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의 Car톡]
자동차 급발진 사고, 운전자 실수와 혼동 우려
페달 블랙박스, 결백 입증의 유일한 증거
의무화 법안, 시기상조와 형평성 문제 지적

페달 블랙박스가 촬영한 영상(오른쪽) /연합뉴스
페달 블랙박스가 촬영한 영상(오른쪽) /연합뉴스

서울시청 앞에서 발생한 자동차 사고 이후 운전자가 주장하는 자동차 급발진과 고령 운전자로 인한 사고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일부 기사에서는 고령 운전자 사고를 줄이기 위한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를 자동차 급발진 사고를 방지하는 장치로 잘못 이해하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러한 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자동차 급발진과 고령 운전자 사고를 명확히 구분해 접근해야 한다.

자동차 급발진 사고가 늘어나면서 접촉 사고가 발생할 경우 많은 운전자가 급발진이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짧게 끝나는 사고는 운전자의 실수로 발생한 것이며 자동차 급발진 사고가 아닐 수 있다. 자동차 급발진이 발생하면, 누구나 패닉 상태에 빠져 본인의 운전 과정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무의식적으로 급발진을 언급하거나 착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또 하나의 관심사는 자동차 급발진 사고가 발생할 경우 자신의 결백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현재 약 80%의 차량에 장착된 영상 블랙박스는 전방과 후방 영상을 기록하며 음성 녹음 등 간접적인 증거로 활용될 수 있다. 그러나 사고기록장치(EDR)의 기록이 나오면 대부분 운전자의 실수로 결론짓는 경우가 많다.

사고기록장치의 데이터 신뢰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급발진 상황에서는 차량의 여러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40여 년 동안 재판부는 이 장치의 기록을 맹신하여 운전자가 거의 항상 패소하고 제조사는 면죄부를 받는 상황이 이어져 왔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운전자의 발 움직임을 직접 촬영할 수 있는 페달 블랙박스를 사용하는 것이다. 이 영상은 조작이 어려워 확실한 증거로 활용될 수 있으며 운전자의 결백이나 실수를 명확히 밝혀낼 수 있다. 최근 들어 자동차 급발진 사고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페달 블랙박스의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

필자는 자동차급발진연구회 회장으로서 수백 건 이상의 급발진 사고를 접하면서 알게 된 사실로 급발진의 원인은 전자 제어 시스템의 이상, 즉 알고리즘의 문제로 추정된다. 사고 이후 재연이 불가능하고 흔적이 남지 않는다는 특성 때문에 운전자가 매우 불리한 상황에 놓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운전자가 자신의 결백을 입증할 수 있는 유일한 도구인 페달 블랙박스는 약 15년 전, 필자가 개발을 제안하고 활성화를 강조했던 장치다. 당시 국가기술표준원에서 영상 블랙박스와 내비게이션 KS위원장을 맡으며 여러 기업에 페달 블랙박스 개발을 주문했지만, 초기 개발된 제품은 급발진이 자신에게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 때문에 판매에 실패했다. 그러나 최근 급발진 의심 사고가 급증하면서 페달 블랙박스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페달 블랙박스의 의무화 법안이 진행 중이며 정부에서도 제조사에 장착 의무화를 종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접근이라는 지적이 있다. 페달 블랙박스 의무화는 수입차와의 형평성 문제를 비롯해 우리나라의 FTA(자유무역협정)를 기반으로 한 통상 문제로 인해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것이다.

특히 개인정보 보호 문제로 인해 영상 블랙박스 장착이 금지된 국가들도 많기 때문에 무리한 법제화는 추후 독소 조항이나 악법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유럽의 대부분 국가가 현재 영상 블랙박스를 장착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 그 예다.

따라서 정부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중소기업이 개발한 제품의 자발적 장착을 권장하고 기능에 문제가 있는 저가형 수입 제품에 대한 인증 기준을 마련하여 양질의 제품을 권장하는 것이다. 동시에 보험업계와 협의하여 현재 영상 블랙박스 장착 시 5% 할인되는 보험료를 7~8%로 높여 촉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국내에서 설계하고 제작한 국산 제품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그다음으로 제조사에서 OEM 방식으로 페달 블랙박스를 선제적으로 장착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이때, 중소기업에서 개발하고 판매하는 제품이 대기업에 의해 시장에서 밀려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하이패스, 영상 블랙박스, 내비게이션 등 중소기업이 시장을 개척한 제품들이 대기업의 OEM 장착으로 인해 중소기업의 시장을 빼앗기는 사례가 많았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인지하고 제작사가 장착할 경우 애프터마켓 OEM 방식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마지막으로 국제사회에서 페달 블랙박스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될 경우, 국제 기준으로 장착 의무화를 진행해야 한다. 현시점에서 페달 블랙박스의 의무화는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특히 페달 블랙박스 장착은 소비자에게 가격 부담이 될 수 있으므로 다양한 모델을 고려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국산 제품의 우수성을 확인하고 신차의 경우 페달 채널이 포함된 블랙박스를 장착하거나, 기존 블랙박스가 있는 경우 단일 채널 페달 블랙박스를 저렴하게 추가 장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번 기회를 통해 페달 블랙박스의 확대가 책임 소재의 명확한 판단과 전체적인 사건 해결의 단초가 되기를 기대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여성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