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의 Car 톡]
떨어지는 전기차 인기
무거운 배터리의 위협
'빠른 만큼 빨리 갈 수도'

"전기차요? 글쎄요. 아직은 불안해요."
"배터리 화재 문제도 있잖아요."
"내연기관차에 비해 무거워 타이어 수명이 짧아 자주 교체해야 하는 단점이 있어요."
"너무 비싸요."
전기차가 위기다. 작년 후반부터 전기차 판매가 주춤하기 시작했다. 소비자의 눈은 다시 하이브리드차로 쏠렸다.
전기차가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장 먼저 전기차의 가격을 내연기관차와 유사하게 만드는 '반값 전기차' 현실화가 필수다. 이를 위해 전기차 가격의 약 40%에 달하는 배터리 가격이 먼저 낮아져야 한다.
제조 과정 자동화도 필수다. 자동화가 되면 인건비를 크게 낮출 수 있다. 자연스럽게 전기차 가격도 줄게 된다. 다만 노사문제가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는 건 숙제다.
전기차 화재 공포는 가장 먼저 풀어야 할 숙제다. 전기차 배터리는 특성상 화재가 발생하면 확산 속도가 빠르다. 탑승객이 탈출할 수 있는 시간 즉 골든타임이 내연기관차 대비 크게 줄어든다. 더 큰 문제는 불길을 소화하려는 방법도 이동용 수조와 질식 소화포 정도밖에 없다는 것.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돈이 덜 든다는 것도 이제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얘기가 됐다. 동급 내연기관차 대비 전기차는 무게가 200~500㎏ 무겁다. 그 때문에 전용 타이어를 사용한다고 해도 수명이 크게 줄면서 약 1.2~1.5배 정도 타이어 교체 비용이 더 늘어난다.
전기차 전용 인프라 문제는 두말하면 잔소리다. 기계식 주차장에 무거운 배터리를 단 전기차를 아무 생각 없이 주차한다면? 고장이나 추락 등 심각한 부작용은 덤이다. 기계식 주차장 관리·감독도 허술하다. 노후화된 주차장도 많다.
정비 업소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된다. 정비 업소에 있는 리프트는 내연기관차의 무게에 대비해 설계된 장치다. 무거운 배터리를 넣은 전기차를 올리면 안전 문제는 말할 것도 없다.
제로백이 빨라서 좋다고? 출력이 너무 크다는 게 문제다. 사고가 발생하면 부상과 시설 파괴에 대한 데미지는 상상 초월이다. 우선 무겁다. 급발진이라도 발생하면 제어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실내 주차장 문제도 골치 아프다. 노후화된 건물 주차장이 무거운 전기차를 견디지 못해 붕괴한 사례도 있는 만큼 수리·보수 문제 숙제도 산더미다.
급속 충전을 위한 대용량 전기에너지를 보내기 위한 선로 보강도 험난한 과정이다. 연립 주택이나 빌라에 거주하면 충전기 설치도 어려울 정도로 전력 선로가 열악한 상황이다.
어느 하나 만만한 게 없다. 전기차 보급은 지난 130여 년의 내연기관차 보급 속도를 가볍게 뛰어넘는다. 부작용이 있는 건 당연하다. 현재 전기차 판매율이 주춤한 건 각종 문제를 조금이나마 줄이고 준비할 수 있는 숨 고르기 기간이기 때문이다.
이 추세는 약 3~4년 더 걸릴 확률이 높다. 이 기간에 각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준비를 철저히 했으면 한다. 이 기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큰 사고를 막을 수 있다.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한국전기자동차협회와 한국자동차튜닝산업협회, 한국수출중고차협회 등 여러 자동차 협회의 회장을 맡고 있다. 세계인명사전(미국) 후즈 후 인 더 월드 (Who's Who in the World)에 2000년부터 2020년까지 21년 연속 등재됐다. 현재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로 있다.

