방설비 장소·비용 극복 과제
- "물타기 해봤자···" 전기차 겹악재에 2차전지 ETF 투자자 '비명'
- ‘9000조 시장’ 스마트시티 수출로 건설업계 막힌 혈 뚫는다
- LG전자 조주완의 777 약속···"목표 달성 빠르게 현실화 중"
- '가급' 중요시설 국회의사당, 전기차 화재 대응 미흡 지적
- 3분기 반등 기대했는데···널뛰는 정제마진에 ‘속 타는’ 정유업계
- IRA 믿고 투자했는데···트럼프 리스크에 K-배터리 초긴장
- 美 해리스 우세론에···LG·삼성·SK·한화 에너지株 ‘함박웃음’
- 분리막 이어 바인더 개발 속속···이차전지 안정성 높인다
- SK온, 흑자 전환 ‘ON’···내달 美공장서 현대차 배터리 양산
- 불타는 배터리 사라진다?···LG엔솔·연대, 열화 방지 기술 개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