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액공택 받으려 쏟아온 막대한 투자금
트럼프 집권시 한순간 물거품 될까 우려
수요 둔화, 전기차 화재에 이은 삼중고
지지층 의식해 IRA 전면 부정은 어려워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업계가 미국 대선을 앞두고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기 내지 축소에 힘을 싣고 있어서다. 전기차 수요 둔화, 전기차 화재에 이은 트럼프 리스크로 삼중고를 겪고 있는 모양새다.
26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트럼프가 IRA에 따른 세액공제 혜택을 전면 폐지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미국 시장에 막대한 투자금을 쏟아부은 우리 배터리 업체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9일(현지 시각) 펜실베이니아주 유세 후 언론 인터뷰에서 “IRA에 따른 최대 7500달러(약 1018만원)의 전기차 세액공제는 터무니없는 일이다. 세액 공제와 세금 인센티브는 일반적으로 매우 좋은 일은 아니다”고 폐지 내지 축소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는 여러 차례 IRA 폐지 가능성을 언급해왔다. 지난달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는 “IRA는 친환경 사기 행각”이라며 “세액공제로 지급될 예산을 다리, 도로 등 더 도움이 필요한 곳에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외신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때 처음으로 IRA 폐지 이후 남은 예산의 구체적 처리 방식을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IRA는 전기차와 재생에너지 등에 보조금을 주는 법안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22년 8월 글로벌 전기차·배터리 생산의 중심지를 미국으로 가져오겠다는 목표 아래 시행했다. 미국 정부는 IRA와 반도체과학법을 시행하며 4000억달러(약 533조원)가 넘는 세제 혜택, 대출, 보조금을 국내외 기업들에 제시했다.
이에 국내 배터리 업계는 IRA이 시행된 2년 동안 북미 시장에 대규모 투자를 통해 시장 내 영향력을 확대했다. 3사 합산 총 15곳의 생산 거점을 마련했다. 현지 생산으로 인한 보조금 수령으로 수익성도 개선돼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부진) 시기를 극복하는 데도 힘을 보탰다.
3사는 IRA 혜택이 본격 반영되면서 깜짝 실적을 거뒀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지난해 3분기 IRA에 따른 AMPC(생산세액공제) 혜택은 2155억원으로 1분기(1003억원)와 2분기(1109억원)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도 계속해서 보조금 수혜를 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발표한 잠정 실적에 따르면 올해 2분기 1953억원 영업이익을 냈다. IRA상 세액공제액 4478억원을 제외하면 2525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한다.
그런데 트럼프가 IRA에 따른 세액공제 혜택을 전면 폐지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미국 시장에 막대한 돈을 쏟아부은 우리 배터리 업체들은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커졌다. 가뜩이나 전기차 수요 둔화에 전기차 화재까지 겹치며 배터리 업계에 위기감이 돌았는데 이은 트럼프 리스크까지 겹치며 삼중고를 겪고 있다.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미국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대외 변동성이 확대돼 올해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연초 기대치에 못 미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며 “당초 전년 대비 20%대 중반까지 성장을 기대했으나 20% 초반을 밑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트럼프가 당선돼도 당장 IRA를 폐지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IRA 도입 후 외국 배터리 업체들이 투자를 계획하고 있거나 이미 공장을 짓고 있는 대부분의 주가 공화당 지지층이 높은 주여서다. 이러한 상황에서 트럼프가 지지층을 모른척하고 IRA를 전면 폐지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행정절차도 복잡하다. IRA가 폐지 혹은 수정되려면 상·하원을 모두 퐁과해야 하는데 현재 트럼프가 앞선다고 해서 공화당이 상·하원 모두 다수당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미국 상·하원에서 투표로 통과된 IRA 법안을 무효하려면 동일한 절차가 필요한데 미국 정치 특성상 의회 권한이 강한 만큼 대통령이 모든 정책을 좌지우지 할 수 없는 구조다.
황경인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트럼프가 재선 후 IRA를 폐지하려면 공화당이 상·하원 모두 다수당을 차지하고 이탈표까지 방지해야 하는데 간단하지 않다”며 “폐지까지는 아니더라도 행정부 권한을 활용해 IRA 효과가 축소될 가능성은 크고, 이 경우 기업들이 미래 이익을 기대하고 단행한 대규모 투자는 전면 재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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