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시설 설치, 배터리 공개
21대 국회에서 정쟁에 밀려
한동훈-이재명 회담 급물살

18일 오후 5시 28분께 경북 안동시 용상동 한 주택가에 주차된 전기차 택시에서 연기가 나온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출동한 화재 진압 대원들은 해당 전기차를 전용 수조에 담가 2시간여 만에 안전조치를 마쳤다. /연합뉴스
18일 오후 5시 28분께 경북 안동시 용상동 한 주택가에 주차된 전기차 택시에서 연기가 나온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출동한 화재 진압 대원들은 해당 전기차를 전용 수조에 담가 2시간여 만에 안전조치를 마쳤다. /연합뉴스

최근 전기자동차 화재 사고가 잇따르자 정치권이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여야는 관련 법안을 쏟아냈는데 국민적 불안감 확산을 계기로 21대 국회에서 폐기된 것을 살리는 모습이어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19일 국민의힘 정책위원회는 전기차 과충전 방지 시스템, 배터리 이력 관리제 등을 담은 전기차 화재 대책을 이달 중 발표한다고 밝혔다. 앞서 한동훈 대표는 조만간 당정협의를 열고 전기차 화재 대응을 논의하기로 했다.

전기차 화재는 주차나 충전 중에 발생한 게 전체의 절반 가까이 되는 상황이다. 이달 초 인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는 이틀 넘게 주차돼 있던 전기차에서 불이 나면서 차량 87대가 전소되거나 불에 탔다.

이날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주차장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주차장에 환경친화적 자동차 충전시설을 설치할 때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소방시설을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전기차 등 친환경적 자동차의 충전시설 설치 시 방화벽과 소화수조 등을 갖추도록 하는 내용의 주차장법 일부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박용갑 민주당 의원은 ‘전기안전관리법’과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친환경자동차법)’ 일부 개정안을 각각 대표 발의했다. 이들 개정안에는 시설 소유자가 환경친화적차 충전시설을 설치할 경우 소방시설을 갖추도록 했다.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도 공동주택 주차장 등에서 전기차 전용주차구역과 충전시설을 설치하는 경우, 수조와 소방설비 등을 함께 설치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소방시설설치및관리에관한법률’ 일부개정안에는 배터리 등을 이용하는 장비와 제조·보관시설에 소방시설 등을 설치하고 소방청장이 화재안전기준을 설정하도록 했다.

같은 당 한정애 의원은 전기차 제조사들이 배터리 제조사와 상품명 등 배터리 관련 정보를 차량 제원 안내에 포함하도록 의무화하는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법에는 차량을 출시할 때 차량의 크기, 무게, 출력, 연비 등을 공개하도록 규정돼 있으나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정보는 영업 비밀이라는 이유로 의무공개 대상에서 제외돼 왔다.

이용우 의원이 발의한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은 자동차 등록원부에 전기자동차의 배터리 주요 정보를 기재하도록 했다. 김건 국민의힘 의원 역시 전기차에 사용된 배터리의 상품명과 제조사를 자동차등록원부에 등록하도록 의무화하는 개정안을 냈다.

해외에서는 이미 전기차 배터리 정보 공개가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오는 2026년부터 전기차 제조업체들은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하게 규정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2026년부터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와 구성 물질, 전압, 용량 등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배터리 라벨링제’를 시행한다. 인천 지하 주차장 화재 차량의 경우 사고 이후 중국 10위권 업체의 배터리가 탑재된 것으로 파악됐다.

전기차 화재 관련 법안은 21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정쟁에 밀린 바 있다. 조오섭 전 민주당 의원, 박범계 민주당 의원이 각각 발의한 ‘주차장법 개정안’과 ‘환경친화적 자동차 보급 촉진법 개정안’은 전기차 충전시설을 설치할 때 소방용수 시설이나 소화수조 등을 마련하도록 해 화재 발생 시 대처할 수 있도록 했으나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여성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당시 환경부는 박범계 의원안에 대해 "대상 시설의 설치 장소가 대부분 옥내 또는 지하에 있는 상황에서 개정안과 같이 소방설비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할 경우 소방설비를 설치할 수 있는 장소 확보의 어려움과 비용 증가 등으로 인해 개정안과 같이 전기차 충전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부정적 의견을 표했다.

다만 최근 여야가 지도체제 안정화를 계기로 법안 합의 처리 분위기가 형성됐다. 한동훈 대표는 이재명 대표가 제안한 양자 회동에 대해 "여야가 지금 미뤄지고 있는 여러 민생 과제에 대해 실질적인 많은 결과를 낼 수 있었으면 한다. 다양한 의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게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양당은 조만간 국토교통위원회 등 관련 상임위에서 해당 법안의 병합 심사를 시작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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