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전기차 화재 원인은 리튬 기반 배터리
해결책은 안전성 높인 전고체 배터리 개발
삼성은 2027년, LG·SK는 2030년 양산 목표

전기차 화재 사고 장면 /연합뉴스
전기차 화재 사고 장면 /연합뉴스

이달 1일 인천의 아파트 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전기차 EQE 350은 중국 업체 파라시스 배터리가 사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벤츠코리아가 소비자 불안이 커지자 늑장 공개한 것인데, 전기차 배터리 화재 사고를 둘러싼 논란의 불이 배터리 품질과 제조사로 옮겨붙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보다는 장기적으로 배터리 안전성을 높이는 신기술을 확보하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화재 위험을 현저히 낮춘 전고체 배터리 개발이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13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전기차 화재 사고가 발생하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으로 현재까지 대다수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가 리튬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 사이에서 이온을 전달하는 전해질을 액체로 사용한다. 그런데 양극과 음극이 서로 맞닿지 않도록 막고 있는 소재인 분리막이 손상되면, 액체 전해질을 타고 음극과 양극이 서로 만나 화학 반응이 일어나며 열폭주 현상이 나타난다. 즉 화재 사고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특성에서 기인했다고 보는 해석이 정확하다. 

그런데도 리튬이온 배터리는 현재 이차전지 시장에서 상당히 큰 비중으로 통용되고 있다. 다른 충전 물질에 비해 부피가 작고 무게가 적게 나가지만 고용량이 가능해서다. 

문학훈 오산대 미래전기자동차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에 “화재 사고 원인은 배터리의 결함이라기보단 리튬이온 배터리의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보는 게 맞다. 그래서 ‘전고체 배터리(전해질을 고체로 만든 배터리)’가 빨리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부 배터리 제조사에서 내년에 전고체 배터리로 넘어가는 게 가능하다고 하고 있다”며 “빨리 나오면 문제가 해소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전고체 배터리는 액체 대신 고체를 전해질로 사용한 배터리이다. 고체 전해질은 액체 전해질보다 내열성과 내구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폭발이나 화재 가능성이 작다. 또 리튬이온 배터리에 필요한 전해액과 분리막을 없애고 비는 공간에 물질을 더 집어넣을 수 있어 에너지 밀도가 높고, 그럼에도 충전 시간이 더 빠르다. 

전고체 배터리는 ‘차세대 꿈의 배터리’로 통용된다. 액체 전해질이 대세인 상황에서도 전고체 배터리로의 흐름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글로벌 전고체 배터리 시장은 2020년 6160만 달러에서 2027년 4억8250만 달러로 연평균 34.2% 성장, 특히 배터리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연평균 41.2%로 가장 높게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주요 배터리사가 2028년을 목표로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하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삼성SDI가 배터리 3사 중 가장 빠른 2027년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지난해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 구축을 마쳤고 이미 전고체 배터리 샘플을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손미카엘 삼성SDI 부사장은 지난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현재 전고체 샘플 단계에서 개발 로드맵상 계획했던 성능 수준을 확보한 상황”이라며 “고객들도 전반적으로 전고체 샘플에 대해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반기에는 생산 공법 확정과 일부 초기 시설 투자를 진행하고 크기·용량을 확대한 다음 단계의 샘플을 생산·공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삼성SDI가 명시한 2027년 개발은 토요타와 닛산, CATL 등 경쟁업체들보다 더 앞선 시점이다. 경쟁 업체가 하이니켈 배터리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빠르게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해 시장 주도권을 가져오겠다는 포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6년 고분자계 전고체 배터리를 먼저 상용화하고 2030년에는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를 선보일 계획이다. 

올해 열린 ‘인터 배터리 2024’에서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완성도를 높여 제대로 할 것”이라며 “회사가 가지고 있는 전고체 관련 기술력이 뒤처지지 않지만 미래 기술이다 보니 완성도가 높고 실제 적용할 수 있는 제품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후발주자인 SK온은 2030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목표로 한다. SK온은 황화물계 고체전해질, 고분자-산화물 복합 고체전해질을 활용한 두 가지 종류의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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