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의 Car톡]
'사고기록장치' 기록 맹신하지 말아야
급발진 해결 방법은 페달 블랙박스뿐
의무화는 시기상조···'품질 인증' 먼저

최근 자동차 급발진 문제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물론 약 2년 전 강릉 급발진 사고 이후 운전자의 무죄가 확정돼 현재는 민사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그사이 재연 시험도 진행돼 더욱 논란이 진행되고 있다.
재연 시험은 사고기록장치인 EDR의 기록이 실제 운전과는 다르다는 것을 입증하는 시험이었고 실제로 상당 부분이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필자가 회장으로 있는 자동차 급발진 연구회도 지난 세월 동안 사고기록장치의 기록은 문제가 크다는 인식을 제고시키고 있었다.
정신병자나 치매 환자의 증언이 증거로 활용될 수 없듯이 자동차의 두뇌인 ECU를 통해 기록되는 사고기록장치의 기록이 신뢰성을 매우 감소시킨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자동차 급발진이 발생한 40여 년 동안 재판부에서 이러한 사고기록장치의 기록을 맹신한 부분은 분명히 개선돼야 하는 점이다.
그래서 필자는 최근 제조물책임법(PL 법)의 개정을 지금까지 운전자가 자동차의 결함을 밝혀야 하는 구조를 개선해 기울어진 운동장 같은 법적 균형을 바로잡을 방법을 제안하기도 했다. 당장 강릉 자동차 급발진 사건으로 제안된 도현이법으로의 적용은 불가능하지만 단서 조항으로 "자동차 급발진 의심 사고 발생 시 영상 블랙박스의 영상과 사고기록장치의 기록이 맞지 않을 경우 자동차 제작사도 원인을 찾기 위하여 함께 노력한다"라는 단서 조항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시점에서도 이러한 개선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현재 한국은 법적인 개선도 불가능하고 사고기록장치의 신뢰성도 문제가 있는 만큼 급증하고 있는 자동차 급발진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페달 블랙박스의 장착이라 할 수 있다. 페달 블랙박스는 운전자의 발을 촬영해 운전자가 가속페달과 브레이크 페달 중 어느 것을 밟은 것인지 실시간 영상으로 보여주므로 증거가 될 수 있다. 앞뒤만 주로 촬영하는 일반 영상 블랙박스의 간접적인 증거와 달리 페달 블랙박스는 직접적인 증거가 된다는 측면에서 가장 의미 있는 결과가 도출된다.
실제 최근 발생하는 운전자의 자동차 급발진 주장은 운전자의 실수가 대부분이라 판단된다. 수백 편 이상 관련 자동차 급발진 사고를 접수하고 자문하는 필자로서는 수 초 만에 사건이 끝나는 자동차 급발진 의심 사고 중 대부분이 운전자가 패닉상태에서 면피용으로 자동차 급발진을 주장하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실제 급발진이 발생해도 운전자가 증명할 방법은 전무한 만큼 페달 블랙박스 외에는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최근 페달 블랙박스에 대한 과도한 정책이나 의견은 현실을 모르는 언급이다. 자동차 급발진연구회를 맡으면서, 지난 15년 전에도 국가기술표준원의 영상 블랙박스와 내비게이션에 대한 KS 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면서 관련 업체에 이미 페달 블랙박스의 개발을 주문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관심이 전혀 없다가 이제서야 국회에서 의무화 입법을 진행하거나 제작사의 OEM 장착을 요구하는 것은 정부의 상황에서는 과도한 부분일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로서는 힘들게 개발한 중소기업의 페달 블랙박스의 품질을 인증해 양질의 제품을 소비자에게 구입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보험사에서 페달 블랙박스 설치 시 최소한 7~8% 정도의 보험료를 할인해 주는 정책이 더욱 시급하기 때문이다.
현재 품질이 낮은 중국산 저가 제품 등이 유입돼 소비자의 피해가 우려되는 만큼 품질 인증을 통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이후 정부 등이 나서서 제작사 차원의 진행도 늦지 않다.
페달 블랙박스 장착은 운전자뿐만 아니라 제작사나 보험사에도 큰 도움이 된다. 최근 사건에서도 운전자가 계속 자동차 급발진을 주장했으나 페달 블랙박스의 영상에서 계속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7~8번 밟는 것으로 확인된 사건도 있다. 그만큼 운전자의 실수나 결백은 물론 자동차 결함 유무 등 확실한 원안을 도출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또 제작사 차원에서 적극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특히 페달 블랙박스의 의무화는 아직은 시기상조다. FTA 등 통상문제로 비화할 수도 있고 유럽 등 여러 국가에서는 영상 블랙박스 자체의 설치가 개인 정보보호 측면에서 위반되는 만큼 설치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정부는 페달 블랙박스의 설치를 운전자 자신을 위한 보호 장치라는 것을 강조하고, 시장을 개척하고 연구개발을 진행한 중소기업 제품을 활성화한다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올바른 방향과 인식을 바탕으로 제대로 된 정책을 시행해 주길 바란다. 동시에 페달 블랙박스 장착으로 그동안 논란됐던 자동차 급발진 문제를 어느 정도 확인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한국전기자동차협회와 한국자동차튜닝산업협회, 한국수출중고차협회 등 여러 자동차 협회의 회장을 맡고 있다. 세계인명사전(미국) 후즈 후 인 더 월드 (Who's Who in the World)에 2000년부터 2020년까지 21년 연속 등재됐다. 현재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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