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의 Car톡]
서울 시청 앞 사고 후 급발진, '고령 운전자' 논란
급발진 원인 전자제어 이상, 브레이크 페달 딱딱
'페달 블랙박스', 급발진 사고 증명에 필수적 요소

페달 블랙박스가 차내에 부착된 모습 /지넷시스템
페달 블랙박스가 차내에 부착된 모습 /지넷시스템

서울시청 앞 자동차 사고 이후 자동차 급발진 사고와 고령 운전자 사고에 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아직은 정확한 원인이 도출되지 않았다. 이번 사고의 운전자는 자동차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다. 한편에선 68세 고령 운전자인 점을 감안해 기기 조작 및 판단 능력 저하로 추정하기도 한다. 

자동차 급발진 연구회를 맡고 있는 필자는 20여 년 동안 관련 사고를 수백 건 이상 봤다. 급발진은 각종 통계와 특징은 물론 다양한 기술적인 부분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현재도 다수의 관련 사고 당사자와 변호사들의 의뢰가 많다.

자동차 급발진의 원인은 전자제어 이상, 소프트웨어인 알고리즘의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고 일부 미국에서 재연에 성공한 부분이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특성상 자동차 급발진 발생 이후 재연이 불가능하고 흔적도 남지 않는 특징이 있다.

항상 강조하지만 급발진이 발생하면 듣지 못한 엔진 굉음과 더불어 브레이크 페달이 딱딱해지면서 듣지 않는 특성이 나타나며, 상황에 따라 불완전 연소가스인 흰색 가스가 누출되는 것이 특징이다. 

문제는 최근 관련 자동차 급가속 사건이 이어지면서 누구나 사고 이후 자동차 급발진이라고 언급한다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90% 이상은 운전자 실수다. 물론 급발진이라고 해도 확인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사고기록장치인 EDR의 결과도 운전자가 불리하게 항상 나타나는 만큼 도움이 되지 못한다.

실제로 EDR 기록은 신뢰성 측면에서 문제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정신병자나 치매 환자가 증언한 것은 증거로 활용할 수 없듯이 자동차의 두뇌인 ECU를 통하여 기록된 사고기록장치의 데이터를 재판부에서 맹신하고 있는 부분은 고민해야 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자동차 급발진이 발생하면 ECU를 포함한 모든 알고리즘이 먹통이 된다. 또한 국내법상 운전자가 자동차의 결함을 밝혀야 하는 구조는 더욱 운전자가 불리하게 작용하는 이유다.

최근 강릉 급발진 사고 이후 재연 시험을 한 상황도 이미 도출된 사고기록장치의 데이터가 실제로 운전한 상황과 크게 다르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한 실험이었다. 실제로 실험 결과 사고기록장치의 기록과 크게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고기록장치의 기록이 문제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국내 시장에서 지금까지 40여 년 동안 운전자가 자동차 급발진 문제로 최종 승소한 경우가 전무하다. 물론 미국의 경우는 자사 차량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자사가 입증해야 하는 구조로 재판 과정에서 최종 결론이 나오지 않아도 제작사의 제대로 된 의견이 부족하면 합의를 종용하여 보상금을 받는 것으로 끝난다. 우리와 크게 다른 부분이다.

자동차 급발진 핑계는 물론이고 실제로 급발진이 발생하였을 경우 명백하게 입증할 방법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페달 블랙박스다. 영상 블랙박스는 우리나라가 글로벌 시장 중 가장 잘 제작하는 구조이고 수출을 활성화할 정도로 최고 수준이다.

그리고 이미 전체 차량의 약 80% 이상에 탑재되어 있어서 이를 활용한 증거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영상 블랙박스는 전방과 후방 등이 영상으로 확보되지만 막상 운전자가 발을 어떻게 활용했는지는 가늠할 수밖에 없어서 증거로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크다.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발을 어떻게 움직이는지 촬영하여 영상을 확보하는 방법이다. 국내 관련법인 제조물책임법(PL법)의 경우도 운전자가 결함을 밝혀야 하는 구조이고 소비자 중심으로 법안이 바뀌는 것은 불가능한 구조인 만큼 이 방법이 유일하다.    

페달 블랙박스 작동 영상(영상 내 4분 24초). /유튜브

이미 10여 년 전부터 필자는 국가표준원 영상 블랙박스와 내비게이션의 KS 위원장을 맡으면서 여러 제조사에 자동차 급발진 입증을 위한 페달 채널을 제작할 것을 요구하여 왔다. 그 결실이 작년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여러 기업에서 페달 블랙박스가 판매되기 시작한 것이다.

비용을 그리 많이 들지 않게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직접 블랙박스를 교체하여 페달 채널이 포함된 블랙박스로 교체할 수도 있지만 기존 블랙박스는 놔두고 저렴한 1채널 페달 블랙박스를 추가 탑재하는 방법이다. 페달 영상은 위변조가 어렵고 실시간으로 촬영되는 만큼 직접적인 증거로 활용할 수 있다.

서울시청 앞 자동차 사고 이후 자동차 급발진에 대한 공포가 크게 늘면서 페달 블랙박스 탑재가 크게 늘고 있다. 이 장치 중 중국산 저가 장치는 신뢰성이나 추후 애프터서비스의 문제가 클 수 있는 만큼 국내에서 설계되어 국내에서 제작된 신뢰성 높은 제품을 활용하길 바란다,

페달 블랙박스가 장착되면 누구의 책임인지 확실히 알 수 있는 만큼 운전자는 물론이고 제작사도 신뢰성 측면에서 장점이고 특히 보험사도 비용이 절약되는 만큼 모두가 이점이 큰 시스템이다. 주무 기관인 국토교통부에서도 이를 권장하고 있는 만큼 기회가 되면 페달 블랙박스를 탑재하기를 바란다. 지금이 적기다.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한국전기자동차협회와 한국자동차튜닝산업협회, 한국수출중고차협회 등 여러 자동차 협회의 회장을 맡고 있다. 세계인명사전(미국) 후즈 후 인 더 월드 (Who's Who in the World)에 2000년부터 2020년까지 21년 연속 등재됐다. 현재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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